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에게 지역 일상 담긴
공간 오히려 매력 느끼게 해
현지 소소한 삶 관광객 주목
재래시장 관광 자원 급부상
관광 콘텐츠 시선 전환 필요
최미애 사회3팀 책임기자
몇 년 전 서울 지인들의 대구 방문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대구는 딱히 보여줄 게 없는 도시라는 개인적인 선입견 때문이었다. 고심 끝에 도시철도 1·3호선 명덕역 인근 콩국집과 대명동의 막창 맛집, 수성못, 때마침 열리고 있던 대구치맥페스티벌을 코스로 묶었다. 사실 계획을 짜면서도 스스로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인들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명덕역에서 수성못으로 향하는 도시철도 3호선에서 바라보는 도심 경관에 주목했고, 서울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맛있는 막창에 감탄했다. 두류공원 코오롱야외음악당에서 돗자리를 펴고 '치맥'을 즐기는 것도 이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거주민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여행객에게는 매력적인 콘텐츠가 된 것이다.
실제 최근 관광 트렌드는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보인다. 과거에는 관광객이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지은 화려한 랜드마크를 찾아가 소비했지만, 이제 이미 존재하는 자산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는 '발견'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서도 이러한 변화가 느껴진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3월 기준 전국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 상위권은 부산의 원도심 지역들이 휩쓸었다. 1위는 부산 영도구 봉래2동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천128%라는 성장세를 보였으며, 2위인 부산 서구 아미동 역시 757%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전통적인 의미의 관광지가 아니라는 데 있다. 봉래동은 소규모 수리 조선소와 폐공장이 밀집한 곳으로 최근에는 이를 활용한 카페 거리로 변모한 곳이다. 아미동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생활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비석마을이 있다. 화려한 경관이나 대형 쇼핑몰 대신, 삶의 흔적이 담긴 공간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불러모은 핵심 자산이 된 것이다.
4위를 기록한 경주 황오동은 경주 대표 관광지인 황리단길에 밀려 쇠퇴하던 원도심 지역이다. 이곳은 최근 인구 감소와 지역 상권 약화를 겪어왔다. 이에 경주시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관광형 도심재생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행객들의 기호 변화도 극명하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해 여행자와 현지인 4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행 자원 1위는 '재래시장'이 차지했다. 반면 2019년 조사 당시 1위였던 산과 계곡은 3위로 밀려났다.
결국 이제 관광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보존과 재해석이 핵심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지자체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더 지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남기고 어떻게 보여줄까'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어떤 조형물을 더 지을까'에 집중하는 건 지역 고유의 색깔을 지워 관광지로서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오랜 시간 지역이 품고 있는 서사를 발굴하고, 여행자가 현지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접점을 찾는 게 이제 관광 활성화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 우리가 가진 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를 투박하게, 때로는 세련되게 재해석해 드러낼 때 비로소 지방의 소소한 일상의 공간들도 경쟁력을 갖춘 여행지로 거듭날 수 있다. 막대한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의 일상을 빛나는 자산으로 바라보는 '시선의 전환'이다.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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