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식힐 때 올리브 오일로 마사지한다
삶을때 올리브 오일 넣어야…스파게티 한 가닥 무게 2g
스파게티 120g 요리에 11분…화이트 와인으로 잡 냄새 싹
![]() |
이번 요리 도전은 생애 두 번째입니다.
노랑 조리복에 제비 꼬리 같은 검정 스카프가 앙증맞게 코디된 남정율 셰프로부터 대구에서 가장 잘 팔리는 토마토해물파스타 요리의 비법을 훔쳐냈습니다.
일단 스파게티 포장지 겉면에 적힌 문구 읽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일단 'Cottura(코투라)'란 뜻을 이해해야 됩니다. 이건 '전체 요리 시간'을 의미합니다. 'Cottura 11 Min'은 전체 요리 시간이 11분이란 뜻이다. Time 7 Min은 그 면이 '7분 이상 삶아져야 된다'는 뜻이죠. 면이 삶아지면 전체 무게가 거의 2배가 늘어납니다. 1인분 양은 보통 120g 안팎에서 형성된다고 합니다. 한 가닥에 약 2g. 한 봉지 500g은 8인분용.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면을 넣는데 한쪽으로만 넣지 않습니다. 360도로 면을 분산시켜서 삶아야 잘 붙지 않습니다. 물론 간을 맞추기 위해 소금과 퓨어급 올리브 오일을 넣어줍니다. 그래야 면이 더 졸깃졸깃해 집니다. 면이 익는 동안 프라이팬에서 토마토 해물 소스를 빚어야 합니다. 일단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늘 3~4개를 개당 세 토막 내 열받은 팬 위에 올려 연갈색이 날때까지 볶아줍니다. 순간, 바로 이 냄새란 직감이 들었습니다. 침샘을 단번에 자극하는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기분좋은 유럽형 조리 냄새가 향불처럼 피어올랐습니다. 마늘이 다 익어갈 때 미리 장만한 관자(개당 700원), 중간 크기의 새우(개당 800원), 토막낸 꽃게(700원), 주꾸미, 홍합, 바지락 등을 팬 위에 올려놓습니다. 치지직~. 해물 화근내가 올리브 오일에 섞이면서 본격적으로 파스타 타임을 형성합니다.
남 셰프가 이때부터 조금 긴장하네요. 식재료가 불과 잘 어울려야 되는데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앉혀둬 타버리면 맛을 확 잡치게 됩니다. 팬을 잠시도 쉬지 않고 시계방향, 그 반대방향으로 계속 돌려줘야 합니다. 물론 계속 돌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중식 주방장처럼 아래 위를 잘 뒤집어줘야 합니다. 주어진 요리 시간은 불과 3분30초, 나무 젓가락으로 일일이 뒤집을 순 없죠, 묘기를 부려야 합니다. 손목 스냅 힘을 이용해 식재료가 순식간에 뒤집히도록 팬을 잘 튕겨줘야 합니다. 시도해봤는데 식재료가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아 그만뒀습니다. 그가 부리나케 제 팬의 손잡이를 잡고 눈깜짝하는 사이에 뒤집어버리네요. 숙달된 조교였습니다.
해산물 특유의 비린내와 잡내, 화근내를 제거하기 위해 중간급 화이트와인을 넉넉하게 넣습니다. 갑자기 불이 붙네요. 알코올 기분이 완전 사라질 때까지 팬을 쉼없이 돌립니다.
다음 절차는 바지락 육수 4온스, 미리 만든 토마토 홀로 만든 토마토 소스 8온스를 함께 넣고 그 위에 이탈리아 고추 페페로치노와 빻은 통후추를 조금 넣습니다.
다 익은 면은 칼국수와 달리 찬물에 식히지 않고 일반 팬에 넣고 공기중에서 그대로 식힙니다. 면발을 더욱 탱글하게 만들기 위해 올리브 오일로 마사지를 해준 뒤 준비된 소스와 섞습니다. 피니시 절차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노련한 셰프는 토마토 소스가 면발에 붙어있는 접착도를 보면서 요리 종료 타이밍을 가늠합니다. 토마토 소스가 면발을 타고 내려오면 요리가 덜 된 겁니다. 들러붙어 흘러내리지 않으면 거의 다 된 겁니다.
맛있게 먹는 법은 식지 않을 때 즉시 드는 겁니다. 조금 식으면 맛의 50%가 도망가버리고 없습니다.
남 셰프는 이런 귀띔을 해줬습니다.
"일반 예식장 스파게티는 워낙 대량으로 내놓아야 되니 즉석요리가 어려워 미리 삶은 뒤 올리브로 마사지해 냉장 보관하고, 소스도 원가 절감 차원에서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나온 걸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요, 수입 이탈리아 식재료 가격도 여러 등급이 있습니다. 새우의 경우도 원가를 줄이려면 크기도 자연 작아질 수밖에 없고 갑오징어 대신 일반 오징어를 넣어 원가관리를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가격도 5천원급부터 2만원급까지 3~4등급이 존재할 수 있겠죠. 그는 초보자일수록 실험적인 걸 흉내내려고 하는데 새내기 조리사는 매뉴얼대로 따라 요리하는 게 관건이라네요. 스테이크 소스를 만들 때는 레드와인, 해물류에는 화이트와인을 사용합니다. 참고로 스파게티보다 더 굵은 건 '스파게토노', 더 가는 건 '스파게티니'.
인터뷰 말미 남 셰프가 기자에게 보여준 오른 손 검지의 굳은 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검지와 칼등이 스쳐 만나 남긴 자랑스러운 흉터 같은 거죠.
#스파게티 만들땐…남정율 셰프의 '족집게 훈수'
"최고급 재료라면 예쁘게 담지 않아도 예술이죠"
바지락은 요즘 해감 너무 잘 돼 있어 그대로 사용해도 됩니다. 바지락 육수를 낼 때 물을 너무 많이 부을 필요가 없습니다. 손에 잠길 정도면 됩니다. 끓일 때 화이트와인과 마늘을 넣습니다. 딱 5분 정도 끓이세요. 이때 거품은 걷어내고 5분 정도 저절로 식도록 두세요. 그래야 맛이 깊어집니다.
토마토 홀을 더욱 가늘게 으깨야 됩니다. 시중에 가면 수입산 토마토 홀 3.2㎏은 약 6천원. 홀은 소스로 만들기 위해 추어탕용 미꾸라지처럼 으깨야 합니다. 플라스틱 바구니 구멍을 빠져나온 갱죽처럼 변한 토마토 즙은 양파, 샐러리, 마늘, 올리브오일, 바질, 오르가노 등을 섞어 3분 정도 한 소끔 끓여 차가운 물에 식혀 보관합니다. 집에서 두고 먹을 땐 냉동실에 보관하면 됩니다. 주꾸미를 씻을 때는 밀가루로 치대 씻는 게 좋죠. 치즈는 파마산 레지아노를 사용하는데 저는 39㎏짜리 덩어리를 일일이 가루내 사용합니다. 시중에도 가루로 나오는 게 있는데 전분 같은 게 섞여있는 것 같아요. 파스타용 육수는 크게 바지락 아니면 닭 육수입니다.
허브의 경우 가장 강력한 향기를 발산하는 게 생선요리에 어울리는 딜, 그 다음이 로즈마리입니다. 대구에선 거의 구경할 수 없는 고급 허브는 꽃수술로 만든 허브인 '샤프란'인데 한 통에 거의 10만원입니다.
저는 스파밸리 내 그린비로 오기 전 강원도에선 알아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산토리니에 있었습니다. 요즘 비로소 음식의 세계가 우주보다 더 넓다는 걸 알고 좀 겸손해졌습니다. 최소 10년을 공부해야 요리 응용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 전에는 기본기를 연마해야 됩니다. 프랜차이즈부터 시작하면 기본기를 배울 틈이 별로 없습니다. 명 셰프가 되려면 한식~양식~일식~중식~제과를 고루 거쳐야 될 것 같아요.
요즘 새롭게 공부하는 분야는 쇠고기입니다. 레스토랑의 존폐를 결정짓는다고 할 수 있는 스테이크 요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한우와 수입 쇠고기, 그리고 종류별 육질과 가격과의 상관관계를 알지 못하면 매머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없습니다.
가령 세계 최고의 쇠고기는 한우가 아니라 일본 교토의 소입니다. 이 소는 출시되기 전 정종과 오일 등으로 마사지를 받는 등 특급 대우를 받습니다. 실제 마리 당 1억5천만원에 거래됩니다. 그런데 암수 교토 소 한 쌍이 어느 날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거기서 세계에서 두번 째 고급으로 추앙받는 '앵거스 비프'가 탄생합니다. 미국은 축산 강국입니다. 교토소와 앵거스 비프를 교접시킵니다. 그래서 태어난 게 '와규(和牛)'입니다. 방목지도 미국이 아니라 호주죠.
레스토랑 오너 셰프는 원가에 민감해야 살아납니다. 안심 1㎏에서 1천원만 비싸게 구입해도 1년이면 무려 200만~300만원 손해 봅니다.
한식 세계화를 운운하는데 일단 표준 레시피부터 정리해야겠죠. 눈대중 레시피, 우리끼리는 두둔해도 세계 무대에선 통용 안됩니다. '대충 우동 한 그릇 분량'이란 애매한 레시피는 시대착오적입니다.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고급 요리일수록 요리는 단순합니다. 왜냐하면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저급 식재료일수록 현란한 육수와 소스 전략을 동원할 수밖에 없죠. 스테이크 요리는 단순한 반면 파스타는 소스와 불 조절의 예술이랄 만큼 복잡한 요리인 것 같아요. 재료가 좋으면 예쁘게 담지 않아도 그냥 예술이죠.
◇취재협조=스파밸리 내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린비(053-608-8888)
![]() |
![]() |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