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화 시민기자
삶에는 질서가 있는 듯 보이지만, 죽음 앞에서는 그렇지 않다.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할 때 우리는 "태어나는 데는 순서가 있어도, 떠나는 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삶으로 주어진 시간은 한정돼 있고, 그 시간이 길지 짧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어쩌면 지나치게 안일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매체를 통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사건·사고 소식을 접한다. 이태원 참사나 제주항공 추락사고 같은 대형 사고뿐 아니라 교통사고나 범죄 소식도 이어진다. 그럴 때면 남겨진 유가족을 떠올리게 된다. 사랑하는 이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슬픔을 겪고,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후회와 미련으로 또다시 고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당신의 시간은 한정돼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선택과 삶의 방향에 대한 조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정된 시간 속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나 친구가 한결같이 내 곁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이 결코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후회와 미련이 덜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는 말은 어찌 그렇게 아꼈을까. "괜찮다." "믿는다."는 말로 왜 힘을 더 보태주지 못했을까. 그때는 그렇게 조바심을 내고 욕심을 내었던 것이 사라지고 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간은 그렇지 않다. 떠난 뒤에야 깨닫는 소중함이 아니라, 함께 있을 때 소중하게 여기는 시간이 존재함으로 우리의 삶은 그나마 덜 아플 것이라 믿는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