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영화관에 다녀왔다. 집에서 <토이스토리4>를 다시 보며 5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터였다. 4편까지는 모두 집에서만 봤기에, 영화관에서 장난감들의 세계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욱 생생하고 실감 나게 보여주고 싶어 4DX 상영관을 택했다. <토이스토리5>는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장난감들이 미디어 기기에 밀려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장난감들의 시각에서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미 예고편을 통해 대략적인 내용을 짐작했기에, 우리 부부는 내심 영화에 기대하는 바가 있었다. 아이가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찾지 않기를, 또 들여다보는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고 줄여나가기를, 무엇보다 미디어 노출에 대한 경각심을 조금이나마 가져주기를 바랐다.
어느 집이든 아이의 미디어 노출 과정을 되짚어 보면, 그 시작점에는 부모가 있을 것이다. 아예 영상을 쥐여줬거나 혹은 부모가 무분별하게 스마트폰을 눈에서 떼지 않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준 것도 영향을 줬으니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처음 영상을 쥐여준 것도 나였다. 생후 24개월 미만 영유아에게는 좋지 않다고 해 최대한 늦춘다고 늦췄던 터였다. 식당에서 장난치고 싶어하는 아이를 진정시키려 휴대폰으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틀어줬다. 당시 아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곤 이내 장난감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때만 해도 몰랐다. 미디어 기기가 갖은 위력을.
처음에는 미디어 기기에 별 관심 없던 아이도 부모의 편의를 위해 화면이 켜지는 횟수가 늘어나자 점차 영상 속으로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활자나 정적인 장난감과는 견줄 수 없는 시청각적 자극은 아이의 뇌에서 도파민을 뿜어내게 만들었고, 아이는 점점 더 크고 강한 자극을 찾았다.
미디어 노출은 어느새 아이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집에도 영화 속 '릴리패드'같은 태블릿PC가 있다. 오락적 요소에 너무 빠질까 싶어 시청시간을 제한하고 게임은 막아뒀지만, 미디어는 이미 아이의 삶 일부가 돼가고 있었다.
미디어 기기 사용은 집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참석했던 어린이집 참여 수업에서 적잖게 놀랐다. 학교에서 태블릿PC를 활용해 수업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어린이집 아이들까지 각자 패드를 앞에 두고 수업을 듣고 있었다. 아이들은 익숙한 듯 퀴즈를 풀고 바둑을 뒀다.
미디어 기기가 생활 속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 일상이다. 기기 사용을 아예 못 하도록 강제로 막을 수도 없고, 억지로 장난감만 다시 쥐여준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가 미디어에 끌려다니지 않고 주체적으로 잘 다룰 수 있도록 곁에서 올바르게 이끌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른들의 진짜 몫이다.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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