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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의 영화 심장소리] 한 편의 영화가 오래 기억에 남는 까닭은

2026-01-16 06:00

‘칠드런스 트레인’·크리스티나 코멘치나 감독·2024·이탈리아

크리스티나 코멘치나 감독의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크리스티나 코멘치나 감독의 영화 '칠드런스 트레인'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몇 년 전, 이탈리아 여행 때였다. 나폴리 역에 내리자마자 느낀 첫인상은 어딘가 음산했다. 거리는 지저분했으며, 건물도 낡고 조잡했다. 이탈리아 남부 여행이라는 환상이 깨진 순간이었다. 이후 불안한 마음을 안고 조심스레 이곳저곳을 거닐었다. 아름다운 항구와 바다, 옛 성을 둘러보고 나폴리 피자까지 맛본 뒤에야 비로소 그곳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나폴리가 그렇게 낙후된 지역이란 사실은 나중에 알았다. 풍요로운 북부에 비해 이탈리아 남부의 빈곤은 역사가 길다.


'칠드런스 트레인(The Children's Train)'은 2차대전 직후, 나폴리 아이들이 북부에 가서 돌봄을 받은 실화 소재 영화다. 비올라 아르도네의 소설(2019)이 원작이다. 전쟁 직후인 1946년부터 1952년까지 7만여 명의 남부 아이들이 북부의 위탁 가정에 머물며 돌봄을 받았다고 한다. 공산당 휘하 여성 조직 '이탈리아 여성 연합'의 주도였다. 영화의 주인공 아메리고도 친구들과 함께 모데나 행 열차에 오른다. 그곳에서는 아이를 잡아먹는다는 흉흉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굶주림만은 면하게 하려고 어머니가 보낸 것이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던 아메리고는 위탁 가정에서 따뜻한 대접을 받으며, 새로운 삶에 눈뜨게 된다.


차츰 풍요로운 삶에 적응하며, 바이올린까지 배우던 아메리고는 겨울이 지나 다시 고향에 돌아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희망이 없다. 하루하루 먹고살기에 급급한 엄마는, 바이올린은 부자들이나 하는 거라며 전당포에 맡겨버린다. 게다가 북부에서 온 편지를 전해주지 않은 엄마에게 배신감을 느낀 소년은 몰래 모데나 행 기차를 타고 떠나버린다. 오랜 세월 뒤 유명 바이올리니스트가 된 그는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고향에 간다. 그곳에는 전당포에서 되찾아온 바이올린과 엄마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다. "놓아주는 것이 붙잡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라는 편지를 읽고서야,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따뜻하고 감동적인, 사람의 온기가 있는 영화다. 실화여서 더 좋았다. 관람평도 찬사 일색이지만 아쉬움은 있다. 감동적인 스토리 외 다른 요소들은 진부한 편이다. 성공한 아메리고가 뒤늦게 고향을 찾는 장면은 '시네마 천국'과 흡사하다. 그러나 명작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머물러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아마도 사람의 선의와 온정을 확인한 영화여서 그럴 것이다. 아니면 아들과 함께 봤던 영화라 그럴 수도 있다. 작년 가을 무렵, 독립해서 타지에 사는 아들이 오랜만에 내려왔다. 같이 피자를 먹으며 느긋한 마음으로 본 영화였다. 성인이 된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본 게 몇 년만이던지. '칠드런스 트레인'은 그렇게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영화다.


좋은 영화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본다. 물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다. 하지만 영화의 존재 가치는 내 삶의 한 면이 담겨 있을 때다. 한 편의 영화가 그저 영화에 그치지 않고, 인생에 스며들 때는 대부분 누군가와 함께 봤을 때다. 다음날 기차를 타고 돌아가는 아들에게 "너도 너의 길을 가라. 아메리고처럼"이라고 농담조로 말했는데, 아들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영화를 함께 봤기에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메시지였다. 올 한 해 그렇게 영화가 추억이 되고, 행복이 되고, 희망이 되는 소중한 매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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