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명유수지 둔치서 중장비로 잡초제거 작업
맹꽁이 수백마리 월동중 튀어나와 어이없이 죽어
11일 국내 최대 맹꽁이 집단서식지인 대구시 달서구 대명유수지 둔치에서 포클레인을 이용해 잡초제거 작업을 하는 바람에 월동을 하던 맹꽁이들이 튀어 나왔다. |
맹꽁이 보호구역에서 중장비로 잡초제거 작업을 해 수백 마리의 맹꽁이가 목숨을 잃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11일 오전 대구 달서구청이 국내최대 맹꽁이(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2급) 집단서식지인 대구시 달서구 낙동강 달성습지 인근 대명유수지(영남일보 8월5일자 2면 보도) 둔치에서 포클레인을 이용해 잡초제거 작업을 하는 바람에, 땅 속에서 월동을 하던 수 백 마리의 맹꽁이들이 튀어나와 죽거나 다쳤다.
잡초제거 작업은 이날 오후 대경습지생태학교 석윤복 교육위원의 제지에 의해 4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석 위원은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 여름과 가을 맹꽁이의 로드킬(Road-Kill)을 예방하고 서식지 보호를 위해 대명유수지에 접한 도로 경계석에 2천만원을 들여 안전 울타리와 입간판을 설치하는 등 최선을 다했는데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위원은 또 “대명유수지 둔치에는 대부분 덩굴식물이 무성한데, 봄이 되면 썩어 없어져서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다”면서 “엄동설한 새끼맹꽁이들의 이불 역할을 하는 풀을 제거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잡초제거 작업을 함께 제지했던 김유길씨(대구시 달서구)는 “둔치에 있는 갈대와 억새가 보기 싫다면 예초기로 제거하면 되는데 맹꽁이 보호구역에서 포크레인을 동원해 작업을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면서 “맹꽁이 보호펜스와 안내간판은 왜 설치했느냐”고 황당해 했다.
이상영 관동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맹꽁이 새끼는 8월부터 10월말까지 서식지 인근 높은 둔치나 경사지로 이동해 모래와 자갈이 잘 섞이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굴을 뚫어 월동한다. 봄이 되면 태어난 웅덩이로 돌아가 산란하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달서구청 관계자는 “대명유수지가 맹꽁이 집단서식지인 것은 알고 있었으나 맹꽁이가 둔치가 아닌, 저류지내 습지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생각해 공사를 진행시켰다”고 해명했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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