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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4)대구 삼덕동 '라 루체'의 김선일

2012-04-27

750㎖에 4만5천원하는 최고급 오일 쓰고 데미글라스 소스 직접 만들어
“물소젖으로 만든 버팔로 모차렐라 등
최고급 식재료 대구서 조달하기 힘들어…
그래도, 유럽의 다양한 요리 계속 낼 터”

201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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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게트 같은 포카치아. 김선일 셰프가 직접 반죽해 오븐에 구워낸다. 로즈마리 향기가 식감을 더욱 불러들인다.



■ 주방 살펴보니…

750㎖에 4만5천원하는 최고급 올리브오일 ‘테레 보르마네(Terre bormane)’가 보인다. 1ℓ에 1만8천원 정도 하는 데체코 오일에 비하면 엄청 비싼 것이다. 미슐랭 스리스타에 빛나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의 프랑스 레스토랑 피에르 가니에르와 오픈했을 때 푸드 블로거가 떼거지로 몰렸다는 서울 신사동 이탈리안 레스토랑 그라노의 오너셰프 산티노 소르티노 등이 애용한다.

서울에 주문해야 구할 수 있는 파스타도 데체코 No15로 분류된 지름 3㎜ 스트로우처럼 생긴 부카티니, 원통형 파스타인 리가토니 등도 보인다.

수제 스톡(육수)이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다. 젤 형태로 냉장 보관 중인 양식당 소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데미글라스 소스가 보인다. 연골, 사골 등을 최소 4일 이상 약불에 고아내야 얻을 수 있다. 이건 스테이크 소스인데 일반 식당에선 너무 힘들기 때문에 공장에서 만든 소스를 사용하는 게 현실이다. 7시간 고아낸 닭육수, 채소 스톡, 조개 스톡도 보인다. 이밖에 바질 패스토와 드레싱, 로즈마리 드레싱, 발사믹 리덕션(발사믹 식초를 5~6시간 졸인 것), 카라멜로 당화시킨 양파, 샐러드용 레몬 드레싱도 직접 만들었다.

역시, 여느 레스토랑과 좀 달랐다.

마요네즈도 만들었고, 파스타용 토마토소스도 토마토홀, 양파, 소금 등을 갖고 4시간 약불로 직접 빚었다. 올리브도 남다르다. 8㎏ 한 박스에 20만원짜리 칼라마타 올리브를 사용한다.

기자는 일어서서 부산 출신으로 최근 대구 양식당계에 다크호스처럼 등장한 엘리트 오너셰프 김선일씨에게 박수를 보냈다.

김 셰프는 맛을 내기 위해 맹목적으로 사용하는 치킨 파우더 같은 걸 버렸다. 그리고 힘이 들어도, 이미 음식으로 끝을 보기로 한 마당이니 필요한 소스와 양념류는 직접 만들었다.

옆에는 어머니가 요리를 도와준다.

가지와 치즈로 만든 그리스 음식인 무사카, 스페인 요리인 볶음밥 같은 빠에야, 벨기에식 홍합스튜도 있다.

기자는 특히 밀가루, 소금, 생 이스트, 로즈마리, 올리브 오일을 갖고 만든, 꼭 바게뜨같이 생긴 식전 빵인 ‘포카치아’에 반했다. 반죽을 하루 숙성시킨 탓인지 기자가 맛본 빵 중 가장 식감이 좋았다. 인스턴트 팽창제를 사용하지 않고, 빵 표면을 바삭하게 하기 위해 오븐에서 나온 직후 굵은 소금과 올리브 오일을 뿌렸단다.

빛이 보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경북대 응급실 근처 ‘분홍빛으로’ 병원 2층에 문을 연 식당 이름도 라 루체(La Luce), 이탈리아 말로 ‘빛’이다.


한 상자에 20만원하는 칼라마타 올리브 등
최고급 식재료 ‘고집’

치킨 파우더 사용않고 토마토소스·각종 육수
마요네즈·레몬드레싱 직접 장시간 들여 제조

식전 빵 ‘포카치아’는 반죽 하루 숙성시키고
즉석 팽창제 사용 안해 로즈마리 향 등
최고의 식감 선사


■ 김선일 오너셰프 일문일답


◆ 고생 자처한 서울대 출신

-아직 젊은데, 그동안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 같다.

“고등학교를 마치고 ‘일생 동안 가장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실의 이해타산을 고려하지 말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바를 실현하자’고 결심합니다. 요리였습니다. 세칭 서울의 명문대(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학생에서 학업 도중 요리사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저의 폭탄선언에 저의 부모님은 망연자실하셨습니다.”

-어떻게 극복했나.

“한국에서 외식업의 가능성은 분명 저평가 되어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꾸준히 요리사라는 길을 가게 된다면 그 가능성을 충분히 끌어올려 외식업의 발전과, 문화적인 공헌에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완강한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였습니다.”

(역시 삶은 저지르는 자의 몫인 것 같다. 그는 서울 홍대 앞의 작은 레스토랑에서 셰프의 첫 발을 딛는다. 난생 처음 보는 식재료들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식재료들 또한 저마다의 숨겨진 가치를 발하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서울의 솔티노스와 마더스오피스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솔티노스의 산티노 소르티노 셰프한테서 이탈리아 요리의 기본을 배운다. 산티노 셰프는 현재 서울 신사동의 그라노(Grano)에서 활동 중이다. 서울시 청담동에 위치한 마더스오피스는 그가 헤드셰프로서 첫발을 내디딘 곳. 거기서 유럽각국의 요리들을 수제버거에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다. 이로 인해 세계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버거들을 선보여 수제버거 붐과 더불어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는다. 그로 인해 ‘보그(Vogue)지 선정, 한국을 대표하는 영셰프 6인’으로 소개되고 마더스오피스 또한 삼성카드 선정 국내 TOP 50 레스토랑에 선정된다.)

◆대구 레스토랑계에 한 마디

-대구 레스토랑 문화에 대해 할 말이 많겠다.

“사실 대구에 내려와서 느낀 점은 특수 식재료를 구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바질, 타임 등의 필수 허브류를 파는 업체가 거의 없었을 뿐 아니라. 버팔로 모차렐라, 특수 파스타류 등의 구매에 한계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특수 식재료 조달이 어렵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없다는 단적인 예이고, 수요가 적은 상태에서 공급받는 만큼 저희 레스토랑은 서울에서보다 높은 가격으로 허브류와 치즈류 등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대구에서는 고가의 레스토랑문화가 널리 정착되지 않은 이유로, 가격은 서울에 비해 낮게 받아야 하는 지역적 한계 때문에 재료선정과 가격결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라 루체만의 색깔은 뭔가.

우린 파스타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레스토랑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일종의 ‘Contemporary European Restaurant’입니다. 프랑스 요리, 이탈리안 요리 등의 경계 없이 유럽권 내의 여러 음식들을 다양하게 선보일 겁니다. 현재 10여종류의 파스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알리오 올리오, 봉골레 등 많이 알려진 파스타에서부터 부가티니면을 사용하는 아마트리치아나, 감자 뇨키 등 일반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파스타들도 있습니다. 현재의 외식업계는 상업성과 편리성에 의해 많은 부분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인건비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사용되는 각종 가공 소스류와 육수베이스 분말 등이 그것입니다. 최고급 호텔의 레스토랑에서조차도 이러한 ‘제품’을 사용하는 세태는 분명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과제입니다.”

◆ 대구에 없는 식재료 많다

-좋은 식재료가 많아 보이더라.

“카프레제(카나페처럼 토마토에 치즈를 올린 것)에 쓰이는 버팔로 모차렐라를 들 수 있죠. 이탈리아 캄파니아 지방의 물소젖으로 만든 버팔로 모차렐라는 수급에 굉장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 식재료의 경우 국내에 들어오는 데에 통관이 원활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수급이 어려울뿐더러, 대구시내에서 쓰고있는 레스토랑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구에서 받기에는 더욱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생치즈의 특성상 유통기한도 짧기 때문에 설령 받는다 해도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물론 대체 가능한 카우 모차렐라나 냉동 모차렐라도 있지만 최고의 식재료를 손님께 선보인다는 신념상 조금이라도 더 부드러운 촉감과 탄력감, 확실한 풍미의 존재감이 있는 캄파니아 특산 버팔로 모차렐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있어서도 쓰임에 따라 달리 사용하고 있으며, 중간조리용으로는 데체코사의 올리브유, 샐러드 드레싱용으로는 향이 매력적인 콜라비타 올리브유, 파스타 조리의 마무리 단계에서는 세계적인 스타셰프 알랭 뒤카스와 필립 로샤 등이 사용하는 테레보르마네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에 대해 할 말이 있는가.

“우린 경산에서 올라오는 1등급을 사용하는데 10일 이상 숙성을 합니다. 200g에 3만5천원인데 가격대로 상당한 만족감을 느낄거라고 봅니다. 고기가 안좋거나 냉동 제품은 피비린네가 나죠. 좋은 고기는 절대 피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를 보좌하는 3명의 셰프도 요리에 감각이 있다. 서울 이태원 라보카란 레스토랑 출신인 써니씨는 홀매니저이고 소믈리에면서 음악을 컨트롤 한다. 써니씨와 자매간인 루치아씨는 일본 핫토리 영양전문학교 출신이고 디저트 등에 능하다. 모친은 샐러드를 담당한다. 개업식도 안하고, 전단지도 안 돌리고, 묵묵히 진검승부를 하고 있는 그가 대구를 떠나지 않고 양식의 새로운 역사를 써갔으면 좋겠다.)

▨라 루체=중구 삼덕동 45번지. (053)606-0733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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