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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60대 여행 스토리텔러 ‘안단테 엘라’, 천천히 걷는 여행, 인생을 기록하다

2026-03-31 19:38
조상열씨가 태국·라오스·미얀마 세 나라 국경이 만나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메콩강을 배경으로 여행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조상열씨 제공

조상열씨가 태국·라오스·미얀마 세 나라 국경이 만나는 북부 골든트라이앵글에서, 메콩강을 배경으로 여행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조상열씨 제공

빠르고 화려한 여행 콘텐츠가 넘치는 시대, 속도를 늦춘 기록이 오히려 깊은 울림을 준다. 대구시 북구에 사는 여행 크리에이터 조상열(여·62)씨는 SNS에서 '안단테 엘라(andante_ell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천천히 걷는 여행'을 기록한다. 여행지를 소비하기보다 시간을 담아내는 그의 방식은 새로운 여행 문화로 주목받고 있다.


'안단테(Andante)'는 음악에서 '천천히 걷는 속도'를 뜻한다. 조씨는 이 단어를 자신의 여행 철학으로 삼았다. 그의 여행 사진에는 풍경보다 시간이 담긴다. 카페 창가의 햇살, 골목의 그림자, 그 순간 떠오른 짧은 문장이 쌓여 '인생의 기록'이 된다.


이러한 생각은 2025년 전자책 '인생의 상세페이지를 써라'로 이어졌다. 그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삶의 가치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여행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삶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확장한 것이다.


조상열씨가 중동 크루즈 여행 중 사우디아라비아 입국 심사를 통과한 뒤, 현지 청년의 환영 속에 대추야자와 사우디 커피를 나누며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조상열씨 제공

조상열씨가 중동 크루즈 여행 중 사우디아라비아 입국 심사를 통과한 뒤, 현지 청년의 환영 속에 대추야자와 사우디 커피를 나누며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조상열씨 제공

시작은 소박했다. 코로나 시기, 온라인 강의 과제로 인스타그램에 글과 사진을 올린 것이 계기였다. "처음엔 꾸준히 올리는 게 목표였죠." 반복되는 기록은 곧 질문으로 이어졌다. '나는 무엇을 오래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자연스럽게 여행이었다. "수익이 없어도 계속할 수 있는 것, 그게 나다운 일이었어요."


그가 말하는 여행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정보 전달자가 아니다. 여행은 수단일 뿐, 결국 자신을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의 콘텐츠는 삶의 기록, 여행 속 감정, 공감과 소통,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 때문에 그의 계정을 찾는 이들은 "여행이 아니라 삶을 본다"고 말한다.


여행지에서 그는 종종 낯선 이들의 사진을 찍어준다. 그때마다 구도와 표정, 배경을 세심하게 살핀다. 단순한 촬영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순간이 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 관계가 만들어지는 느낌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이러한 진심으로 지자체에서 촬영 사진 사용을 요청받거나, 행사 촬영을 부탁받는 일도 생겼다.


최근 그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대구 청라언덕에서 '인생샷 산책'이라는 오프라인 모임을 기획 중이다. 또래 세대가 함께 걸으며 사진을 찍고,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서툴렀던 제 시작을 나누고, 서로의 인생을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요."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 조상열씨는 그 흐름을 거슬러 걷는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사진 한 장과 글 한 줄로 삶을 기록하며 묻는다.


"당신의 인생 페이지는 지금, 어떻게 쓰이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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