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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플리츠 플리즈

2012-08-25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플리츠 플리즈

IT산업계의 신화적 인물인 스티브 잡스가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즐겨 입었던 검정색 터틀넥 티셔츠를 기억하는가. 살아생전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잡스가 그의 옷장에 수백여벌의 터틀넥을 보관할 만큼 강한 애정을 주었던 이 옷은 바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플리츠 플리즈(Pleats Please)’의 제품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디자인으로 실용성까지 겸비한 플리츠 플리즈의 컬렉션이 단순함과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의 디자인 철학과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플리츠 플리즈는 일본의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Issay Miyake)가 1993년 론칭한 독립적인 라인의 브랜드로, 플리츠(Pleats)라는 이름 그대로 ‘주름’과 ‘한 장의 천’을 디자인 철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 무사의 갑옷과 여인의 기모노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일본 전통 오징어잡이 종이와 신사의 종이접기 등에서 유래한 플리츠 플리즈는 패션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플리츠 플리즈의 제품은 디자인에 과학기술을 접목하여 폴리에스터 소재에 주름을 잡아 30t의 롤러 압력을 주어 직선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다. 가볍고 구김이 없어 활동성이 높고, 주름진 조형성을 인체에 적용하여 매우 직선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가진다. 컬러가 고급스럽고 실루엣이 우아한 장점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재의 경량성과 형태 복원력이 탁월해, 접었다 입어도 금방 다림질해 입은 것처럼 멀쩡해져 실용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플리츠 플리즈의 옷을 흔히 접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실용성 때문이다. 이 브랜드를 즐겨 입는 중년 여성들은 장기간의 여행을 위해 플리츠 플리즈 제품을 필수적으로 준비한다. 여행지에 도착해 가방에서 꺼내 입어도 방금 옷장에서 꺼내 입은 것처럼 산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플리츠 플리즈의 예술적 가치를 존중함에 앞서 편하고 실용적인 매력에 사로잡힌다.

플리츠 플리즈의 창시자인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는 ‘옷은 육체와 정신의 자유를 동시에 증대시키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주름의 천재라 불리며 패션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새로운 직물에 대한 그의 연구와 창조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일본 전통에 미래적인 감각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완성했다. 그는 플리츠 플리즈를 통해 신체를 조이거나 강조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는 데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단지 옷감을 누비고, 주름잡고, 비트는 과정으로 옷의 외형만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몸과 공간의 모순 속에서 옷이 아닌 자신의 몸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플리츠 플리즈는 1993년 론칭 이후 1997년까지 70만여벌이 팔리는 쾌거를 올렸다. 다트나 지퍼없이 패브릭만으로 제작한 튜닉, 베스트, 드레스, 팬츠의 4개 아이템은 서로 겹쳐 입기가 가능해 레이어링으로 인한 배색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다.

플리츠 플리즈는 주름이라는 단일 모티브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창조 제품의 세계를 열고 있다. 혁신과 창의성, 그리고 빛나는 아름다움은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도전과 노력의 결과물이다. 플리츠 플리즈의 패션은 실용이기에 앞서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걸작이다.

<프리밸런스·메지스 수석디자이너>

[장현미의 브랜드 스토리] 플리츠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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