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9시 경북도청 전정에서 황해득 비대위 사무국장(오른쪽)과 김상선 중앙신시장상인회장이 경북·대구 행정통합 재검토를 촉구하며 삭발 투쟁을 벌이고 있다. 피재윤 기자
9일 오전 9시 경북도청 동문 앞에서 도기욱 경북도의원이 경북·대구 행정통합 재검토를 촉구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피재윤 기자
-비대위, 도청 앞 집회·삭발식…"속도전 아닌 균형성장 먼저"
"지금이 아니면 늦습니다. 우리 함께 합시다."
9일 오전 8시, 경북도청 동문 앞. 아직 찬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부터 '경북·대구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손에 든 피켓과 성명서에는 '균형성장 없는 행정통합 반대', '속도전 중단하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이날 집회는 경북대구행정통합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비대위는 성명을 통해 "수도권 일극 체제 속에서 지방은 이미 소멸의 벼랑에 서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행정통합이 과연 국토 균형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방의 명운이 걸린 중대한 결정을 시민의 충분한 논의와 동의 없이 속도만 앞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가 문제 삼은 핵심은 '균형성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행정통합의 대의로 내세운 균형발전이 실제 특별법안과 실행 구상에 충분히 반영돼 있느냐는 것이다. 비대위는 "특별법안이 현행대로 통과될 경우, 지역 내 불균형이 오히려 심화될 수 있다"며 "그로 인한 성장 동력 약화에 대한 대안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도청 이전 사례를 언급하며 신중론을 강조했다. 비대위는 "광역시에서 도청을 이전하는 데에도 지역 내·지역 간 균형성장을 위해 20년의 숙의 과정을 거쳤다"며 "40년 넘게 유지된 행정 체제를 바꾸는 일을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했다.
행정통합 재추진을 위한 다섯 가지 요구안도 제시됐다. △균형성장을 행정통합 대원칙으로 명확히 하고, 통합특별시 본청을 낙후 지역에 둘 것 △정부 재정지원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도록 배분·발전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것 △권한이양·재정배분·특례 내용 기본법에 명시해 국민 판단의 근거를 제공할 것 △기초자치단체까지 실질적인 권한이양 보장 △민주적 절차 통해 통합 재논의할 것 등이다.
집회는 오전 9시 경북도청 전정에서 진행된 삭발식으로 이어졌다. 황해득 비대위 사무국장과 김상선 중앙신시장상인회장이 삭발에 나서며 "지금의 행정통합이 미래를 위한 혜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비대위는 "우리의 주장이 유일한 정답일 수는 없다"면서도 "지방소멸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명확한 목표와 과감한 결단이 없다면, 균형성장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도청 앞에는 출근길 공무원과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부는 걸음을 멈추고 집회 현장을 지켜봤다. 행정통합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인 여론의 시험대에 올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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