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 지역과 인재 대표
최근 고용노동부가 '쉬었음 청년' 용어 대신 '숨고르기 청년'이라는 표현을 도입했다. 통계청 조사에서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2030세대만 약 70만 명이다. '구직 포기'라는 낙인 효과를 제거하고 청년들의 공백기를 '준비와 회복의 시간'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는 생애주기 동안 두 번의 결정적인 전환기를 맞이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기'와 주된 직장에서 퇴사하는 50~64세 '신중년기'다. 19~34세 청년기는 '청년기본법'이라는 든든한 법적 기반 아래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탄탄한 정책 지원이 뒤따른다. 반면 신중년(新中年)의 인생 전환은 여전히 개인의 고독한 분투 영역으로 남아 있다. 신중년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녀에게는 부양받지 못하는 첫 세대이기도 하다.
축구도, 농구도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 '하프타임(half time)'이 있다. 전반전을 치르고 후반전을 어떻게 가져갈지 생각하는 작전타임이자 휴식 시간이다. 요즘은 가수가 공연을 하고, 함께 노래도 즐기며 팀을 응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인생도 휴식을 취하고, 작전을 새로 세우며, 서로 응원하는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경영사상가이자 사회철학자인 찰스 핸디는 저서 '텅 빈 레인코트'에서 '시그모이드 곡선(Sigmoid Curve)'을 제안했다. 성장의 정점에 이르기 전, 새로운 하강이 시작되기 전에 두 번째 곡선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허리인 40~50대 중장년들이 바로 이 두 번째 곡선이 절실한 시점에 서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에서는 전국에 31개소의 '중장년내일센터'를 운영 중이다. 40대 이상 재직자와 퇴직(예정)자를 위한 전직 및 재취업 지원 서비스 중심이다. 그런데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일자리 평균 퇴직 연령은 52.9세이지만 계속 일하고 싶다고 응답한 고령층의 희망 근로 연령은 평균 73.4세였다. 1천200만 명이라는 신중년의 인구 규모와 노동시장의 변화를 고려하면, 인생 2모작, 인생 3모작, 인생 N모작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의 고용·복지정책 추진뿐만 아니라, 민간 교육 시장 활성화, 시민 주도의 평생학습이나 비영리 단체 활동 장려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 신중년이 앞으로 사회적 부양의 대상이 될 것인지, 아니면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어떤 판을 깔아주느냐에 달려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너무 늙기 전에 인생 후반전 '하프타임'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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