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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끝까지 학생을 믿어줘야, 제자가 설사 조폭이라도 말이죠”

2013-03-16

■영화 ‘파파로티’실제 모델 김천예술고 서수용 교사 ‘진정한 사제·소통’ 귀감
한때 검은 늪 빠진 제자 헌신적 뒷바라지 통해 훌륭한 성악가로 키워

“교사는 끝까지 학생을 믿어줘야, 제자가 설사 조폭이라도 말이죠”
15일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모델인 김천예술고 서수용 교사가 음악연습실에서 제자인 ‘고딩 파바로티’ 김호중군과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활짝 웃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지난 14일 개봉한 영화 ‘파파로티’는 쉽게 말해 성악가가 된 건달 이야기다. 성악에 대한 천재적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괴짜 선생을 만나 진정한 음악인으로 성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의 실제 모델은 김천예술고의 서수용 교사(53)와 2010년 졸업한 김호중군이다.

김군은 알려진 대로 한때 나쁜 길로 빠져 조직폭력배와 어울렸다. 그런 그를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한 사람이 바로 서 교사다.

15일 김천예술고 음악연습실에서 만난 서 교사는 여전히 열정적으로 제2·제3의 김군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이날 오전 360명의 학생들과 함께 영화를 봤다는 서 교사는 “호중이를 처음 봤을 때 외모에서 풍기는 거부감도 적지 않았지만 그의 음악적 재능에서 느꼈던 충격도 컸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에도 나오듯 6개월간의 등·하굣길을 동행한 것이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가장 고음처리가 어렵다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불러 인터넷을 달군 이야기는 서 교사에게도 다시 한번 감동으로 다가온다.

서 교사는 “호중이가 조직의 ‘넘버3’라든가, 내가 학생을 위해 조직의 보스에게 발목이라도 내주겠다고 했던 것은 영화적 재미일 뿐 사실과는 다르다”며 겸연쩍은 웃음을 짓기도 했다. 사실과 픽션의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관객이 먼저 안다.

그렇다면 ‘김호중 성공스토리’는 조금의 굴곡도 없는 뻥 뚫린 고속도로 같았을까.

서 교사는 “처음 대구에서 호중이를 데리고 왔을 때 모든 학교 구성원이 고개를 저었다. 내가 책임지겠다는 말을 했지만 설득하지 못하고 있을 때 이신학 교장 선생님이 교육의 기본을 생각하라며 힘을 실어줘 오늘날의 호중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콩쿠르에서 예선 탈락하고 10여일간의 가출 뒤에 자퇴하겠다는 호중이와 얼싸안고 운 일도 당시에는 무척 힘들었지만 이제는 추억이 됐다”며 웃었다.

그럼 무엇이 서 교사와 김군을 이렇듯 끈끈하게 이어주었을까.

서 교사는 “호중이와 나는 단순한 선생과 제자가 아닌, 음악이라는 것을 매개로 해서 정서적으로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김군은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이 있더라도 자신을 믿어주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던 것이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생자살과 관련해 서 교사는 할말이 많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처음 담임을 맡았다는 서 교사는 “언뜻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아이들이 어른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 같지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대부분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학교 생활을 위한 가장 기본 관계인 담임과 학생이 정서와 감정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소통한다면 최소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만은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 교사는 교육당국에 대한 아쉬움도 동시에 토로했다. 그는 “담임 업무 경감을 위한다며 새로운 대책이 내려와도 기존 정책의 대체가 아니라 추가 업무일 뿐인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잡무를 처리하다 보면 아이와의 상담이 형식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당국의 지침에서 학기 시작 후 1주일 안에 학생상담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 그렇지만 담임 1명이 수업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활용한다 해도 학생 40명을 상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 교사는 새학기가 시작된 지 2주째인 이 날도 학생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 한명에게 최소 30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진정한 의미의 상담을 하고 있다는 서 교사는 “버릇없을 것 같던 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보일 때 마음의 상처가 느껴져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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