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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람의 스포르찬도] 그룹 아바의 ‘워털루’

2026-02-10 06:00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남보람 전쟁사학자·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는 1974년 대규모 음악 경연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워털루'를 불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곡 속 화자는 '워털루 전투(1815)'를 소재 삼아 심경을 고백한다. 나폴레옹이 숙적을 만나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항복했던 것처럼, 자신도 운명의 상대를 만나 거부할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에 이렇게 말한다. "졌어도 마치 이긴 것 같은 기분이예요." 아바는 '워털루'를 후렴 반복구 삼아 이제 막 시작된 사랑의 벅찬 기대를 노래했다.


1815년 역사 속 '워털루'는 내리막길에 있던 나폴레옹의 완전한 패배가 결정된 절망의 장소였다. 나폴레옹은 대포로 적의 정수리를 때려 혼 빠지게 만든 뒤 돌연 기병으로 옆구리를 치거나, 상대 진영을 크게 돌아 뒤통수를 때리는 기동전이 장기였다. 그러나 숙적 웰즐리 장군(후일 웰링턴 공작)은 수비의 대가답게 몽 생장 일대의 고지를 차지한 채 꼼짝하지 않았다. 프랑스군이 대포를 쏘면 경사지의 후사면으로 피했고, 측후방 공격에도 첨병을 두어 배비하였다.


시간은 프랑스의 편이 아니었기에, 나폴레옹은 결국 정면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싸움은 양측이 물러섬 없이 버티는 소모전이 되었다. 상황은 대(對)프랑스 동맹국의 지원을 기다리는 영국군에 유리해졌다. 초조해진 나폴레옹이 끝내 무리수를 두었다. 결정적인 국면에 쓰려고 아껴두었던 기병 및 보병 부대를 나누어 두세 차례 공격을 한 것이다. '부대를 분산하여 투입하지 말라'는 병가(兵家)의 불문율을 어긴 셈이다. 이득 없는 병력손실이 쌓였고, 프랑스군은 곧 수적 열세에 놓였다. 웰즐리 장군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역습했다. 나폴레옹과 그의 참모들이 전장을 이탈하여 도망쳤고, 프랑스군 전열은 붕괴되었다.


1974년 아바의 '워털루'는 영국 무대에 올라 팝 역사에 드문 대승을 거두었다. 속을 들여다보면 매우 어려운 싸움이었다. 당시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는 오일쇼크 사태, 유럽경제 침체, 베트남전 장기화, 워터게이트 사건 등으로 점철된 전지구적 위기상황 하에서 개최되었다. 시작부터 '지금 같은 때에 다 같이 모여 멜로디에 젖고 오락에 투표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주최측인 룩셈부르크의 예산 부족, 정치적 문제로 인한 이탈리아 방송사의 보이콧 선언, 퐁피두 대통령 장례 일정에 의한 프랑스의 불참 통보가 겹치면서 좌초 위기까지 왔다. 영국 브라이튼이 나서서 준비가 재개되었으나 대중의 기대는 이미 낮아진 상태였다.


그러나 본무대에서 아바의 '워털루' 도입부가 울려퍼지는 순간, BBC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음악 관계자들은 모든 게 달라졌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워털루'는 팝의 혁명이었다. 발라드곡 우세의 관행을 깨고 내세운 록큰롤 기반의 업비트, 4초에 불과한 매우 짧은 전주, 뮤지컬을 연상시키는 서사적 가사. 거기에 글램 록 스타일의 화려한 의상까지. 대히트하지 않을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었다.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방송이 끝나자마자 '워털루'를 틀어달라는 청취자들의 전화가 전 유럽 라디오 방송국에 빗발쳤다. 곧장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호주, 덴마크, 핀란드, 독일, 스웨덴 등의 차트도 점령했다. 속도만으로 따지면 한창 때의 나폴레옹군이 유럽을 휩쓴 것보다 훨씬 빠른, 그야말로 '전격전' 수준이었다. 이에 1974년 4월판 미국 음악잡지 '레코드 월드'는 이런 표제를 내놓았다. "나폴레옹의 패배를 아바가 승리로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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