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자, 경북도의회가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상당수 의원들은 통합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북도의회 본회의장 <경북도의회 제공>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통합 단체장 1명 선출' 구상으로까지 확대되면서 경북 정치권에서도 찬반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통합의 방향성에는 공감하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부 찬성' 입장이 힘을 얻고 있다.
◆"통합은 필요"…신중한 찬성론 힘 실려
경북도의회 D 도의원은 "통합 자체는 정부안이 나와 있고, 경북 발전에 필요하다면 추진하는 게 맞다"며 "통합을 한다면 단체장을 하나로 가는 구조 역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밝혔다. 다만 A 의원은 "문제는 찬반이 아니라 내용"이라며 "세부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장부터 정하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E 도의원은 "단순히 통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통합 이후 경북에 어떤 권한과 이익이 돌아오는지가 핵심"이라며 "정부안과 실행 구조가 어느 정도 가다듬어진 뒤에야 찬성인지 반대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선(先)통합, 후(後)조정' 방식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B 의원은 "우선 통합부터 해놓고 세부 사항은 나중에 조율하자는 방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큰 틀에서 합의된 원칙과 방향이 먼저 정리돼야 각론에 대한 협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F 도의원은 "통합 단체장 선출 역시 마찬가지"라며 "단체장을 하나로 하는 구조가 경북과 대구의 행정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충분히 검토할 수 있지만, 그 전제와 권한 구조, 선출 방식은 명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가 단기간에 정치 쟁점으로 부각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F 의원은 "지금은 통합을 둘러싼 논의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충분한 설명과 공론화 없이 찬반 구도로만 몰아가는 것은 오히려 지역 사회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경북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통합 논의 자체를 미룰 수는 없다"며 "내용이 정리되고, 경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통합과 단체장 단일화 모두 충분히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의가 '속도전'이 아닌 '설계 경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통합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완성도는 결국 준비 과정에 달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북부권, 통합보다 북부 활성화 먼저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경북 북부권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도 분명해지고 있다. 통합의 형식 논의에 앞서 지역 불균형 해소와 북부권 활성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G 도의원은 "지금 논의는 숫자적으로 단체장을 1명으로 할지 2명으로 할지에 매달려 있지만, 그 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합을 하면 처음에는 당연히 1명이 되는 구조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본질은 단체장 숫자가 아니라 통합 이후 지역이 어떻게 달라지느냐"라고 지적했다.
G 의원은 특히 북부지역의 현실을 통합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북부지역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며 "그런 구체적인 대책 없이 통합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통합 논의 자체에 대해서도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현재로서는 통합에 반대한다"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구·경북 통합이 과연 북부지역에 어떤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올지 전혀 설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부권에서는 통합이 오히려 지역 격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 도의원은 "행정과 재정 권한이 하나로 묶일 경우,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된 지역으로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 피해는 결국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부지역이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이든 단체장 단일화든, 지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발전 전략이 전제돼야 한다"며 "북부권 산업, 교통, 의료, 교육에 대한 구체적인 투자 계획 없이 통합을 추진하는 것은 지역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 구조 개편이 아니라,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할 실질적인 정책"이라며 "북부지역 활성화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는 한, 통합 논의는 공감을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단순한 구조 개편을 넘어, 지역 내부의 격차와 현실을 얼마나 정교하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향후 최대 쟁점이 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북도의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도의원 정족수 59명중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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