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선 유명인 자살 시시콜콜 재밋거리로
유명인의 자살이 인터넷 등을 통해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치부되면서,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포털 사이트에서 최근 자살한 유명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온갖 연관검색어가 나온다. 유명인들이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 1∼10위에 오르며, 수많은 추측성 루머를 양산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으로 자살한 ‘정종관’을 검색하자, 그의 부인과 연봉은 물론 과거 병역비리까지 자동검색됐다. ‘송지선’의 연관검색어에는 투신자살 현장사진까지 등록돼있다. 일부 블로거는 ‘송지선 루머 총정리’라고 이름붙인 글을 네티즌에게 공개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들 유명인의 자살 경위와 검증되지 않은 뒷얘기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직장인 김정모씨(35)는 얼마전 직장 동료끼리 ‘OO닷컴’의 얘기를 하며 웃는 것을 보고, “그게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한 동료는 “그것도 모르냐. 인터넷에 나오는 얘기”라고 했다. 직접 찾아본 김씨는 그곳이 자살한 유명인의 뒷얘기를 가십화한 사이트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김씨는 “사람이 죽었는데, 그걸 일종의 ‘놀이’처럼 만들고 타인의 죽음을 놀리며 웃는 네티즌이 무서웠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살을 가벼운 일로 치부하는 풍조가 생길까 우려하고 있다. 김희철 동산의료원 교수(정신과)는 “유명인들의 자살이 보도된 후 ‘전보다 부쩍 자살충동을 많이 느낀다’고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면서 “TV나 인터넷을 통해 흔하게 접하다보면 자살에 대해 ‘탈(脫)감각화’돼, 상대적으로 별 것 아닌 일처럼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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