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만 액터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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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웅제약 등 여러편의 TV광고에 출연
대본 쓰고 연출하고 배우로 출연하고
2010년 이후로 1인 10역의 바쁜 생활
‘개장수’에 애착…내년 서울 진출 예정
연극계에도 ‘싱어송라이터’가 있다. 바로 연기하면서 희곡 쓰고 기획·연출하는 경우다. 김재만 액터스토리 대표(54)가 바로 그렇다.
코믹한 표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내면은 엄중하다. 그러면서도 연극 관련 일이 생기면 마스터키처럼 1인3역을 한다. 정중동이면서 동중정의 삶이다.
그는 2010년을 넘어서면서 3년간 생에서 가장 활화산처럼 살았다. 모르긴 해도 1인10역 정도 한 것 같다. 2008년 극단 액터스토리를 만들고 지난해 달성군 달성문화재단 정책실장에서 나오기까지 그는 국내에서 단위 시간당 최고로 멀티플하게 살았다. 오페라, 뮤지컬, 연극, 무용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대본을 쓰고 연출을 하며 배우로 출연도 했다.
요즘은 연극판에 등을 돌렸던 50~60대에게 연극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개장수’에 엄청난 애착을 갖고 있다. 2013년 3월에 첫 공연을 시작, 지금까지 180여회의 공연을 했고 연관객 8천여명을 기록했다. 개장수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준다. 웃다가 울다가 하는 연극이다. 연기력이 뭔가를 보여주는 개장수의 원작자는 김 대표.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앞으로 10년 장기 계획을 세웠다. 소극장에선 3명, 대극장에서는 트로트 뮤지컬 버전으로 키워 17명을 출연시킨다. 매년 내용과 구성도 바꿀 계획이다. 특히 어머니 역으로 나오는 소프라노 서경옥씨는 이 연극 때문에 성악의 길까지 포기했다. 올해는 경북 곳곳을 순회할 예정이고 내년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공연을 하겠단다.
연극배우는 가족은 있어도 가정은 없단다.
주말에도 공연장에서 산다. 평일에도 오전에는 현장, 새벽에는 대본 작업에 매달렸다. 매일 술로 버틴다. 과로와 스트레스, 그리고 운동부족으로 결국 당뇨에 멱살이 잡히고 말았다.
지금은 연극행정가로 넘어왔지만 예전 배우 시절에는 생계 때문에 별별 직업을 다 전전했다.
극단 처용에서 연극을 시작한 그는 연극 딱 한 편만 하자는 온누리 극단의 이국희 대표 때문에 연극인생을 걷게 된다. 첫 대본은 10년전 발표한 ‘피박’. 완벽을 기하기 위해 그 작품은 완성되기까지 8번의 수정 작업을 거쳤다. 이후 발칙한 놈들, 나무꾼의 옷을 훔친 선녀 등 40여편의 작품을 올렸다. 어느 날 자기 1년 수입을 계산해 봤다. 배우로 출연해 벌어들인 건 600여만원. 그런데 1년 4인 가족 생활비는 2천만원이 넘었다.
“1천400만원짜리 고집·의지·열정이 없으면 연극배우는 평생 파산인생을 면할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
돈 때문에 10년쯤 연극과 멀어졌다. 경대병원 근처에서 순두부집을 운영했다. 경산에선 부동산소개업을 했다. 서구 중리동에서는 자동차정비공장을 꾸려갔다. KBS대구의 ‘행복발견 오늘’에서 5년간 인기 식객 리포터로 뛰어다녔다. 그는 지역 연극인으로는 드물게 대웅제약, 조지아 커피, 잡코리아, 타이레놀 등 TV 광고에도 여러 편 출연한다.
“군대, 취업, 결혼, 자녀 학비 등이 배우의 덫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라면 그 덫을 디딤돌로 만든다. 걸려 넘어지면 배우 팔자가 아니다. 조금 구력이 붙으면 연예인, 영화배우, 뮤지컬배우, 방송인 등으로 옮겨가버린다. 안타깝지만 잡을 수 없다. 아니 다른 종목에서 빛을 내 더욱 연극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구 연극배우였다가 지금은 유명배우가 된 이성민씨 정도로 성공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40대가 되면 자기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에 빠진다. 젊은날의 열정이 거의 바닥나고 매너리즘에 시달린다.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해 무대를 떠나는 이가 적잖다. 최근에는 연극인 강사 제도가 되어 배우를 포기하고 전문강사로 뛰기도 한다. 더러 전문대 시간강사가 되기도 한다.”
대구 연극의 그늘에 등을 달아주는 ‘소금’으로 롱런할 것 같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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