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소스아카데미’ 가 대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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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샐러드와 생선요리에 잘 어울리는 황매목(한약재)오렌지비네그레트 소스를 곁들인 콜리플라워 무스. 오왕규 계명문화대 식품영양조리학부 교수가 독창적으로 개발한 토종 소스다. |
상당수 지역 오너셰프들은 ‘대구가 소스 1번지’라는 걸 잘 모른다.
수성구 수성4가동에 있는 핀외식연구소(소장 황문교)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론칭한 소스아카데미. 현재 대구에서 생겨나 지금 전국 각처로 전파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지역에선 소스를 요리학적으로 접근하려는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냥 기본 양념 정도로 이해했다.
2005년 6월 소스아카데미가 대구에서 생겨난다.
‘미스터 소스’로 불릴 정도로 동서양 요리의 소스체계를 나름대로 집대성한 신라호텔 주방 출신인 최수근 경희대 호텔조리학과 교수가 영남대 교수로 잠시 내려왔을 당시 영남외식연구소(현 핀외식연구소 전신) 임현철 소장(현재 대구가톨릭대 외식식품산업학부·한국향토음식진흥원장)과 만나 의기투합을 한다. 그렇게 해서 음식이 가장 맛이 없고 식성이 보수적인 대구에 선진 요리 인프라 하나가 구축된다.
차츰 양념 수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맛을 연출하려는 셰프들이 모여들었다. 1기 때는 30여명이 모였다. 식당주는 물론 심지어 요리학원 원장, 요리과 교수 등도 있었다.
다들 소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자기 음식은 잘 알아도 다른 장르의 음식 소스에 대해서는 무지할 수밖에 없었다.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강사를 대구로 불러들였다.
중식의 경우 이면희 셰프(현재 서울 이면희 학원 원장), 양식의 경우 조우현 셰프(현재 서울 북촌의 레스토랑 플로아 대표), 한식의 경우 청와대 한식 담당자였던 이옥덕씨(현재 신라호텔 한식부 근무)·현석기 셰프(<주>놀부 메뉴개발팀장) 등 70여명의 명강사가 지나갔다. 막강 강사진이었다.
15주 과정을 배우는데 한·중·일·양식 기본 70여가지 소스를 배우게 된다. 통상적으로 한 기수 당 13여명의 강사진이 온다. 소스도 세분화시켰다. 한식 중 육류 전문 소스, 한정식 전문소스, 퓨전 요리 소스, 나중에는 김치와 장아찌, 양식의 경우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 관련 소스, 중식도 지역별 소스를 알려줬다. 그것만 배우면 응용력이 생겨 자기만의 창작 소스를 만들 수 있었다.
수료식 때 수강생이 한 가지 창작 소스 발표회를 가진다. 이 과정에 여름철 물회 소스도 개발됐다. 2천만원짜리 냉면 소스도 회원끼리 공유했다.
대구에서 붐이 일자 3기가 개강되면서 서울과 부산에서도 오픈됐고 현재 대전과 광주, 청주 등 6개 지역에서 진행이 되고 있다. 거의 대구에서 직영을 한다. 현재 대구의 경우 18기(8월말~12월초)가 포진해 있다.
매년 2월말과 8월말에 개강하며 기수별로 커리큘럼이 바뀐다.
가장 열정적인 셰프는 들안길 한정식 전문점 용지봉 변미자 사장. 1기 때 등록해 아직까지 배울 게 있다면서 온다.
변 사장은 표고 탕수육은 물론 지역에서 명이나물 장아찌 붐도 일으켰다. 소스 아카데미 덕분에 그날 배운 걸 밤에 응용해 만들어 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음식에 맞는 본연의 소스를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달서구 본리동 갈비둥지의 나호석 사장도 소스의 중요성을 알고 소스 담장 직원까지 발굴하기도 했다.
아카데미 역사를 줄곧 지켜봤던 윤기호 팀장은 “소스를 배우고 난 뒤부터 식당하는 건 겁 내면서도 음식 만드는 것은 별로 겁내지 않더라. 여기 들어오기 전에는 식당 문 여는 건 겁을 안 내면서 요리는 더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지역 식당 상당수는 소스에 대한 개념이 아직도 약하기 때문에 여기 와서 한 번 들으면 자기 음식이 아니라 남의 음식을 어떻게 만드는지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로 인해 성공적으로 식당을 꾸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15주 수강료는 140만원이다. 1차 수강 뒤 재 접수하면 28만원만 내면 수업을 받도록 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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