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막한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대화의 정신(A Spirit of Dialogue)'이었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1월 스위스의 휴양지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의 연차총회를 일컫는다. 대화의 정신은 '말이 통하지 않는' 현재 국제정세를 잘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아래 불신과 분열이 극에 달했다. 피를 흘리는 전쟁에도 무감각해지고 있다. 한때 세계질서의 흐름을 나타냈던 '세계화'라는 단어는 이제 과거의 유산처럼 빛이 바랬다. 대화의 정신은 공멸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찾아보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그린란드에 대해 강력한 병합의지를 드러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과의 회담을 통해 '미래 합의의 틀'을 마련했다. 연대의 목소리도 나왔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포럼 연설에서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메뉴판에 오른다"고 했다. 강대국들이 힘의 논리로 세계를 재편하는 상황에, 한국이나 캐나다 같은 중견국들이 연대하지 않으면 결국 강대국들의 '먹잇감(메뉴)'이 될 뿐이라는 경고이다. 중견국들이 대응책 마련을 위해 대화의 테이블에 앉을 것인지 궁금하다.
대화의 정신은 사실 국내 정치권에 더욱 절실하다. 지금 여야는 서로를 '타도해야 할 적(敵)'으로 규정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이익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실용주의적 태도는 찾아볼 수 없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내부가 분열돼 있으면 외부의 압력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대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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