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널 요리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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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년차를 맞고 있는 대구식객단. 지난 7일 3기 발대식을 마친 뒤 회장단이 대구음식 지킴이로 제대로 활동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이춘호기자 |
예전 고향 부모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모든 식재료를 직접 마련했다.
농사를 짓고, 양념도 만들고, 소스와 향신료도 ‘자작(自作)’이다. 예전 어머니는 음식에 관한한 ‘지존(至尊)’이었다. 모든 걸 자급자족했다. 하지만 그 어머니들이 이젠 귀찮다는 이유로, 바쁘다는 이유로 외식에 매달린다. 주말에 식구를 위해 직접 요리하는 어머니가 급감하고 있다. 주말은 ‘묻지마 외식’이다.
◆ 묻지마외식공화국…식품과의 전쟁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식당주는 자신이 사용하는 식재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잘 모른다. 식재료가 좋은지 나쁜지는 중간 유통상이 제일 잘 알고 있지만, 그들의 양심선언은 언감생심이다.
식품공전에 의거 유통할 식품에는 반드시 법정 식품첨가제가 있다. 일반인은 그런 사실을 잘 모른다. 식약청(식품의약품안전청)의 지침은 최소한의 기준치만 넘지 않으면 무방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 특정 첨가제가 인체에 얼마나 유해한가도 사람을 대상으로 못하고 고작 1년 남짓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다. 최소 30년 이상 임상시험을 해야 되는데 현재 예산회계법상 그게 불가능하다. 라벨에 적혀 있는 깨알 같은 첨가제 목록을 본 적 있는가. 업자들이 떳떳하다면 왜 그렇게 작게 적어놓았을까?
‘이 음식, 먹어도 괜찮은가?’ 다들 하루에도 그런 생각을 숱하게 한다.
정부는 물론 이젠 시민단체도 나서야 한다.
기자는 며칠전 축산유통업계에서 은퇴한 한 인사를 만났다.
그는 “이제 식품 관련 기자들이 봉기해야 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도 이제 환경보호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나쁜 식품과의 전쟁’을 선포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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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단 신분증. |
◆ 대구식객단을 아세요
의미있는 모임 하나가 나타났다.
2010년 3월 출범한 대구식객단(회장 백운수)이다. 현재 100명의 회원이 있다. 이들은 암행감찰을 벌이는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같다.
<사>대구음식문화포럼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일을 벌이고 있다. 일차적으로 명실상부한 대구대표식당을 엄선하는 데 주력한다. 아직 대외적 인지도는 그렇게 높지 않지만 ‘대구식당 지킴이’란 각오로 나선 회원 덕분에 그동안 무기력했던 식당의 서비스 마인드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들은 ‘대구는 맛없는 고장’이란 말만 나오면 분개한다. 일부 회원도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가졌다. 하지만 실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대구음식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1기에는 328명, 2기 때는 192명, 지난 7일 출범한 3기는 모두 100명으로 짜여져 있다. 짝수달 첫째 주에 정기모임을 가진다. 그때 자기가 미는 모범 업소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크로스체킹도 한다.
묻지마외식공화국에
음식 不信 더 깊어져…
대구의 맛 대표할
식당 엄선에 ‘책임감’
블로거 포스팅 업소로
개업 3년 넘어야 하고
오너세프여야 심사대상
세차례 이상 현장실사
크로스체크 등 거쳐…
6개월 주기로 재점
문제땐 추천맛집 제외
현재3기 100명활동
전문성 높일 연수 필요
◆ 추천맛집 어떻게 선정하나
식객단은 2년간 시행착오를 거쳤다.
별다른 지원이 없었다. 모두 자비로 식사를 한다. 활동비라고 해봐야 분기별 1만5천원선. 그래서 현장을 밀도있게 점검하는 게 버거웠다. 대표식당에 대한 공감대 형성도 별로 되지 않아 숱한 논란도 벌였다. 자체적으로 평가를 위한 객관적 잣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식객단 취지를 잘못 이해한 업소로부터 푸대접을 받기도 했지만, 묵묵히 참고 일했다. 올해들어 회장단도 구성됐다. 회원 대다수는 푸드 블로거다.
식객단 백운수 회장(다음 닉네임은 카멜레)은 평소 소방기기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명우 부회장(다음·천지), 박명규 감사(다음·BKLOVE), 이혁중 사무국장(맛소클짱), 박세준 홍보국장(다음·대구알리미) 등도 활동에 적극적이다.
식객단은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하는 대신, 2007년 8월 론칭된 대구의 음식 전문 사이트인 ‘대구푸드(www.daegufood.go.kr)’를 사이트로 이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사무실은 없다.
이들은 개인블로그 등록원칙도 마련했다.
자신이 직접 방문한 음식점과 관련된 글과 직접 찍은 사진만 등록해야 된다. 타인의 글과 사진을 일부 인용하여 등록할 경우 출처를 밝혀야 하며, 저작권보호정책의 규정을 준수한다. 등록된 글에 대한 책임은 식객단 본인에게 있다.
일차적으로 블로거들이 포스팅한 업소를 대상으로 심사 대상 업소를 정한다. 활동에 적극적인 회원과 임원 등 모두 8명이 3차례 이상 추천맛집을 방문, 현장 실사를 통해 선정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 추천맛집에서 제외된다. 6개월 주기로 업소를 재체크한다.
요즘 온라인 홍보에 민감한 일부 업소들이 식객단에 무료 시식 기회를 주고 있다. 무료 시식이라고 해서 봐주는 건 없다.
백 회장은 “추천맛집이 되려면 문을 연 지 최소 3년이 지나야 되고, 주인이 요리까지 하는 오너셰프 업소라야 가능하다”면서 “지금까지는 그렇게 하지 않았지만 향후 음식전문가도 심사단에 포함시키는 한편, 사전에 모범업소 선별 요령 등에 대한 교육 및 연수에도 치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식객단은 ‘식객단으로 선발된 후 흐지부지 활동도 거의 안 하고 상업적으로 맛집을 이용하려고 하거나, 식객단의 가치를 평가절가할 때’ 크게 낙담한다. 적극적인 컨설팅에 대해 ‘이렇게 하면 얼마씩 받아 먹어요’ ‘당신같은 사기꾼 많이 봤다’ ‘맛없으면 다음부터 오지마세요’와 같은 ‘봉변성 험담’을 들었을 때 다들 신분증을 반납하고 싶단다.
하지만 보람이 더 많다.
박세준 홍보국장은 자신이 강력하게 밀고 있던 동구시장 내 한 감자탕집이 장사를 포기하려고 하는 찰나, 무려 20번 이상 방문해 입소문까지 내준 덕분에 이젠 잘 굴러가고 있는 걸 가장 뿌듯하게 여긴다.
식객단은 ‘고품격 간판’을 그리워한다.
다들 ‘너무 시각적 효과에만 치중한다’고 꼬집는다. 그래서 ‘중구난방 간판’이 되고 말았다. 일본처럼 자신의 음식 철학이 담겨 있고 손님을 배려한 고품격 간판과 실내 인테리어가 아쉽단다. 이들의 실력이 일정 궤도에 오르면 ‘푸드스토리텔러(Foodstoryteller)’로 활동 영역을 넓혀도 좋을 것 같다.
식당 청결도는 보는 사람마다 시간·상황별 잣대가 달라진다. 식객단 차원에서 더욱 정교하고 객관적인 ‘청결도 판단 기준’을 마련해야 될 것 같다. 올챙이 블로거는 자칫 자신이 암행어사나 된 것처럼 폼을 잡으려 할 수 있다. 속이 곪았는지는 감지 못하고 겉만 번지르르한 식당을 추천할 우려도 상대적으로 높다. 이럴 경우 식객단의 공신력이 추락할 수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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