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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픽] 세종대왕자태실의 고장에서 빚어내는 ‘생명의 그릇’ 태항아리에 담은 부모의 기원, 내리애 박보순 작가

2026-01-08 19:14
태항아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빚어내고 있는 내리애 전경

태항아리를 통해 생명의 가치를 빚어내고 있는 내리애 전경

박보순 작가가 태항아리에 색을 넣고 있다. <본인 제공>

박보순 작가가 태항아리에 색을 넣고 있다. <본인 제공>

박보순 작가가 태항아리를 빚고 있다. <본인 제공>

박보순 작가가 태항아리를 빚고 있다. <본인 제공>

경북 성주는 세종대왕자태실이 자리한 역사문화의 고장이다. 왕손의 탄생을 기념하고,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태를 봉안했던 이곳은 오늘날에도 '생명의 시작'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다. 이 자태실이 있는 성주에서 전통 태항아리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며 생명의 가치를 빚어내고 있는 도예 작가가 있다. 브랜드 '내리애'를 운영하는 박보순 작가다.


박 작가는 2004년부터 성주군 선남면에서 도예 공방을 운영해 왔다. 흙을 만지고 불을 다루는 시간 속에서 일상의 그릇을 만들어 오던 그는,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되면서 지역에 대한 시선을 한층 넓히게 됐다. 지역의 특산물에 머무르지 않고, 성주가 품고 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세종대왕자태실은 박 작가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왕손의 탄생을 축복하고, 아이가 무병장수하며 복된 삶을 살기를 기원했던 이 공간에서 그는 '새 생명을 기다리는 마음'과 '부모의 간절한 바람'을 오롯이 느꼈다고 말한다. 그 감정은 자연스럽게 태항아리 작업으로 이어졌다.


박 작가는 "태항아리는 단순히 탯줄을 보관하는 용기가 아니라, 아이에게 전하는 부모의 사랑과 기원을 담는 상징적인 그릇"이라며 "이 전통의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 시대에 들어서며 한 아이의 탄생을 대하는 사회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가족 모두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그 의미를 기록으로 남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맘카페나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탯줄 보관 방법에 대한 질문이 자주 오르내리고, 탯줄 도장이나 앨범으로 이를 간직하는 사례도 흔해졌다.


박 작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보관'을 넘어서는 가치를 고민했다. 조상들이 탯줄을 아이의 운명과 이어진 존재로 여기며 정성껏 다뤘던 것처럼, 태항아리가 가족의 기억이자 기원이 되길 바랐다. 실제로 왕실에서는 길지를 정해 태항아리를 봉안하고 사찰을 두어 아이의 평안과 장수를 빌었고, 일반 백성들 또한 탯줄을 함부로 다루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처리해 왔다.


박 작가의 태항아리는 이러한 전통적 의미를 담되, 현대적 조형미를 더했다. 일월오봉도, 십장생도 등 왕실과 장수, 번영을 상징하는 전통 민화 문양을 절제된 색감과 형태로 재해석해, 집 안 어느 공간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조형물로 완성했다. 태항아리를 숨겨 두는 물건이 아닌, 일상 속에서 아이의 시작을 기억하는 상징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작업은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내리애에서는 임산부를 대상으로 도자기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며 태항아리 만들기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배냇저고리 만들기, 흔들의자 체험, 파인다이닝 프로그램을 결합해 임산부와 가족이 함께 교감하는 하루를 완성한다.


박 작가는 작품성과 기술력에서도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2025년 대한민국 공예대전 특선, 경북공예대전 동상, 2024년 경북산업디자인공모전 은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5년에는 부패방지 관련 특허를 등록하는 등 공예와 기술의 결합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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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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