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일자리 지역 강소기업이 답이다] <끝> 좌담회
학생들도 일자리 철학 가져야
지역 우수 인재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들이 일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와 지적이 ‘미스 매치’에 의한 것이라는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강소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청년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많다. 영남일보와 대구시는 공동으로 지난 몇 년 동안 미스 매치 해소를 위해 지역 강소기업을 알리는 데 힘써 오고 있다. 올해도 ‘청년 일자리, 지역 강소기업이 답이다’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대구시의 강소기업 육성 정책을 비롯해 강소기업을 현장취재해 소개했다. 취재를 통해 기업과 청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번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23일 전영 경제부 차장 사회로 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김준현 삼우기업 대표·옥광세 땅땅치킨 대표·정맹준 경북대 인재개발원 부원장(무순)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가졌다.
- 청년 일자리 문제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좋은 일자리’다. 지금은 대기업은 좋은 일자리, 중소기업은 나쁜 일자리라는 이분법만 존재하는 것 같다. 현장에서 지켜봤을 때 학생들은 일자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학생들도 일자리 철학 가져야
中企에 대한 어드밴티지 아쉬워
현실에 급급해 미래비전 부족
과감한 투자로 비전 심어줘야
△김준현 삼우기업 대표(이하 김 대표)= 직업을 갖는 이유는 의식주 해결이나 자아실현 등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 두 가지를 모두 해결하면 좋겠지만, 한 가지를 선택한다면 자아실현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청년들은 막연히 취업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움직이지, 대학 초년생 때부터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일자리에 대한 철학이 없다면 결국 조잡한 일자리를 얻을 수밖에 없다. 가치관이나 자아실현에 대한 철학을 갖고 일자리를 갖는다면 좋은 일자리가 될 것이다.
스타기업 선정돼도 지원 못받아
대구시 단독의 지원정책 필요
학생-기업 연결시켜주는
취업프로그램 지속적으로 확대
△옥광세 땅땅치킨 대표(이하 옥 대표)= 우리 회사도 신입직원을 많이 뽑지만 학생들이 취업을 맹목적으로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 때부터 인성에서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취업 기준에 맞는 비전제시 부족
인재 기다리지 말고 발굴해야
도전적인 소기업 늘어나도록
대구시도 창업지원 앞장서야
△정맹준 경북대 인재개발원 부원장(이하 정 부원장)= 일자리에는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자아실현의 의미까지 포함되지만, 지금 청년들이 추상적이고 맹목적으로 돈을 쫓는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런데 학생들의 취업 기준은 얼마나 오래 근무할 수 있느냐를 본다는 것이다. 임금은 생활비 지출 등을 생각해 보았을 때 대구가 서울에 비해 적지 않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근무할 수 있는지, 이곳을 디딤돌로 창업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비전 제시가 없다. 청년들은 비전이 있는 회사를 선호하게 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지역 기업의 홍보가 필요하다.
- 기업입장에서는 우수 인재를 뽑고 싶은 생각이 많을 텐데. 실제로 우리 지역기업에서 만족할 만한 우수 인재가 많은지.
△김 대표= 좋은 인재를 뽑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역기업이 우수 인재를 뽑기 위한 조건을 대기업처럼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우수 인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의 대기업이 아니라 대구에서 부모님과 같이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대기업에 취직하면 승자, 중소기업은 패자라는 획일적인 방식이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이런 학생들은 지역 강소기업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인재에 대한 DB가 없다.
△정 부원장= 대학과 기업이 분리되어 있다. 학생들을 기업이 원하는 인재로 키우기 위해 현장경험을 쌓아주려고 해도 현장실습 인원이 너무 적을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 기술유출 등의 이유를 들어 싫어한다. 현장에 가더라도 핵심이 아닌 허드렛일만 시키다 보니 학생들에게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학생들도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지 못한다.
특히 요즘 학생들은 취업기준을 ‘3600점’으로 이야기한다. 대학 평점(4.0 기준)과 토익점수(900점 기준)를 곱한 것이다. 이런 획일적 방식이 아니라 영업이나 총무 등 업무에 맞는 능력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주문제작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인재가 오지 않는다고 푸념할 것이 아니라 직접 발굴해야 한다.
中企에 각종 사업 우선권 주는 등
지역 기업 맞춤형 제도 만들겠다
학생들이 대구 중견기업 잘 몰라
우수기업 탐방 프로그램 강화
△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이하 안 국장)= 과거에는 대기업이 기업설명회를 대구지역 대학에서 개최하고 업어서 갔다. 당시 고도성장기에는 대학생이라면 우수인재의 개념이 아니라 모두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장이 지체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인재의 개념이 바뀌었다. 우리 대구는 수많은 대학을 가지고 있지 않나. 대학이 있고 학생이 있는 한 대구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정책들이 현장에서는 미스매치가 발생한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옥 대표= 스타기업으로 선정됐는데, 여러 가지 지원사업에 신청하려고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신청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자금 부분에서 혜택이 분명하지만 기준에 맞지 않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원제도를 정부 기준에 맞출 것이 아니라 시에서 단독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은 이미 성장한 중견기업에 맞춘 것이다. 아직은 기준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중소기업인 것이다.
△김 대표= 부실에 대한 위험부담 등에 의해 기준을 없앨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들에 어드밴티지를 줄 필요는 있다. 또 인재에 대한 지원도 아쉽다. 대구시는 대기업 유치에 올인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걱정이다. 상대적으로 근무여건이 좋은 대기업이 오면 기존 중소기업들의 인력을 뺏기게 된다.
△안 국장= 지원사업에서 대출부실문제 등을 간과할 수는 없겠지만 각종 사업에 우선권을 주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지역 기업들의 고충을 적극 반영해 지역 기업을 위한 맞춤형 제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들도 스스로 자기 회사에 대한 비전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겠는가.
△옥 대표= 좋은 지적이다. 일단 기업들이 일정한 규모가 넘어서면 미래에 대한 생각이 부족한 것이 맞다. 그런데 아무리 옆에서 이야기해줘도 스스로 깨우치지 않으면 안 된다. 나도 그랬다. 따라서 CEO에 대한 교육이나 이들을 자극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한다면 몇 %는 대단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 대표= 현실에 급급하다 보니 기업 미래비전이 부족한 것 같다. 우리 회사만 보더라도 과감한 연구투자로 성장했다. 연구투자가 적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회사발전을 위해서라도 미래분야에 과감히 투자함으로써 사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 부원장= CEO가 미래 비전을 모른다면 미래비전을 생각하는 인재를 채용하면 된다. 정주영·이건희 회장은 본인의 능력은 제쳐 두더라도 인재를 찾을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런 점이 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창의적으로 회사 미래까지 고민하는 인재에게 회사는 더 많은 월급을 주고 싶고, 월급을 많이 받은 인재는 더욱 열심히 일한다. 서로 맞물려 발전하게 된다.
김준현 삼우기업 대표·안국중 대구시 경제통상국장·정맹준 경북대 인재개발원 부원장·옥광세 땅땅치킨 대표(왼쪽부터)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역 강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대구시와 기업·대학이 정기적으로 만나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
- 이야기를 진행하다 보니, 대구시와 기업·대학(학생)들이 서로를 잘 몰랐기 때문에 각자는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로 맞물려서 발전하거나 시너지를 발휘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대화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안 국장= 학생들이 대구 중소기업들은 소기업만 있고 중견기업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기업들을 알리고 학생들을 만나게 해주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영남일보와 함께 우수기업 최고 청년 만남의 행사를 가졌다. 여기서만 30여명이 취업했다. 올해도 지역 스타기업이나 월드클래스300 등 정부에서 공인된 기업들을 탐방할 예정이다.
△옥 대표= 기업탐방은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다.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학생과 기업을 연결시켜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 회사도 대학과 연계한 취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여한 학생들은 교육 후 2명씩 조를 이뤄 새로 출점시키는 점포에 점장으로 내보낸다. 이후 점포 수를 1명당 5개 정도 늘리면서 운영 노하우를 익히고 자신의 점포를 창업하게 된다. 학생들이 확실한 미래 비전을 갖게 된다.
△김 대표= 학교나 관에서도 기업에 대해 관심은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대화가 잘 되지 않다 보니 정작 가려운 부분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서로가 변화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기업은 이렇게, 또 학생은 이런 방향으로 바꾸어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앞으로 자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다 보면 분명하게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도 창의적인 인재가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업무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 부원장= 기업 입장에서는 ‘3600점’에 맞춘 인재보다 중요한 것이 열정과 욕구가 있는 사람이다. 취직 자리가 아니라 사업 파트너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장기적으로 창업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의 약점은 저임금이다. 하지만 최대 강점은 쉽게 배울 수 있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소기업에 오는 이유는 당장의 임금보다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 도전적인 소기업이 늘어나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청년이 늘어날 수 있도록 대구시에서도 창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
정리=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사진=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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