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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2013-02-01

돌강·너덜·나마·돌알·판상절리·탑바위…비슬산은 빙하기 자연학습장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비슬산 대견사지에는 여러 형상의 탑바위(토르)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동화사와 달성군이 대견사를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어서 중창 이후 탑바위를 멀리서 제대로 조망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조감도)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비슬산 자연휴양림 임도가 시작되는 왼쪽 지점에 넓은 너덜지대가 형성돼 있다. 전영권 대구지오 자문위원(앞)이 정만진 위원에게 너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임도 입구 오른쪽엔 돌강을 전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있다.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비슬산 강우관측레이더기지 부근엔 너덜지대의 형식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톱(칼)바위가 있다.
대구 빙하기 흔적 답사
비슬산 대견사지 부근에 있는 거북등바위.


◇비슬산

휴양림 임도 좌우로 너덜·돌강 함께 관찰
길이 1.4㎞ 돌강은 천연기념물로 지정…
한때 각종 개발로 중간 중간 끊겨 흠

대견봉까지 오르면 탑바위·톱바위 관찰
대견사 복원되면 멀리서 조망 불가능

금수덤서 보는 너덜은 한폭의 그림 ‘탄성’
전망대 설치 준비중


◆비슬산

지난 달 26일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팀은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날씨 속에 빙하기 시대 흔적을 찾아 비슬산 일대를 답사했다.

취재에 동행한 전영권·정만진 대구지오 자문위원은 100회 가까이 비슬산을 탐방한 경력이 있다. 둘은 비슬산의 돌강과 너덜을 비롯한 빙하기 지형의 자연과학적 가치를 일찍이 인식하고 홍보하는 데 열정을 기울이고 있다.

비슬산 계곡을 따라 흐르는 화강암은 중생대 말 백악기 깊은 땅 속을 뚫고 들어온 마그마가 굳어 형성됐다. 비슬산은 빙하기 돌강, 너덜, 가마솥바위(Gnamma·나마), 돌알(핵석), 푸석바위, 판상절리, 탑바위(토르), 거북등바위(다각형 균열바위), 고위평탄면 등이 산재한 그야말로 자연학습장이라고 할 수 있다.

비슬산 입구에 있는 소재사(消災寺)를 지나 비슬산자연휴양림 관리사무소로 가는 오른쪽 계곡엔 17일까지 얼음축제가 열리는 가운데 얼음빙벽과 각종 얼음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1996년 이곳이 자연휴양림으로 개발되고, 얼음축제를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돌강은 해발 1천m지점에 위치하는 대견사지 등산로 건너편 해발 900m에서 시작돼 등산로를 중심으로 양쪽사면에서 2개의 돌강이 내려와 해발 700m지점에서 합류함으로써 450m지점까지 이어지다가 소재사 아래 계곡까지 2㎞에 걸쳐 흘러내렸다.

하지만 현재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돌강의 길이는 1.4㎞, 최대 폭은 80m 정도다. 다행히 2003년 비슬산 돌강이 천연기념물 제435호로 지정되면서 더 이상 훼손이 불가능하게 됐다.

휴양림관리사무소를 지나 시멘트포장 임도를 따라 올라가면 왼쪽으로는 너덜지대, 오른쪽으로는 돌강을 함께 관찰할 수 있다. 뷰포인트는 임도 출입통제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달성군이 나무 계단과 데크를 만들어놓았다.

왼편 너덜은 휴양림 시설인 자작나무집 부근에서 가장 잘 관찰할 수 있다. 탐방객이 너덜지대에 올라가 작은 돌탑을 쌓아올린 모습이 눈에 띈다. 오른편 돌강에서는 최대 직경 10m에 이르는 큰 돌도 발견할 수 있지만, 너덜지대 돌은 돌강의 돌보다 작고 뾰족하다. 비가 내리면 깊이 5m에 이르는 돌강 바닥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전영권 위원은 “시멘트포장 임도와 자연휴양림 개발, 사방댐과 연못 조성 등으로 돌강이 훼손돼 중간 중간 끊겨진 점이 아쉽긴 하지만, 비슬산 돌강은 학술적으로 후빙기 한반도가 주빙하기후 환경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지형”이라고 밝혔다.

임도를 따라 오르는 길은 완경사에 구불구불한 길이다. 길 가장자리엔 눈이 발목을 덮고 길 가운데는 꽁꽁 얼어붙어 빙판이다. 중턱쯤 다다르자 임도 아래 위로 돌강이 넓게 펼쳐져 있는 모습을 잘 관찰할 수 있다. 눈에 덮인 바위가 겨울을 실감케 했다. 발가벗은 나뭇가지 사이로 멀리 대견봉과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이 보인다. 체인을 감은 트럭이 조심조심 털털거리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트럭은 산 정상 부근에서 멈췄다. 냉기를 머금은 공기가 폐부를 씻어낼 만큼 상쾌하고, 짙푸른 하늘에 눈이 시릴 정도다. 서쪽으로 낙동강과 눈에 덮인 가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리면 돌의 모습을 제대로 촬영할 수 없는데 하늘이 도왔다. 지오팀은 비슬산 강우레이더기지 전망대에서 사방을 둘러보기로 했다.

대견봉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빙하기 지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견사지 뒤편 ‘탑바위(토르)’와 강우레이더기지 부근 너덜지대 ‘톱(칼)바위’다.

탑바위는 많은 바위들이 기립한 상태에 또 다른 바위가 층층이 쌓여있는 것을 말한다. 대견사지 주변에 산재한 부처바위·곰바위·코끼리바위·소원바위·상감모자바위 등이 탑바위에 해당한다. 흔들바위도 일종의 탑바위라고 할 수 있다.

톱(칼)바위는 너덜이 되기 직전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돌 사이 틈이 벌어져 일부 바위는 낙하하고 일부 바위는 비스듬하거나 쭈뼛하게 서 있다.

대견사지 뒤편 탑바위는 대견사지를 중창하고 나면 멀리서 조망이 불가능하다. 현재 대견사를 중창하기 위해 흙무더기를 쌓아놓았다. 과거 자연이 빚은 돌을 과학적으로 해석하지 못한 가운데 절을 세웠다면 이해하겠지만, 비슬산이 빙하기 자연학습장이란 걸 천하에 공개한 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절을 중창하는 이유가 뭘까.

정만진 위원은 “비슬산 아래 유가사(瑜伽寺)의 이름이 ‘옥구슬(瑜)과 부처(伽)로 이루어진 사찰’이란 뜻인데, 기기묘묘한 토르의 형상을 보노라면 유가사를 작명한 이의 안목을 알 수 있겠다”고 말했다.

지오팀은 여러 형상의 탑바위를 감상한 뒤 하산길에 나섰다. 정 위원의 안내에 따라 지오팀은 비슬산 북서쪽 금수덤(바위)에 올라가 탁 트인 정면에서 너덜지대를 바라보기로 했다. 금수덤은 황금색 샘물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실제 바위 아래 샘물은 누렇다고 한다. 임도에서 금수덤 바로 아래까지는 시멘트포장이 돼 있다. 밑에서 밧줄을 잡고 산허리를 5분간 오르면 금수덤에 오른다.

금수덤에서 바라보는 너덜지대는 지금까지 본 어느 너덜보다 완벽한 ‘한 폭의 한국화’라 할 수 있다.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눈으로 덮인 수많은 바위에 햇볕이 반사돼 눈이 부신다. 옛 사람은 큰비에 산사태가 나서 계곡에 굴러 떨어진 돌이려니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세계에서 제일 멋진 너덜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다.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왜 이런 곳에 정자나 전망대를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드는데, 한준욱 비슬산휴양림관리담당이 “금수덤에 전망대를 만들어 돌강과 너덜을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대구테크노폴리스 입주업체가 비슬산 자락에 다 들어차고, 탐방객이 늘어나면 비슬산 돌강과 너덜의 진가가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과 탐방객의 편의를 위해 전기차 등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했다.

한편 비슬산에서는 거북등을 닮은 거북등바위, 즉 다각형 균열바위도 많이 발견된다. 거북등바위는 학술용어로 ‘박리(Exfoliation)’라고 하는데 일종의 돌껍질이다. 석영·장석·운모로 구성된 화강암이 팽창, 수축하면서 조직 간에 틈이 생겨 마치 거북 등처럼 형성됐다.


◇다른 지역

팔공산 서봉-비로봉 사이에 수십m 돌강…
갓바위·약사여래입상 전형적인 탑바위

응해산 돌무지 장관 가산산성에 거대 돌강
최정산에도 너덜 존재

◆팔공산·응해산·가산·최정산

지난 달 24일 전영권 위원과 기자는 빙하기 흔적을 찾기 위해 눈발이 휘날리는 궂은 날씨에 팔공산 산행에 나섰다.

전 위원에 따르면 팔공산 역시 비슬산과 마찬가지로 화강암지대로 구성돼 있다. 비슬산만큼 빙하기 지형을 한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은 없으나 서봉과 비로봉 사이 바위골 폭포와 수태골을 따라 중간 중간 수십m에 이르는 돌강을 만나볼 수 있다.

전 위원은 “갓바위와 석조약사여래입상은 전형적인 탑바위”라며 “비슬산과 달리 팔공산을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자연지리보다 인문학적 설명에만 치우친 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팔공산순환도로를 따라 파군재로 내려오면 대한수목원 뒷산 응해산의 너덜을 감상할 수 있다. 두 봉우리 아래 암석낙하(Rock fall)한 거대한 돌무지가 장관이다.

칠곡군 가산산성 주변 등산로에서도 돌강이 관찰된다. 가산산성 주차장 바로 위에는 비슬산 못지않은 거대한 돌강이 있다. 또 임도를 따라 산행을 하다보면 중간 중간 기다란 돌강과 푸석바위, 돌알, 거북등바위 등 빙하기 흔적을 관찰할 수 있다. 가산의 돌강은 한 눈에 봐도 너덜과 다름을 알 수 있다. 돌이 크고 둥글며 일정한 장축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빗자루로 돌을 쓸어 올려 가산산성을 만들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데, 이 돌이 바로 돌강의 화강암이다.

너덜은 달성군 가창댐을 따라 헐티재에 이르는 최정산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산사태로 돌이 무너져 내린 게 아니라 빙하기 풍화와 침식으로 형성된 화강암지형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진리를 빙하기 대구 지형을 답사하면서 얻은 깨달음이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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