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 신들리듯 빼도 박도 못하고…詩 쓰기가 아니면 죽을 만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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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강해림이 7년 만에 세 번째 시집 ‘그냥 한번 불러보는’(시인동네)을 펴냈다.
시인동네 기획으로 이번 시집을 발간한 시인은 “내가 ‘다가가는’ 시가 이나라 나를 ‘찾아오는’ 시를 모아 냈다”며 표제시 ‘그냥 한번 불러보는’을 읊었다.
“엄마, 한 번 불러보지도 못하고 사산된 울음아//소경을 불러 미친 어미를 꽁꽁 묶고 복숭아 나뭇가지로 후려/치면 비명소리에 도망치던 귀신아//엄나무 가시를 뽑을 때마다 생각나는 그리운 역병들아//그 흔한 봉분도 관도 없이 처형의 세월 견디고 있는 말의 침묵, 말의 형벌아//너 가면 나도 갈 텐데, 남김 뼈 하나 채 수습하지 못한 청춘아//버려진 상엿집 똬리 튼 배암 옆에서 하루 종일 잠이나 자빠져 자는 오색 만장 같은 슬픔아…” 살면서 말로 할 수 없는 울컥하는 감정의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겼다.
1991년 계간 ‘민족과 문학’, 97년 월간 ‘현대시’ 등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한 지 20여년. 그동안 시집을 단 3권만 냈다. 그런데 시인은 “7년에 한 권꼴이다. 이만하면 적당한 터울이다. 이보다 잦으면 공해”라고 말했다. 이번 시집에 실린 글은 2년전쯤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몇 번의 검열을 거쳐 세상에 다시 내놨다.
강 시인은 여행을 즐긴다. 몽골 고비사막, 네팔, 인도 등 특히 오지 여행을 많이 했다. “샹젤리제같이 멋진 델 가면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 태생적으로 그렇다”고 고백했지만, 여전히 시인은 한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단 한편의 시를 꿈꾸고 있다. 긴 여행을 다녀온 후 그곳에서 있었던 경험에 끝없이 천착하고, 현지서 들고온 소품을 수없이 들여다보고 만지작거리며 시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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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을 다녀온 후엔 한동안 ‘네팔 화장터’ 영상을 틀어놓고 살았고, 어느 땐가 ‘무병(巫病)’에 꽂혀 인터넷 무당 사이트를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한번은 이를 본 딸이 “엄마, 정신 건강에 너무 안 좋을 것 같아”하고 기겁하며 만류했다.
하지만 시인은 무병에 집착하면서 자신의 시쓰기와 동병상련의 심정을 깨닫는다. 시 ‘병들다’에서 (무당이) 신 들리는 것처럼 자신도 시를 써야하는 병에 들려 “빼도 박도 못하고, 너 아니면 죽을 만큼 아프다”고 고백했다.
해설을 쓴 장석원 광운대 교수는 “강해림은 시에 대해 끝없이 의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인은 시의 기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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