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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百서 신세계 브랜드 팔고…G마켓서 롯데百 상품 팔고

2013-08-03

[y 스페셜] 유통업계 ‘오월동주’의 경제학
예전엔 상상도 못한 일
불경기 장기화되면서 명분보다 실리 중요시
시너지 내며 윈윈효과

롯데百서 신세계 브랜드 팔고…G마켓서 롯데百 상품 팔고
롯데百서 신세계 브랜드 팔고…G마켓서 롯데百 상품 팔고
대구시 북구 칠성동 홈플러스 대구점을 찾은 쇼핑객들이 1층 패스트푸드점 자리에 있는 롯데리아로 들어가고 있다. 이 매장뿐만 아니라 대구에 있는 홈플러스 9개 매장 중 경쟁관계인 롯데와 이랜드 계열의 외식업체가 입점해 있는 곳은 6곳, 전체의 66%를 차지하고 있다(위쪽). 롯데아울렛과 롯데마트 율하점이 있는 롯데쇼핑플라자 1층에는 NC아울렛 등 경쟁관계에 있는 이랜드 그룹의 외식업체인 ‘애슐리’가 입점해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경제계에 ‘적과의 동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끝을 알 수 없는 불경기라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서로 아웅다웅하던 기업들이 공동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다소 불편하더라도 손을 잡는 것이다. 체면을 중시하는 지역 분위기 때문에 실리보다는 명분을 택했던 지역 유통업계도 2003년 외지기업인 롯데백화점이 대구에 진출하면서 실리를 택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소비자가 원하면 어제의 적도 오늘의 동지

대구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의 대구진출 직전인 2002년 신세계백화점과 손을 잡았다. 이후 두 차례 재계약을 통해 제휴기간을 올해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다. 상품권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등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제휴를 통해 지역에 신규 진출한 롯데백화점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롯데백화점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면서도 작년 8월 대구백화점이 직수입하는 독일핸드백 브랜드인 ‘브리(BREE)’가 롯데백화점 안양점에 입점, 롯데와도 인연을 맺었다. 브리는 2012년 10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지난 2월 신세계백화점 충청점에 오픈했다. 하지만 불편한 동거는 오래가지 못하는 법. 현재 3개 매장은 모두 해당 백화점에서 사라진 상태다.

롯데백화점은 다양한 경쟁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예전 같으면 경쟁사 브랜드가 입점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세계 인터내셔널이 론칭한 아르마니, 디젤, A/X, 갭 등 다양한 브랜드가 대구지역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전 점포에 입점해 있다. 패션사업에 활발한 이랜드의 티니위니를 비롯해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신제품 발표 때마다 신고 나와 유명해진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 등도 롯데에 들어와 있다.

반대로 롯데백화점의 자사 브랜드도 다른 경쟁백화점에 공급하고 있다. 2011년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유니클로가 입점했으며, 롯데가 독점 수입하는 이탈리아 가방브랜드 훌라(FURLA)는 현대 신촌점을 비롯해 신세계 강남점, 그랜드백화점 등 다양한 경쟁사에 입점했다.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은 롯데가 운영하는 티지아이 프라이데이(TGI Friday’s) 가 아닌 이랜드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를 입점시켰고, 롯데그룹의 도너츠 전문 외식업체인 크리스피크림 도넛은 현대백화점 충청점에 입점해 있다.

유통업계 맞수인 롯데와 신세계는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한 지붕 아래서 어색한 동거를 할 상황이다. 신세계는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추진하면서 롯데그룹 측에서 탐냈던 부지를 선점해 갈등을 빚었고, 롯데는 올해 초 신세계 인천점이 들어서 있는 인천터미널 부지를 인수하면서 갈등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 두 회사가 파이시티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한 것.

업계 관계자는 “양측 모두 인수합병(M&A)과 신규 점포 투자 등으로 자금 사정이 계속 악화돼 단독으로 투자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유통업체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을 두고 삼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애플도 삼성의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애플 측은 삼성에 대한 의존도가 자신들의 협상력과 다른 신기술 채택을 제한한다며 ‘탈(脫)삼성’ 전략을 추진하면서 대만쪽 제품선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삼성과의 관계를 완벽히 청산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애플이 올해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인 차세대 아이패드 미니에도 삼성의 스크린을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쇼루밍족을 안아라

쇼루밍(Showrooming)족은 유통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뒤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이들을 말한다. IBM이 올 초 발표한 ‘2013년 전 세계 소비자 쇼핑 행동분석’에 따르면, 쇼루밍족이 전체 온라인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50%에 달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 보면 ‘단물만 빨아먹는’ 쇼루밍족은 사라져야 할 존재다.

하지만 쇼루밍족이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선택한 방법은 이들이 주로 찾는 오픈마켓과 손을 잡는 것. 특히 대형 백화점들은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하면서도 기존의 온라인몰과 전략적 제휴를 늘려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현재 온라인 오픈마켓 G마켓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마켓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쇼루밍족을 잡기 위해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 관계자는 “G마켓의 넓은 시장 영향력과 백화점의 질 좋은 상품 및 서비스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며 “남성 패션 상품 비중을 늘리고 최저가 행사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상반기 오픈마켓 11번가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앞서 CJ오쇼핑에 입점해 물건을 팔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대구백화점을 비롯해 AK플라자, 아이파크백화점도 이곳에 입점했다. 제거할 대상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내 편으로 만들어 끌어안고 가는 길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런 행태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표면적으로는 불경기 탓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일종의 꼼수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한 마케팅전문가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업의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이윤추구에만 급급하다 보면 해당기업은 정체성 없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기업으로 전락해버릴 것이고, 이런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계영배(戒盈杯·술이 일정하게 차면 새어나가도록 만들어진 잔)를 늘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린 것처럼 기업들도 정체성을 만들어가면서 건전하게 천천히 성장해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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