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통합특별시 법안은 335개조의 방대한 내용이다. 쭉 훑어보다 쓴웃음을 지었다. 국세의 지방세 이양에 관한 부분인데 대구경북의 요구 수치가 대전충남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대구경북은 국세인 법인세 총액의 10%, 부가가치세의 0.5%를 이양할 것을 법 조항에 넣었다. 대전충남은? 법인세는 무려 50%, 부가세 5%를 요구했다. 5~10배 차이다. 이 조항은 추측컨대 두 지역의 관료들이 검토해 만든 것일 게다. TK공무원들은 배포가 약한 건가, 아니면 아예 되지도 않을 일은 처음부터 정부에 요구하지 않는다는 미덕의 국가관이 몸에 밴 탓일까. 일단 세게 불러 놓고 깍아주는 상술 따위는 TK의 DNA에는 없다.
이재명 정권 들어 전라도 쪽에서는 파격적 주장들이 쏟아졌다. 지역감정을 건드리자는 얘기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다. 전북 완주군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의 안호영 의원은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지를 겨냥한 발언이다. 용인에서 토지보상까지 이뤄진 단계인데 배짱좋게 제안했다. 여기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광주전남 반도체 클러스터 비전을 발표했다. 정부는 선을 긋고 있지만, 삼성과 SK는 찜찜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아무래도 현 정권의 지지세와 맞물린 지역에서 나온 압박인 탓이다. 어쩌면 기업측에서 "그건(옮기는 건) 곤란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어떨까요"하고 다른 당근을 제시할 수 있다고 짐작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행정통합 관련 브리핑에 나섰다. 파격적 제안이 포함됐다. 통합특별시에는 서울시에 준하는 위상을 부여하고, 공공기관 이전에서 우선권을 준다는 것은 그런대로 상식적인데, 통합하는 지역에는 이재명 정부 남은 기간 4년 동안 매년 5조원씩 2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TK가 화들짝 놀란 것은 당연하다. '권영진-홍준표 시장 VS 이철우 도지사'가 지난 6년여 동안 논의하다 덮었던 통합 논의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선 이유다. '거액의 현찰'을 마다할 수 있겠는가. 반문도 나온다. TK가 표를 던졌던 이전 정권에서는 왜 이런 제안을 하지 못했을까.
이젠 신물나는 얘기지만 대구는 기억에도 가물하게 30여년째 1인당 GRDP(지역내총생산)이 전국 광역단체 중 꼴찌다. 물론 소비는 중간 정도이고, 또 대구 외곽인 구미 포항 등지의 생산성을 감안하면 이 수치만이 대구의 실체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위안하지만, 문제는 '악화 일로'의 신호들이다. 지난 2년의 수치는 더 이상 비관적일 수 없다. 지난해 대구의 경제성장률(대구정책연구원 추산)은 -1.2%로 추정됐다. 2024년에는 -0.8% 였다. 기저효과, 2차전지 불황의 요인이 있었다지만, 국가는 플러스인데 대구만 유독 2년 연속 마이너스라면 납득이 되는가. 국가라면 IMF 구제금융 신청감이다.
대구는 흔히 대통령 도시로 불린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진 정치사를 보면 틀린 진단도 아니다. 권력을 수시로 잡은 도시가 꼴찌경제에 마이너스 성장을 밥먹듯 한다. '가치(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란 정치의 개념마저 배반하고 있다. 무슨 잘못된 경로를 대구는 밟아온 것일까? 개인적 느낌은 이렇다. 대구인(人)은 지역 이전에 국가를 생각한다. 국가의 존망을 중시해 무리한 요구를 중앙정부에 잘 못한다. 마치 맏이가 체면 속에 집안의 책무감에 시달리는 것과 유사하다. 착하나 제 앞가림에는 무디다. 지역 정치인들도 그렇게 물들었다. 투쟁력이 약하고, 발언의 높낮이가 없다. 마냥 이래야 할까. 6·3지방선거가 다가온다. 또 하나의 선택이 반복된다. 우리는 계속 착해야만 하는 것일까.
국가를 향한 체면과 절제
TK요구 대전충남과 대비돼
광주전남은 반도체 이전요구
대구 2년째 마이너스 성장
무딘 것인가 착한 것인가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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