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하면 여론조사·공청회 의무 없어
시민사회 “인상률 관계없이 주민 동의 거쳐야”
전문가, 심의위 중립성 강화와 주민 동의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주문
달서구의회 “전국 평균 수준 현실화 필요”
2024년 대구시의회 앞에서 대구 시민단체가 '졸속 의정비 인상, 지방의회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영남일보DB>
지방의원 의정비를 둘러싼 '인상·동결' 논란이 다시 시작됐다. 특히 공무원 보수 인상률 이하로 월정수당을 올릴 경우, 주민 여론조사나 공청회 없이 의정비를 조정할 수 있어 '꼼수 인상'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달서구 등 대구지역 기초단체에 확인한 결과, 올해 의정비심의위원회를 구성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기초의원들에게 지급할 의정비를 결정한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기초단체들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의정비를 확정, 각 기초의회에 통보해야 한다. 기초의회는 이를 토대로 조례를 개정, 내년도 의정비에 반영한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뉜다. 의정활동비는 법령으로 상한액이 정해져 있다. 월정수당은 기초단체 재정 여건과 주민 수 등을 고려해 의정비심의위가 결정한다.
문제는 주민 의견 반영 방식이다. 월정수당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 범위에서 조정할 경우 주민 여론조사나 공청회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올해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3.5%로 의정비를 조금씩 올리는 방식이라면 주민에게 직접 묻지 않고도 인상이 가능하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우리복지시민연합 은재식 사무처장은 이런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은 사무처장은 "지방의원 보수의 최종 결정권자는 세금을 내는 주민"이라며 "4년 치를 미리 결정하든, 인상률이 얼마든 상관없이 주민 동의 절차를 반드시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민들이 의정비 수준에 대해 직접 의견을 낼 수 있어야 기초의원들에게도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북대 하혜수 교수(행정학부)는 주민 의견을 묻는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자투표 등의 방법을 활용하면 주민 의견 수렴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개인정보 유출 우려도 선관위 협조를 받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고,지방자치법 부칙에 전자투표가 가능하다고 명시된 점도 상기시켰다.
하 교수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결국 의지의 문제"라며 "의정비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정비심의위가 실질적인 심의 기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심의위가 구성돼도 기초단체나 기초의회가 제시한 안을 사실상 추인하는 '거수기' 수준에 머문다면 의정비 결정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심의위원 중립성과 소신 있는 판단이 중요하다"며 "일부 위원이 다른 의견을 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에 다수 위원이 동의하고 실제 결정에 반영할 수 있어야 의정비심의위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심의위원들이 의정비와 의정활동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단순히 공무원 보수 인상률이나 다른 자치단체의 의정비를 따라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의원 역할과 의정활동 성과를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동결하고, 적게 올린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 그에 맞게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달서구의회는 의정비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넘는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선주 달서구의회 의장은 "달서구 의정비가 다른 기초단체에 비해 하위권"이라며 "전국 기초단체 평균 수준은 맞춰야 한다"고 했다. 또 "인상 폭이 크다면 여론조사 등 해야 할 절차는 다 밟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목
대구경북 대학과 보훈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사를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한번쯤 생각날수 있는 기사를 추구합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