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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각씨가 얼마전 대구를 찾았다. 필자가 운영하는 물레책방에서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리뷰&콘서트 '밑줄 긋기' 초대 손님으로였다.
잘 알려진 것처럼 최씨는 소설가이자 환경운동가로 불린다. 그는 2003년부터 강원도 산골짜기에 개설한 '풀꽃평화연구소'에서 생활하고 있다.
멀리서 초청된 최씨를 보기 위해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밑줄 긋기'는 무료 공연이 아니다. 그렇다고 참가비를 따로 받는 것은 아니고, 각자 집에서 보지 않고 묵혀둔 헌책을 한 권 이상씩 가져오면 입장이 가능하다. 첫 회 때부터 고수해온 방식이다. 책방이 '헌책방을 기반으로 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톡톡히 기여를 해온 행사다.
그날 콘서트는 '문학과 풀꽃운동'을 주제로 열렸다. 한때 열심히 신춘문예를 준비하던 얼치기 '문청'이었던 필자가 '문학' 분야를,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생태보전국장을 맡고 있는 정수근씨가 '풀꽃운동' 분야의 진행자로 나서 최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 사이에 책방 가까이 살고 있는, 한국학중앙연구원 석사과정에 있는 이현영씨가 가야금 연주를 보탰다.
'문학' 분야 이야기에선 20대 초반의 나이에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10년 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이 각각 당선된 이야기며, 소설가라면 내심 욕심낼 법한 장편이나 대하소설을 짓지 않고 엽편소설(지극히 짧은 소설)로 간 까닭,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생애 첫 문학상을 받은 소회를 얘기했다.
풀꽃운동 분야에선 90년대 초 상계 소각장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새나 돌멩이, 지렁이, 갯벌의 조개, 자전거 등에 풀꽃상을 주는 환경단체 '풀꽃세상' 시절과 다양한 환경책들을 기획하고 있는 '풀꽃평화연구소' 활동 이야기가 이어졌다.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되었는데도 자리를 뜨는 손님 하나 없었다. 그 열기는 뒤풀이 자리까지 이어졌다.
물레책방에선 '밑줄 긋기' 뿐 아니라 그간 지역에서 잘 시도하지 않은 여러 크고 작은 행사들을 열고 있다. 매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런 행사들에 대한 갈증이 오래 전부터 계속 있어왔다는 거다. '문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형식의 '문화 실험'이 책방뿐 아니라 여기저기 많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장우석(독립영화감독·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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