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10味 투어 활성화를 위한 위클리포유의 제안
대구음식!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면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최근 전국 뉴스가 된 대구음식 관련 빅 뉴스 목록을 간추려 보자. 그럼 대놓고 대구음식을 폄훼하지 못할 것이다.
종합편성채널A의 인기 코너였던 ‘이영돈의 먹거리X파일’ 착한식당 찾기 검증단이 전국을 돌며 착한 칼국숫집을 수색했다.
주인이 직접 밀농사를 짓고 추수한 밀을 도정하고 그걸로 칼국수를 빚는, 요즘 세상에는 도저히 나오기 어려운 고집스러운 칼국숫집 한 곳을 어렵사리 찾아냈다. 어느 지역이었을까? 대구였다.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우리밀가창할매칼국수’였다. 대구는 전국에서 하루 국수 소비량이 가장 많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 된 국수공장도 대구에 있다. 북구 노원동 풍국면이다. 삼성그룹의 오늘을 있게 한 전기도 중구 인교동 별표국수에서 마련됐다. 50여개에 육박하는 서문시장 칼국수 난전. 전국 전통시장 좌판 국수 중에서 가장 많은 수가 몰려 있다. 이 국수 난전은 탤런트 최불암이 진행하는 ‘한국인의 밥상’에도 소개됐다. 수성구 들안길 봉창이 해물칼국수도 한국 해물국수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가창할매칼국수집 등 맛집 수두룩
삼성그룹 모태인 별표국수
가장 오래된 국수공장도 대구에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 가장 많아
육개장, 대구탕으로도 불러
맵고 얼큰한 맛으로 차별화
최남선도 지역 명물로 소개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 특징
◆ ‘대구 국수길’을 제안한다
‘대구 국수길’을 만들자. 일명 ‘대구 누들투어(Daegu Noodle Tour·일명 ‘DNT’)’.
일단 <주>풍국면의 도움을 받아 ‘대구 국수길 연구소’를 만든다. 이 연구소를 통해 ‘한국 국수 백서’를 펴낸다. 물론 건진국수와 누름국수 두 버전을 가진 안동국수, 한국 해물칼국수의 지존으로 불리는 포항 구룡포 모리국수와도 손을 잡는다. 체험단은 풍국면에 가서 대구 국수의 역사와 제면 과정을 체험한다. 이때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이병철의 별표국수 등 1950~70년대 골목 국숫집 스토리를 들려준다. 대구발 추억의 소표, 말표, 기린표 등 지역 유명 국수공장의 흥망사도 곁들인다.
자, 이제 국수를 먹으러 다녀보자.
착한국숫집인 달성군 가창면 우리밀가창할매칼국수를 거친 뒤 4대 할매 칼국숫집을 순례한다. ‘대구 4대 할매칼국수’란 동곡할매(달성군 하빈면 동곡리 127), 대구백화점 남쪽 맞은 편 골목안에 있는 경주할매, 명덕 할매(남구 대명2동), 칠성동 할매(콩국수 전문, 대구 기독교방송 옆골목 안) 칼국수다. 다음에 챙겨야 할 국숫집은 대구에서 가장 푸짐한 국수를 내는 ‘왕근이(‘푸짐하다’는 대구 사투리) 국수집’. 이 집은 60년대 서문시장에서 태어났다가 지금은 북구 구암동으로 이전했다.
‘번지없는 주막’형 칼국숫집도 돌아보자.
염매시장 옆 골목 안에 무서운 내공의 칼국숫집이 있다. 김순자씨가 꾸려가는 간판 없는 약전골목 홍게칼국수집(간판에는 ‘원조국수’란 문구가 적혀 있음). 육수 맛을 위해 게를 넣는 게 특징이다. 가창댐에서 헐티재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가다보면 동재미술관으로 들어가는 양지마을 초입이 보인다. 길가에 꼭 허물어질 듯 앉아있는 앉은뱅이 집이 있다. 수십년째 혼자 사는 할머니가 직수굿하게 국수를 끓인다. 국물도 면발도 요란하지 않다. 멸치 육수에 건진국수 스타일이이다.
이 밖에 영남대병원 옆 골목에 있는 미원칼국수(473-5977), 가창 대림생수 옆에 있는 토담집 도토리칼국수(767-1326), 팔달교 지나 강북 쪽에선 태전동 순애집(312-9254), 송현동 참한손칼국수(628-4693), 경상감영공원 옆 포정동 상주전통칼국수(257-0502), 향촌동 성인텍 골목에 가면 대구에서 가장 싼 2천500원짜리 잔치국수도 조약돌처럼 만날 수 있다.
대구십미에 포함된 ‘누른국수’는 누름국수(‘홍두깨를 눌러 만든 국수’란 의미)의 잘못된 표기다.
◆ ‘대구 육개장길’을 제안한다
대구는 육개장의 발상지다. 근거를 제시하겠다. 1929년 12월1일자 종합잡지 ‘별건곤’ 중 ‘달성인’이란 익명의 필자가 적은 ‘대구의 자랑 대구탕반’ 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대구탕반은 본명이 ‘육개장’이다. 대체로 개고기를 한 별미로 보신지재(補身之材)로 좋아하는 것이 일부 조선 사람들의 통성이지만, 특히 남도지방 시골에서는 ‘사돈양반이 오시면 개를 잡는다’고. 개장이 여간 큰 대접이 아니다. 이 개장은 기호성과 개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정까지 살피고 또는 요사이 점점 개가 귀해지는 기미를 엿보아서 생겨난 것이 곧 육개장이니 간단하게 말하자면 쇠고기로 개장처럼 만든 것인데 시방은 큰 발전을 하여 본토인 대구에서 서울까지 진출을 하였다.’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이란 책에서도 대구의 육개장을 대구의 명물로 소개한 바 있다. 한국요리문화사의 초석을 세운 이성우 교수는 물론 소설가 김동리 등 등 명사들도 대구탕을 한국의 대표적 육개장으로 인정했다. 전국에서 얼큰하고 다양한 버전의 쇠고깃국을 가진 도시는 대구가 유일하다. 대구에선 느끼하고 기름기가 많은 설렁탕, 곰탕이 인기 없다. 대구 육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붉고 걸쭉한 고추기름. 국이 끓을 때 고춧가루를 넣지 않고 녹인 쇠기름으로 고추기름을 만들어 양념으로 넣는다.
대구 육개장의 맛의 원천 중 하나는 ‘다끼파’. 1972년 경지정리로 인해 사라지기 시작한 이 파는 화원유원지 건너편 고령군 다산면 호촌리 모래사장에서 재배됐다. 창업 190여년을 맞고 있는 일본의 대표적 종자회사인 ‘다끼이’가 일제강점기 때 자기 종자를 국내에 퍼뜨린 것으로 보인다. 다끼파는 크지 않다. 요즘 개량종보다 반 정도밖에 안 된다. 잎파가 아니고 ‘뿌리파’계열이다.
육개장은 개장(狗醬·보신탕)에서 비롯됐다. 개장 철에는 당연히 개가 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병들거나 나이 든 소를 공동 도축해 국을 끓였는데 이게 육개장이다. 육개장은 개를 대신한 쇠고기국이란 뜻으로 일명 ‘대구탕(代狗湯)’. 닭을 대신 사용했다면 ‘닭개장’이 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 따로국밥과 육개장은 어떻게 다른가?
대구 육개장 이후에 6·25전쟁 때 등장한 게 따로국밥이다. 많은 사람들이 따로국밥과 육개장의 차이를 잘 모른다.
육개장과 따로국밥의 통칭은 ‘소고깃국’. 사용하는 쇠고기 부위와 부재료에 따라 국 이름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따로국밥은 육개장의 변형태. 특히 따로국밥의 육수를 사골로 만들고 거기에 선지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정통 육개장으로 보기도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따로국밥을 장터와 주막의 국밥에 무와 대파만 들어가는 가정식 쇠고깃국이 혼재된 스타일로 분석한다.
현재 대구에는 따로국밥, 육개장, 선지해장국 등 다양한 쇠고깃국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걸 모두 밥 따로 국 따로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따로국밥’으로 불러 여러가지 혼선을 빚고 있다. △전통 육개장 스타일은 중구 시장북로 미상골목 옆에 있는 옛집, 경산 성암산쇠고기국(체인형태로 운영되는 온천골은 성암산쇠고기국의 파생 스타일), 종로의 진골목, 2·28공원 옆에 있는 벙글벙글, 두류네거리에 있는 조선육개장 △사골육수에 선지가 들어가는 ‘따로국밥식 육개장’은 국일, 교동, 대구, 한일따로 등 △우거지와 선지가 들어간 대덕식당은 ‘선지해장국형 육개장’으로 분류된다. 다시 말해 선지가 들어가면 ‘대구식 따로국밥’, 선지가 없고 사골 육수 대신 양지머리, 사태로 국을 끓이면 ‘대구식 육개장’, 우거지와 선지, 사골육수가 축이 되면 ‘해장국 스타일의 육개장’으로 분류하면 된다.
차제에 ‘대구 육개장 연구소’와 부설 ‘국밥 박물관’을 만들자.
거기서 전국의 다양한 국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불고기, 숯불구이, 쇠갈비, 동인동 찜갈비, 뭉티기, 육회 등 쇠고기 관련 모든 요리를 맛볼 수 있고 직접 관련 업소 주인이 레시피를 전수하는 ‘국밥 아카데미’도 개설하면 된다. 관련 업소를 자유롭게 찾아다닐 수 있게 ‘대구 육개장길 지도’도 만들어 보자. 이 모든 걸 ‘대구 육개장길’ 안에 녹여내면 될 것이다.
참고로 2005년 4월 발족된 대경음식포럼. 대구에선 처음으로 따로국밥 원형 찾기에 나선다. 그해 1월 따로국밥 전문가인 구동운씨와 최수학씨를 초청해 동대구역 근처에 있는 <주>신천에서 시연·시식회를 가졌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