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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북을 말하다] “필리핀 근로자들이 집 짓고 아이 공부시키는 걸 보면…이 일이 내 사명 같아요”

2026-02-28 18:50
필리핀에서 태어나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온 이자스민씨. 권기웅 기자

필리핀에서 태어나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온 이자스민씨. 권기웅 기자

경북 영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만난 이자스민<사진> 씨의 하루는 '통역'으로 시작해 '사람'으로 끝난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왔다. 지금은 경북 영주시 농업기술센터 농업정책과 농촌인력팀에서 일한다. 농번기 일손이 모자란 농가와 필리핀 계절근로자 사이를 잇는 통역·지원 업무가 주된 일이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다둥이 엄마이기도 하다. 그는 "농가에선 사람이 없어 애가 타고, 근로자들도 한국 생활이 낯설어 어려움을 겪는다. 그 사이에서 말뿐 아니라 마음까지 통역하는 일이 된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뿌리내린 건 2012년 말이다. 2008년 남편을 필리핀의 한 대학에서 만나 결혼했고, 한동안 필리핀에서 함께 살았다. 그런데 2012년 한국에 있던 시부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는 일을 겪었다. 그는 "남편이 부모님의 마지막을 함께하지 못했다는 슬픔이 컸다. '한국으로 돌아가야겠다'는 마음이 그때 굳어졌다"며 "가족이 함께 한국으로 오고, 그때부터 13년째 살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언어와 문화가 달랐다. "낯선 생활이었고 외로운 시간도 많았어요." 그는 그 시간을 '활동'으로 건넜다.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을 돌며 다문화이해교육 강사로 아이들을 만났고, 이중언어 강사로 학부모와 아이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도 했다. '레인보우 인형극단' 무대에도 섰다. 아이들이 다문화를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인형극으로 풀어냈다. 그는 "지금도 가끔 공연을 한다. 제가 한국 사회와 연결되는 방법이었다"고 했다.


다섯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국에서 또 다른 '정체성'이 됐다. 그는 웃으며 "한국에선 다섯 아이 엄마라고 하면 '애국자'라는 말까지 듣는다"며 "관심과 응원을 받을 때마다 자긍심이 생긴다"고 했다. 건강보험과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점도 한국 생활의 장점으로 꼽았다. "아이들을 키우는 입장에선 체감이 크다"는 것이다.


현재 맡은 업무는 외국인 계절근로자 지원이다. 영주로 들어오는 근로자 가운데 필리핀 출신이 적지 않다. 같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을 돕는 일이어서, 그의 말엔 자연스러운 책임감이 묻어났다. "농번기 인력이 없어서 힘들어하는 농가에 도움이 되고, 근로자들은 한국에서 번 돈으로 아이들 교육을 시키고 집을 마련해요. 삶이 바뀌는 걸 가까이서 보면, 저도 같이 기쁘죠." 그는 "단순히 '일하러 왔다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꺼낸 이야기는 '앞으로'였다. "대한민국은 빠르게 고령화로 가고, 제가 사는 지역도 인구가 줄고 있어요. 그런데 이미 우리 곁엔 다문화 가족이 함께 살고 있잖아요." 그는 결혼이민자 여성이 한국 사회 안에서 역할을 찾고, 더 적극적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저도 결혼이민자이자 엄마로서, 제 삶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은 사례가 됐으면 좋겠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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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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