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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경북의 섬: 살아있는 섬, 울릉도] 2028년 울릉공항 개항…“하늘길 열리는데 섬은 비어간다”

2026-06-30 20:35

2028년 개항 눈앞, 인구 9천명선 붕괴 위기
공항은 울릉도의 마지막 카드가 될 수 있을까
‘30분의 기적’인가 ‘비어가는 섬의 시작’인가

지난 26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마을에서 한평생 살아온 황윤조(70)씨가 울릉공항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고있다. <홍준기 기자>

지난 26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마을에서 한평생 살아온 황윤조(70)씨가 울릉공항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고있다. <홍준기 기자>

"비행기 뜨는 날은 오겠지. 그런데 우리 손주들이 그때 울릉도에 살고 있을지는 모르겠어."


지난 26일 경북 울릉군 울릉읍 사동마을에서 만난 황윤조(70)씨는 울릉공항 공사 현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한평생 울릉도에서 살아온 그는 오징어가 바다를 뒤덮던 시절도, 섬 곳곳에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던 시절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눈에 가장 자주 들어오는 것은 빈집이다. 골목마다 불이 꺼진 빈집이 늘고 학교 운동장은 예전보다 한산해졌다. 그는 "과거 마을마다 사람 사는 냄새가 났는데 이제는 빈집이 더 눈에 띈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황씨의 이야기는 현재 울릉도가 마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때 3만여명을 넘었던 울릉군 인구는 현재 8천명대 후반대로 감소했다. 청년들은 대학 진학과 취업을 위해 육지로 떠났고 상당수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이 수가 줄어들면서 학교는 통폐합됐고, 일부 마을은 고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관광객은 매년 수십만명이 찾지만 정작 주민은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경북 울릉군의 5세대별 인구변화 추이. <김윤배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

경북 울릉군의 5세대별 인구변화 추이. <김윤배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대장>

이런 가운데 울릉도는 또 한 번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다. 총사업비 8천792억원이 투입되는 울릉공항 건설사업이 순항 중인 것. 2026년 6월 말 기준 공정률은 79.81%를 기록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 개항한다. 울릉군민이 수십 년간 기다려온 하늘길이 열린다.


공항이 완성돼도 울릉도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민 사이에서는 기대만큼이나 고민도 깊다. 공항이 과연 울릉도를 살릴 수 있을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국가사업은 울릉도에 무엇을 남기게 될까.


울릉공항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은 접근성 개선이다. 현재 울릉도 주민은 배편에 의존해 육지와 오간다. 기상 악화로 여객선이 결항되면 사실상 섬 전체가 고립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병원 진료를 위해 육지로 나가는 일정도 날씨를 고려해야 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헬기 운항 여부를 걱정해야 한다. 주민에게 이동은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 셈이다.


공항이 개항하면 울릉도와 육지의 물리적 거리는 크게 줄어든다. 기존에 수 시간씩 걸리던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응급의료 체계 역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 행정 서비스 접근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민들이 공항 건설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항이 가져올 변화가 단순히 이동시간 단축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적지 않다. 지역사회는 관광산업 활성화와 인구 감소 완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지속되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26년 6월 말 기준 공정률 79.81%를 기록하고 있는 울릉공항 공사 현장. <홍준기 기자>

2026년 6월 말 기준 공정률 79.81%를 기록하고 있는 울릉공항 공사 현장. <홍준기 기자>

울릉도는 우리나라 대표 섬 관광지다. 독특한 화산지형과 빼어난 자연경관, 독도 관문의 역할까지 더해지면서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울릉도를 찾는다. 관광객 유입만으로 지역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최근 입도객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울릉군에 따르면 입도객은 2022년 약 46만명에서 2023년 약 40만명으로 줄었고, 2024년에는 38만명 수준까지 줄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여행 수요 증가와 높은 체류비용, 계절 편중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짧은 체류시간도 숙제다. 상당수 관광객이 1박2일 또는 2박3일 일정으로 울릉도를 찾는다. 지역에 남는 소비는 기대만큼 크지 않다.


도동에서 민박업을 운영하는 박정호(58)씨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머무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숙박과 식사만 하고 떠나는 관광이 아니라 며칠씩 머물며 지역을 경험하는 관광으로 바뀌어야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공항 개항이 단순히 관광객 숫자를 늘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울릉도만의 콘텐츠를 키워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광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제주도와 같은 대규모 관광지 모델을 따라가기보다 울릉도만의 강점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관광과 지질관광, 해양치유 관광, 독도 연계 관광 등 차별화된 콘텐츠 육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다.


동트기전 해무에 뒤덮인 울릉도 망향봉. <홍준기 기자>

동트기전 해무에 뒤덮인 울릉도 망향봉. <홍준기 기자>

관광산업 활성화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구 감소다. 특히 청년층 유출은 가장 시급한 현안 과제로 꼽힌다. 공항 개항으로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울릉고를 졸업한 뒤 포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이모(31)씨는 "고향에 대한 애정은 여전히 크지만 현실적으로 돌아갈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생활 여건이 편리해지는 것과 일자리가 생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울릉공항의 성공 여부를 관광객 수가 아닌 정주인구 변화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항은 사람을 데려오는 수단일 뿐 머물게 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상용 울릉발전연구소 소장은 "공항 자체는 매우 중요한 기반시설이지만 그것만으로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정주환경 개선 정책이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기대했던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공항 개항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지역에선 토지 투자 문의가 증가하고, 관광시설 개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주민 사이에서는 난개발과 환경 훼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저동 주민 최영환(64)씨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반갑지만 울릉도가 제주도처럼 무분별하게 개발돼서는 안 된다"며 "울릉도의 가장 큰 경쟁력은 자연인데 그걸 잃으면 결국 남는 것이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울릉도는 이미 오징어 산업 쇠퇴를 경험했다. 기후변화와 해수온 상승으로 대표 산업이 흔들리면서 지역경제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특정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예상치 못한 변화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은 몸소 경험했다. 때문에 공항 역시 만능 해법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결국 울릉공항은 답이 아니라 선택지일 수 있다. 공항 개항 이후 울릉도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생태관광과 독도 관광, 해양치유 산업을 중심으로 체류형 관광 기반을 구축하고 청년 일자리와 정주여건 개선에 성공한다면 공항은 인구 감소세를 늦추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관광객 증가와 개발 논리에만 집중할 경우 자연 훼손과 지역 정체성 약화라는 부작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사동에서 만난 황윤조씨는 다시 바다를 바라봤다. 공항 건설 현장 너머로 여름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그는 잠시 침묵한 뒤 "비행기가 뜨는 날은 분명 올 것"이라며 "그날 우리 손주들도 이 섬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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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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