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엽 엘엔피파트너스(주) 대표
적토마의 희망찬 기운을 담은 병오년(丙午年)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우리의 정치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못한 한 해가 될 거 같아서 우려스럽다. 원래 지방선거가 있는 이 시기 즈음에는 항상 여·야 정치권이 참신한 새 인물 영입이든 혁신적인 정당 쇄신이든 보여주기식이라고 지탄받는 한이 있더라도 떠들썩한 이벤트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여의도 정치는 여당도 야당도 정당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가늠할 대형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모습만을 연출하고 있어서 스스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고해(告解)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22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나타난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0%, 국민의힘은 20%로 나왔다. 한국갤럽이 2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22%로 작년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 대표가 단식농성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 43%의 절반이었다. 현재 민주당은 김병기-강선우 의원의 공천 헌금 사태와 부적격 논란이 거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정당 지지율이 상승했으나, 되려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여·야 모두 어느 하나 제대로 된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 처분을 둘러싼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인 상황에서 바닥 모를 지지율 하락과 함께 점점 필패(必敗)의 길로 가고 있는 듯한 국민의힘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함이 가슴을 억누른다. 반면 압도적인 지지율 우세 및 절대적인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지방선거를 앞둔 이 시점에 몸집을 불리기 위해 조국혁신당에 합당을 제안하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여·야 모두 서로 마주 보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듯하여 염려스럽다. 헌법 가치와 정치의 본질을 외면한 치킨게임에 피멍이 드는 쪽은 국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공화국 체제에서 각 정당은 국민의 주권과 이익을 대변하는 통로이자 수단이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 상황을 돌아보면 여·야는 상호보완적인 기능과 역할은 도외시한 채, 의회정치의 본질인 정당정치를 망각하고 오로지 정치이익과 권력 독식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거 같아 씁쓸함을 넘어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계엄과 탄핵의 멍에를 짊어진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아무리 몸부림 쳐봐도 국면전환을 위한 유리한 여건도, 상황도 만들어 내기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음을 일견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 정권과 민주당이 자행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드는 사법부 압박과 위헌 법률 졸속 강행은 헌정 체제하에서 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수도권 집값 급등과 환율 압박 등의 경제적 여건 악화 및 통일교 연루 의혹, 공천 헌금 사건 등 잇달아 내부적인 악재들이 터져 나왔음에도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은 되려 공고화되어 가고 있다. 야당으로서의 선명성이 뚜렷하지 않고 수권정당으로서의 능력과 활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국민의힘의 책임이 크다. 정권 지지율이 이탈해서 갈 곳을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현재의 추세라면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할 확률이 높다.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승리하게 된다면 여당은 행정부와 국회, 지방 권력을 모두 손에 쥐게 된다.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거머쥔 일당 독재 권력에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유명무실해진 정당정치가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정치가 위기임을 직시해야 한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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