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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는 무엇으로 사는가

2015-03-27

대구 연극배우 4人 스토리

20150327
연극이 끝난 뒤 텅빈 객석을 ‘간이역’처럼 응시한다는 것은 연극배우에겐 황홀하게 허탈한 일인지도 알 수 없다. 그게 무섭다면 연극이 한갓 취미는 될지언정 ‘천직’은 될 수 없을 터. 한때 대구에서 가장 연기력이 출중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송희 레퍼토리의 이송희 대표가 계명대 대명 캠퍼스 서쪽 골목에 자리 잡은 자신의 소극장 소품 의자에 앉아 관객 같은 의자를 바라보고 있다.

‘Mr. 신탁’. 연극배우를 그렇게 불러도 좋겠다. 하늘이 인간 앞에 직접 나타나기 뭣해 대타를 기용했는데 바로 그 사람이 연극배우 아닐까.

예술은 돈이 안 되어도 비극, 돈이 너무 되면 더 비극이다. 연극배우는 ‘천의 얼굴을 가진 아름다운 광대’. 예술은 그래서 처절하면서도 숭고한 것이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고독한 길이고, 그래서 관객은 누구의 팬으로 감동하는 것이다. 광대는 관객의 그 열광을 자양분으로 삼키면서 더 가열하게 자신의 열정을 태운다. 재가 될 때까지.

돈벌이가 광대짓보다 더 대단해 보일 때 그 광대는 불행해진다. 그는 더는 예술가가 아니다. 예술꾼으로 변질된다. 연기 없으면 삶도 꽝일 수밖에 없는 광대에겐 연기할 수 있는 무대가 ‘노다지’.

여러 예술 장르 중 가장 유구한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연극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날 연극은 TV와 영화 때문에 많은 관객을 빼앗기게 된다. 목소리가 좋으면 성우, 얼굴이 잘생기면 탤런트와 영화배우, 노래에 소질이 있으면 뮤지컬 배우로 말을 갈아타 돈과 명성을 한 손에 거머쥐게 된다. 잔류한 연극배우의 삶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빛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소극장. 거기서 곰팡이 같은 일상을 감내해야만 했다. 갈수록 현대연극은 자식한테 모든 권력과 권한을 빼앗기고 광야를 헤매고 다니는 ‘리어왕’ 신세. 그래도 연극이란 큰집을 떠난 브라운관과 은막의 연기자는 이구동성으로 “연기의 출발과 종착역은 결국 연극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만은 백번 공감한다.

지금 대구의 연극배우는 도대체 뭘 먹고 살아가지? 궁금했다. 그래서 4명의 연극인을 만나봤다. 이송희·이동학·박현순·김재만.

지난주 토요일 오후 계명대 대명캠퍼스 동쪽 골목 지하에 ‘동굴’처럼 웅크리고 앉은 빈티지 소극장을 찾았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에 등장하는 한없이 쓸쓸한 자태의 주인공 에스트라공 같은 이송희씨(56). 이송희 레퍼토리의 대표다.

그만큼 배우로서의 영광과 좌절을 동시에 맛본 사람도 흔치 않을 것이다. ‘웬쑤’ 같은 연극이지만 그 ‘웬쑤’ 때문에 삶을 지탱할 수 있었다. 입고 있는 유행 지난 바바리 코트가 무척 스산해 보였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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