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포유 선정 ‘경북 솔숲 촬영지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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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운문사 들머리 솔숲은 한국의 대표적인 사찰송림 중 하나다. 지난 달 31일 매표소에서부터 병풍처럼 늘어선 수백그루의 낙락장송이 탐방객을 맞이하고 있다. |
숲은 생명이다. 숲에는 풀과 나무가 있고, 곤충과 새 등 온갖 동물이 있다. 숲은 치유다. 사람은 숲에서 쉼과 평안, 위로를 받는다.
숲은 한 나라의 경제·문화적 수준의 척도다. 숲이 우거지고 조림이 잘 된 나라는 선진국인 반면 숲이 파괴되고 황폐한 국가는 후진국이다.
숲 중에서도 솔숲과 같은 상록침엽수림은 활엽수림보다 피톤치드나 테르펜의 방출량이 훨씬 많다. 이 방향성 물질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식물성 살균물질이나 사람에겐 이롭다.
소나무는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그러므로 솔숲 역시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이다. 멋진 솔숲은 그냥 자연스레 생긴 것일까. 아니다. 아름다운 솔숲은 인간이 정성들여 가꾼 것이다. 가만히 두면 활엽수 등 다른 수종이 소나무를 밀어내고 득세한다.
소나무 박사 전영우 국민대 교수(산림자원학과)는 인구밀집지역에 형성된 솔숲은 농경사회에서 인간의 지속적인 간섭으로 만들어진 ‘인위적 극상(極相) 상태의 숲’이라고 말한다. 극상이란 수종이 변하지 않고 안정된 상태다. 이 땅의 소나무 숲은 1천년 이상 유지됐다고 본다. 하지만 일제의 남벌, 6·25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 대표적인 전통경관이었던 솔숲이 많이 사라졌다.
전 교수에 따르면 40년전 전체 삼림면적의 60%이상을 차지하던 솔숲이 25%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농촌인구의 유실과 도시화로 인가 주변 솔숲이 혼효림(混淆林)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게다가 1960~70년대에는 송충이와 솔잎혹파리로, 근래에는 소나무재선충 같은 병으로 고사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앞으로 100년 뒤 이 땅에서 소나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학계의 보고도 있다.
이제 우리가 감상할 수 있는, 그림같은 솔숲은 왕릉이나 사찰, 유림이나 문중에서 특별히 관리하던 숲뿐이다. 보존된 솔숲은 이 땅의 풍토가 만들어낸 또 다른 생명·문화유산이기에 더욱 소중하다.
대구·경북지역의 소나무는 4월 한달간 새순으로 갈아입고, 5월 중순까지 송홧가루를 날리며 수정을 한다. 6월의 솔숲은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한껏 발산하는 계절이다.
이럴 때 매연 대신 솔숲을 천천히 걸으며 솔향기를 맡아보면 어떨까. 번쩍거리는 간판과 스마트폰의 액정 대신 솔잎을 바라보며 눈을 씻으면 어떨까. 자동차소음 대신 솔바람 소리를 들어보자. 귀를 기울이면 “또르르, 또르르” 지저귀는 방울새 소리, 봄이 지났다고 구슬프게 울어대는 뻐꾸기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맨발로 솔밭 길을 걷는 감촉은 또 어떨까. 손으로 소나무 껍질을 한번 쓰다듬어 보자. 노송을 끌어안고 노송의 밑둥치에 깊게 팬 상처가 왜 생겼는지 물어보면 더 좋겠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는 경북지역의 ‘소나무 숲 촬영지 베스트 파이브’를 선정해 소개한다. 또 그곳 솔숲의 특징과 유래 등에 대해 알아봤다. 한편 소나무 화가 차규선 화백과 나무 고고학자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임산공학과)로부터 소나무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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