지난해부터 인기 치솟더니 전국서 몰려와
서문시장 곳곳에 생겨 대표 먹거리 대열에
반죽과 원료 선택의 차이... 서문시장 땅콩빵이 다른 이유
"서문시장 땅콩빵 무봤으예? 안무봤으면 말도 마이소! 두쫀쿠 보다 맛있다카이끼네."
땅콩빵 굽는 고소한 냄새에 홀린 듯 발길을 멈추고 손을 뻗어 시식용으로 한가득 올려져 있는 땅콩빵을 집어 들었다.
적당히 뜨근하지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을 '후' 불어 한 김 식히고서, 통실통실한 땅콩빵 한개를 입에 넣었다.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메운다. 땅콩빵은 노릇노릇하게 익어 겉은 바싹하고 속은 촉촉 폭신하다. 한 입 베어무니 아삭한 식감의 알알이 땅콩들이 부드러운 식감의 빵과 어우러진다. 맛을 음미하며 먹다 보면 고소함은 어느새 달콤함으로 변해 있다. 다 씹어 삼킬 때쯤엔 안 살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주문을 외친다. "20개 담아주세요!", "1만원치 주세요!" 땅콩빵 집 앞을 지나는 사람 마다 비슷한 패턴을 보였다.
땅콩빵 집 앞 긴 줄은 금세 생겼다가, 사라졌다가 또 생겼다가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호떡, 김밥, 카스테라, 돈까스, 칼국수 등에 이어 최근 '땅콩빵'이 서문시장 대표 먹거리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줄을 서면서 서문시장 곳곳에는 땅콩빵 열풍에 새롭게 합류한 땅콩빵 가게들도 눈에 띄었다. 어느샌가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땅콩빵에도 '서문시장'이 붙는다. '땅콩빵 하면 서문시장'이 돼 버린 것이다.
대구 서문시장 땅콩빵이 인기다. 서문시장 내 한 땅콩빵 집 앞에는 땅콩빵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박지현기자
서문시장이 어떻게 땅콩빵의 메카가 된 것일까.
지난해 4월 인기 유튜버가 땅콩빵을 소개한 데 이어 아이돌 그룹 등 연예인들이 찾으며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공중파 방송에도 나오면서 손님들을 끌기 시작했다. 서문시장 땅콩빵은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중의 다른 땅콩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면서다.
시중 땅콩빵과 가장 큰 차이점은 서문시장표 땅콩빵에는 땅콩알이 최소 4개, 많게는 7개까지 들어간다는 점이다. 땅콩이 많이 들어가다보니 일반 땅콩빵하면 떠오르는 빵 색감과는 다르다. 서문시장 땅콩빵은 땅콩 알을 감싸는 얇은 붉은 막인 종피가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종피를 그대로?' 싶다가도 맛을 보면 "오 괜찮네? 맛있다!"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가격도 20개에 3천원, 45개에 6천원, 80개에 1만원. 개당 125~150원인 셈이다. 호떡 한개에 1500원, 사라다빵 4000원, 카스테라 1만~1만2천원에 비하면 꽤 착하게 와닿는다.
이모(여·46·대구 칠곡)씨는 "서문시장 땅콩빵을 한 번 맛본 뒤로 서문시장에 오면 무조건 사먹는다. 땅콩조각이 들어간 동네에서 파는 땅콩빵이랑은 차원이 다르다. 며칠 지나 먹어도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문시장 땅콩빵 맛의 비법은 반죽에 있었다. 아몬드가루와 계란이 많이 들어가고 소화를 돕는 효소 플레인이 들어갔다.
원조서문 땅콩빵 강석훈(53) 대표는 "시행착오 끝에 가장 적합하고 맛있는 반죽을 만들었다. 밀가루 냄새를 최대한 잡으려고 했다. 반죽과 땅콩을 굽는 기계 온도나 바람 세기도 일일이 다 체크하고 있다. 처음에는 기계 1대로 시작했는데 4대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택배로도 주문해주신다. 성원에 힘입어 말차맛 땅콩빵을 전국 최초로 만들었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서문시장 내 땅콩빵집 점원이 반죽을 붓기 전 빠른 손놀림으로 미리 준비해 둔 빵틀에 땅콩을 넣고 있다. 땅콩빵 개당 들어가는 땅콩 갯수는 대충 봐서는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김지혜기자
김지혜
이나영
박지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