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의원(김천)은 5년 전 단지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국민의힘 당직자에게 폭언과 발길질을 했다. 처음 폭력을 부인했으나, '갑질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사과문을 제출한 뒤 윤리위 징계를 피해 자진 탈당했다가 4개월 만에 돌아왔다. '발길질 파문'의 당사자 송 의원이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병)의 멱살잡이 현장에 있었다. 정점식 원내대표와 다투는 권 의원을 만류하다 함께 멱살을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어제의 가해자가 오늘의 중재자가 되는 현실이 아이러니하다. '감정을 폭발시키면 정치 생명이 꺾인다'는 뼈아픈 교훈을 이미 학습한 송 의원의 눈에 권 의원의 폭주가 어떻게 비쳤을까. 권 의원은 멱살 소동에 대해 고개를 숙였지만, 사과만으로 끝날 분위기가 아닌 듯해 보인다.
권 의원이 일으킨 '파문'은 대구시민들에게 충격이다. 무려 8년이나 대구시장을 지냈던 인물이 중앙무대에서 고작 상임위 자리 때문에 드잡이를 벌였다는 사실이 깊은 모멸감과 배신감을 안겨준다. 가뜩이나 'TK 패싱' 논란으로 지역민들의 소외감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TK 의원들이 똘똘 뭉쳐 중앙정부와 여당을 압박해도 모자랄 판에 고작 정보위 자리를 달라고 육탄전을 벌인 것은 '일은 안 하고 자리싸움만 하는 무능한 집단'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은 꼴이다. 대구는 대한민국을 지탱해 온 보수의 심장이다. 권 의원은 합리적 보수의 가치를 품격 있게 보여주기는커녕 조폭 정치의 구태를 연출했다. "민주당도 싫지만, 저렇게 상식 이하의 폭력을 휘두르는 대구 중심의 정당은 도저히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중도층의 냉소와 거부감이 두렵지 않은가.
조진범
대구경북과 대한민국의 내일을 고민하는 논설위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