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대구를 烹하다
대구시장 후보들 일제히 강력 반발
지역 국회의원 무기력한 태도 문제
당내 요직 꿰차고도 저지못해 ‘의혹’
김무성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등이 28일 오전 신공항 후보지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새바지항에서 열린 현장회의를 마치고 선거 필승을 염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의 대구·경북 무시가 도를 넘었다.
남부권 신공항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자 최대 지지기반인 대구·경북을 내팽개쳤다.
새누리당은 28일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가덕도는 부산이 신공항 후보지로 밀고 있는 곳이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이 아닌 중앙 선대위가 가덕도에서 열렸다는 것은 신공항 입지에 대해 부산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비친다.
문제는 대구·경북의 반발을 예상하고도 ‘가덕도 회의’를 강행했다는 데 있다. 대구·경북에 대한 단순한 도발을 넘어 오만과 무시로 받아들여진다. 아무리 무시해도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안일함과 오만이 담겨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부산을 살리기 위해 대구·경북을 버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 선대위의 가덕도 회의는 대구시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새누리당을 향한 반발이 만만찮게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권영진 새누리당 후보도 위기감을 느끼고 중앙 선대위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권 후보는 27~28일 이틀 연속 성명을 내고 “신공항이 정략적으로 입지가 선정된다면 시장직을 걸고 260만 대구시민과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도 성명과 기자회견을 통해 가덕도 회의를 질타했다. 김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게 텃밭인 부산을 빼앗길까 두려워 남부권 신공항을 부산에 넘겨주려고 한다”며 정략적 행위의 중단을 촉구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도 성명을 내고 새누리당을 향해 “대구·경북은 안중에도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새누리당 중앙 선대위의 사죄를 요구했다.
대구·경북 정치권의 무능과 무기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누리당 중앙 선대위의 ‘예고된 도발’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인 주호영 의원과 공동중앙선대위원장인 최경환 의원은 가덕도 회의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주 의원은 “가덕도 회의에 참석한 중앙 선대위 멤버를 보면 당의 책임있는 인사가 없다. 너무 예민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가덕도 회의가 열린 다음에야 뒤늦게 비판 성명을 냈다. 대구 민심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뒷북 대응에 나선 꼴이다.
새누리당 중앙 선대위의 가덕도 회의를 계기로 변방으로 전락한 대구·경북의 정치적 위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조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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