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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말기암에 대한 이해

2013-12-24
[건강칼럼] 말기암에 대한 이해

지난 9월25일 소설가 최인호 선생이 침샘암으로 5년간의 투병 끝에 별세했다. 가슴 따뜻하게 주변의 이야기를 그려냈던 소설가의 글을 더 읽을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오랜 암과의 투병 끝에 맞은 임종의 순간 부인과 딸이 곁을 지켰고, 마지막 유언을 묻자 “주님이 오셨다. 이제 됐다”며 환한 웃음을 지으며, 아내와 딸의 “아이 러브 유”라는 마지막 인사에 “미 투(Me, too)”라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 ‘그래도 평화롭게 잘 마무리를 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은 4기까지 진행된 경우 완치가 쉽지 않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시기를 ‘말기’라고 하는데 이때부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개월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을 환자나 가족에게 설명하는 것이 의사로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도대체 무슨 말이냐”고 화를 내는 분도 있고, 하염없이 우는 분도 있다. 대부분의 환자와 가족은 언젠가 그런 시점이 오리라는 짐작은 하지만, 막상 이러한 현실을 접하게 되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가능하면 전체 치료 경과를 되돌아보면서 객관적으로 충분한 설명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담당 의사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회피하거나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게 되는 경우 ‘임종의 질’이 확연히 나빠지게 된다. 한 해에 18만명 정도가 만성 질환을 앓다 사망한다. 이 중 임종 직전에 심폐소생술을 받거나 인공호흡기를 달고 사망하는 환자가 3만명을 넘는다고 한다.

임종 한 달 전에 항암제를 쓰는 비율이 미국이 10%인데 반해 한국은 30%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시점에서의 항암치료는 환자의 증상 완화나 생명 연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여러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머뭇거림과 “끝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는 환자와 보호자의 요구에 의미 없는 항암제 투여의 비율이 높다.

무엇보다도 사회문화적인 요인이 큰데 말기 암 환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환자와 가족이 임종에 대비해 솔직하게 대화를 나눈 경우는 35%에 지나지 않는다. 환자 본인이 병의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이를 알리려 하지 않아 오히려 환자만이 고립되는 측면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 중단 결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인정하고 삶을 정리해야 할 인생 마지막의 귀중한 시간을 얻는 것이라는 인식을 암 환자가 가질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이것이 오복의 하나인 고종명(考終命)의 핵심이고, 웰다잉(well-dying)의 첫걸음이다.

박건욱<계명대 동산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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