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진 대구대 총장
새해가 시작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 일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2월이다. 대학에 재직하는 필자에게 해마다 이맘때는 정든 제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아쉬운 시즌이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사회로 나아가는 제자들을 보면서 매번 그렇듯이 올해도 축하와 응원을 보낸다. 졸업생을 떠나보내는 연례행사가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스승의 눈에는 여전히 앳된 모습의 젊은이를 험한 사회로 내보내며 느끼는 미묘한 떨림과 불안감은 여전하다.
사회로 나아가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며 앞길을 축원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청춘들에게는 정든 학교를 떠나 사회로 나가는 일 자체가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것은 기대도 크고 설레는 일이지만 낯선 세상에 도전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최근에는 세상이 급변하고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낯선 세상을 마주할 청춘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생각해본다.
워낙 청년들이 마주할 세상이 만만치 않다. 지금 세상은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엄청 빠르고 산업의 혁신도 거침이 없으며 사회구조의 변화도 예측 불가하다. 지금 우리는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청년 세대가 살아갈 미래는 기성세대가 살아온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지금 우리는 한반도에 인간이 거주한 이래 가장 발전하고 번영된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말하기가 쉽지 않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애쓰는 청년들이 느끼는 구직의 어려움은 한겨울 한파처럼 매섭다. 막 사회로 나가는 청년들은 취업 절벽에 막혀 좌절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AI 대전환이 화두인 이 시대에 우리 청년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으며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세상에 도전하는 일이 힘들어지다 보니 세상 일을 외면하고 회피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 문득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눈을 가렸다가 까꿍하면서 눈을 마주하던 놀이가 떠오른다. 아빠가 순간 보이지 않다가 다시 짜잔 나타나면 까르르 웃던 모습이 귀여웠다. 아기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잠시 보이지 않아도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다. 눈을 감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는 번잡한 일이 많다. 부조리와 불의한 일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번잡한 일들을 보지 않고 눈을 감아도 번잡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부조리가 판치는 불의한 세상이라고 해서 마냥 외면하거나 회피할 수만은 없다. 변화하는 세상에 눈 감으면 변화에 올라타지 못한다. 미래 사회의 주인이 청년이라고들 한다. 내가 눈을 감고 외면해도 세상은 부단히 변화하면서 전진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청춘일수록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봐야 한다.
올겨울도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길 가는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든다. 낯선 사회를 향해 새롭게 나가는 청춘에게 현실이 힘들어도 용기를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절대 눈을 감지 말고 외면하지 말고 회피하지 않기를 당부드린다. 눈을 감는 청춘이 많은 사회는 퇴보하는 사회다. 우리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품고 성큼성큼 사회로 나아가고 마음껏 도전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더욱 분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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