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계급장이 되고 황금만능이 된 세상
공기업 귀족노조 빚잔치 공무원부패 세계 4위
행복지수 108위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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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일호 소설가 |
해마다 연말이면 교수들이 뽑는 올해의 사자성어에 도행역시(倒行逆施)가 선정되었다.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 나쁜 것을 알면서 시대에 역행한다, 온 세상이 탁하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순리에 어긋나는 행동과 집단으로 꽉 차있다. 문제는 그들의 목소리가 더 크고, 권력도 더 높고, 돈도 더 많고, 비리로 얼룩져있는 사람들이 이 사회를 지배하고, 양심적이고 깨끗하게 사는 사람들은 무능하고, 병신취급을 받고 있다는 데 있다. 사회 구석구석 썩지 않은 곳이 어디인가. 위에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밑에는 한 달에 몇 십만원 받아 생활하는 독거노인을 등쳐 먹는 기생충 같은 인간이 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두말할 필요 없이 황금만능 세상 때문이다. 돈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고, 윤리도덕도 없고, 내 것이 없으면 죽어야 하는 세상 때문이다. 돈만 가지면 귀족생활도 할 수 있고, 돈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감투는 다 가질 수 있고, 돈만 있으면 시집장가도 골라잡아 갈 수 있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돈이 계급장이 된 세상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때문에 사회악이 판을 치고, 열쇠를 한 꾸러미 차고 다녀도 불안해서 못사는 세상이 되었다.
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그때마다 볼모로 잡히는 것이 죄 없는 국민이다. 철도노조는 평균 6천만원의 급료를 받는다고 한다. 이쯤이면 귀족노조라 하는 일부의 지적도 수긍이 간다. 더욱 놀란 것은 국민 1인 35만원에 해당하는 17조6천억원의 빚을 지고, 해마다 5천700억원의 적자를 5천500억원의 국민 혈세로 물어주고 있다고 한다.
1970년대 열악한 환경에서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고생한 우리노동자를 대신해서 분신자살한 전태일이야 말로 노동운동의 영웅임에는 틀림없다. 지금도 우리사회는 노동쟁의를 할 곳이 너무 많다. 설을 앞두고 노동자 1만9천명이 633억원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작 노동쟁의를 해야 할 사람은 이런 사람들이다. 이들은 힘이 없어 죽어 살아가고 있다. 귀족 노조의 강성쟁의는 집단이기주의와 죄 없는 국민을 볼모로 잡고, 강한 정치성으로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길이 없다.
우리나라 공기업은 약 550개가 된다. 이들 대부분이 빚 투성이 운영을 하고 있다. 부채 582조원이 넘어 국가예산 3배를 넘길 때도 있다. 공기업은 전문성이 없는 퇴직 고위공무원이나 정치에 공로가 많은 사람에게 한자리 주는 낙하산 보너스 자리로 전락했다. 때문에 인심이나 쓰자고 적자투성이인 데도 성과급과 급료를 마구 올리고, 적자는 국민 혈세가 메워주었다. 때문에 신이 내린 직장, 물먹는 하마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국가 동력이나 국민생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한수원의 비리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2천287건이나 시험성적을 위조하고, 납품단가, 불량제품으로 작년 원전고장 수리 혈세부담이 3조원이나 된다. 죄 없는 국민은 여름에는 더위와 싸워야 하고, 겨울에는 추위와 싸워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존경받는 최고 지성인 8천300명이 리베이트에 연루된 것을 보고, 필요 이상의 약을 먹지 않았나, 원격의료 영리병원 반대가 무엇인지 모르는 국민은 이번에도 볼모가 되지 않을까 불안하다.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일등신랑감은 공무원, 신부는 선생님으로 나왔다. 이것은 안정된 철밥통 직장에다 퇴직 후 노후를 보장받는 연금 때문이다. 올해 2조5천억원이 적자인 데도 월 평균 60만원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어 국민연금과 차별화돼 반발하고 있다. 군수업체 34곳에서 125개 부품성적도 위조한 것이 탄로 났다. 나라를 지키는 무기까지…. 너무나 충격적이다.
한국공무원의 부패는 세계4위다. 조직이 강하고 클수록 부정부패가 심하다. 나를 희생하고 정의에 선다는 것은 살아있는 호랑이 이빨 빼기보다 더 어렵다. 약자는 오늘도 울며 살아가는데 길들여 있다. 이것이 행복지수 108위의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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