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은 두고 볼 수 없어” 분노 극에 달해
“일방적 짝사랑이 자초한 일” 반성 목소리도
새누리당 중앙당이 사실상 ‘신공항 가덕도 유치’를 무기로 궁지에 몰린 부산시장 후보 지원에 나서면서 대구시민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신공항 추진에 한목소리를 낸 남부권 주민들은 “입지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 수도권론자들이 신공항 무용론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참아왔는데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앙당은 28일 부산 가덕도에서 중앙당 현장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가덕도는 부산 측이 남부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고있는 곳이어서, 집권 여당의 유력 당대표 후보 등이 모여 이곳에서 회의를 연 것만으로도 부산쪽을 지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시·도민이 반발하고 있는 것.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남부권 신공항 수요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집권 여당이 특정 후보지를 미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대구·경북이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는 이날 오후 성명서를 내고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추진위는 성명서를 통해 “2천만 남부지역민의 미래 생존권이 달린 중요 국책사업을 당리당략에 의한 표심과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것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지역정치권과 함께 결사의 항쟁으로 생존권을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건설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 중앙선대위와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그리고 신공항건설에 대구·경북은 손을 떼라는 무소속 오거든 후보는 1천300만 영남인에 사죄하고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부권 신공항 조기 건설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에 대해 고민해 온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 정치권을 향해 일갈했다. 윤 교수는 “오거돈 후보가 신공항 문제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려 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 측이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 것 같은데, 이는 상당히 위험하고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부산을 제외한 남부권 주민을 무시한 처사로서 지역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방적인 짝사랑을 보내준 대구·경북민이 자초한 일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선거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
최모씨(39·대구시 수성구 범어동)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당하고도 박근혜 대통령을 믿고 몰표를 준 결과”라면서 “만약 대구 국회의원 중에서 새누리당이 아닌 야당 의원이 한 명 정도만 있었어도 이 같은 상황이 됐겠느냐”고 꼬집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 12명 전원이 새누리당 소속이지만, 부산 지역은 17명 중 2명이 새정치민주연합, 1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오모씨(50·대구시 동구 신천동)는 “새누리당 소속 시장 후보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또 ‘분개’‘망언’등의 말을 쏟아낸 뒤 중앙당 차원에서 바로잡겠다고 하겠지만, 중앙당 지도부가 가덕도로 내려가고, 부산시장 유력 후보가 관련 발언을 쏟아낼 때까지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질타했다. 그는 “중앙당에서 부산에 내려간다고 할 때 미리 막지도 못할 정도면, 가덕도에 신공항을 준다고 할 때는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지난 4월 이미 ‘신공항은 가덕도’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새누리당 중앙당은 무슨 짓을 해도 대구시민은 또 새누리당을 선택해줄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면서 “선거결과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 한 달라지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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