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1월 경북 영천의 어느 시골집에서 설 명절을 앞두고 인절미를 만들고 있다.<최연자씨 제공>
사진은 설명절을 앞둔 1982년 1월 경북 영천의 시골집 풍경이다. 어머니와 아들 내외는 가족과 친지들이 먹을 인절미를 만들고 있다. 떡판에 떡반죽이 놓여져 있고 젊은 아들은 떡메를 힘껏 내려치고 있다. 시어머니와 갓 시집 온 며느리 앞에는 미지근한 물을 담은 바가지와 양푼이가 놓여있다. 시어머니는 늘어지는 떡을 중간으로 모으는 역할을 맡았을 것이고 며느리는 떡메에 물을 발라 찰진 떡반죽이 들러붙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혹여라도 제사상에 올릴 떡이 잘못될세라 어머니의 표정은 자못 진지하고 아들 내외의 표정은 마냥 즐거워 보인다.
요즘과 달리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설 명절이 다가오면 우리네 어머니들은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였다. 가래떡도 미리 뽑아 적당히 말렸다가 썰어 두어야 되고 아이들을 시켜 쌀이나 콩도 미리 튀겨 두었다가 정월대보름까지 먹을 강정도 넉넉히 만들어야 한다. 제사상에 올리는 음식뿐만 아니라 도회지로 떠난 자식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먹을 간식과 떠날 때 챙겨 줄 밑반찬 등을 미리미리 장만해 두자면 숨 쉴 틈도 없었다.
사진 속 새댁은 명절이 다가오면 일주일 전부터 시댁을 찾아 바쁜 시어머니를 도왔다고 한다. 아이가 하나 둘 생기고도 '명절 일주일 전 시댁 방문'은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며느리의 마음씀씀이가 추운 겨울 날씨마저 녹였던 것일까?
40여년전 설 무렵이면 시골 마당에는 칼바람이 몰아치고 처마 끝에는 고드름 달리는 날이 흔할 정도로 추운 나날의 연속이지만 사진 속 주인공들의 표정은 봄날이다.
사진제공자 최연자(59·달성군 다사읍 서재리)씨는 이 빛바랜 사진을 지금까지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사진 속에는 이미 고인이 되신 그리운 어머니의 모습과 칠순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다정한 오빠 내외의 신혼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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