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때 컬링이 국민적 관심 불러일으켰다, 나로선 행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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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원 의원이 의원회관에 위치한 자신의 사무실에서 대한컬링연맹회장직을 그만두게 된 소감을 밝히고 있다. |
“보람을 갖고 떠난다.”
김재원 국회의원(51·새누리당·군위-의성-청송)이 대한컬링연맹회장직을 그만둔다. 2년6개월여 만이다. 국회의원 겸직 금지에 따라 회장직을 내놓게 됐다. 오는 24일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세계대회를 마무리하고 사퇴한다. 김 의원이 대한컬링연맹을 맡으면서 컬링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김 의원은 “러시아 소치올림픽을 통해 컬링이 알려지면서 국민이 좋아하는 종목이 됐다. 평창올림픽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나로선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대한컬링연맹을 과감히 개혁하면서 호평을 받았던 김 의원을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김 의원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회장직 사퇴 소감과 정치인으로서의 각오를 들어봤다. 김 의원은 현재 대통령 정무특별보좌로도 활동하고 있다.
◇기억 남는 일은…
행정체계 개혁 등 연맹 혁신적 재정비
의성컬링장 ‘레인증설’ 예산확보 보람
올림픽 등 국제경기 유치도 가능해져
◇후임회장에게…
컬링연맹 年예산 30억원에 직원 4명뿐
축구협회에 비하면 ‘구멍가게’ 수준…
예산 잘 분배해 경기력 향상 도움 주길
사용료·빙질 여건상 대중화는 힘들 것
-대한컬링연맹회장직을 그만두게 됐다. 느낌이 어떤가.
“컬링연맹을 맡고 나서 혁신적으로 정비했다. 실제 경기를 하는 선수나 선수를 돕는 스태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했다. 컬링연맹이 해오던 행정체계를 바꾸면서 좋은 평가도 받았다. 소치올림픽때 컬링이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평창올림픽에서 크게 기대를 모으는 종목이 됐다. 나의 행운이었다. 컬링연맹 개혁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고, 제도화로 정착도 됐다. 보람을 갖고 있다.”
-회장직을 그만두게 된 데 대해 아쉽지는 않나.
“연맹회장을 맡을 때 경기단체 특유의 파벌다툼, 무분별한 회계 행태, 연맹 조직의 사유화를 정리해 투명하고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직을 만들고 운영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이 제도화로 정착이 됐다고 본다. 충분히 보람있게 떠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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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컬링연맹회장 재직 당시 소치올림픽에서 컬링 여자국가대표와 포즈를 취한 김재원 의원. <김재원 의원실 제공> |
-컬링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우리나라에선 컬링이 불모지나 다름없는데 소치올림픽 이후 선수층이 많이 넓어졌다. 의성이 컬링의 메카로 인식되고 있다. 의성에 컬링장이 생겼고, 의성 출신의 선수가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지금은 다른 시·도에서도 컬링의 경쟁력이 높아졌고, 국민의 관심도 많이 받는다. 선수들도 국내 다른 어떤 종목보다 좋은 조건에서 훈련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일은.
“소치동계올림픽이다. 국가대표 컬링선수들이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뭘 도와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어린 학생들이 컬링하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 경우도 많았다. 의성컬링장에 레인 2개를 증설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4개 레인에서 6개 레인이 된다. 동계올림픽 컬링종목을 유치할 정도로 국제규격으로 완성된다.”
-후임회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사실 컬링연맹은 축구협회에 비해 구멍가게 수준이다. 직원도 4명이고, 연간 예산도 3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예산을 잘 배분해서 선수들의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워낙 우수해 조금만 행정적으로 지원하면 평창올림픽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컬링의 대중화를 바라지만, 쉽지 않다. 경기장 사용료가 비싸고 빙질이 좋아야 한다. 현재로선 해결하기 어렵다.”
-컬링연맹의 개혁에 상당히 신경을 쏟았는데, 정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성완종 리스트’를 계기로 더욱 그렇다.
“과거에 비해서 정치의 부패구조는 많이 청산되고 제도화됐다고 본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면서 국민의 실망이 크지만, 제도의 문제는 아니다. ‘성완종 사건’은 개인의 부정부패로 봐야 한다. 정치인들 개인이 불법과 쉽게 손을 잡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을 상대로 대대적인 사정이 예고되고 있다. 어쨌든 부패청산을 위한 노력이 기본적으로 전제돼야 한다.”
-정치에 전념하게 됐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나.
“최근 공무원 연금 개혁 논란을 보면 우리나라가 100년, 200년의 장기적인 과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10년, 20년 앞에 다가올 국가적 과제가 많다. 정치는 그런 과제를 숙고하고 합리적으로 개혁해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또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치가 눈앞의 이익이라든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너무 매달려 결국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 단계로 가 버렸다. 정치가 국민의 갈등을 융화시키는 게 아니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좋은 정치는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해, 국민이 원하는 이상적인 나라로 이끌어야 한다.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가 고민하면서, 국민의 뜻을 많이 담아내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렇게 노력하겠다.”
-국회의원이자 대통령 정무특보로서 청와대와 여당의 관계가 어떻게 돼야 한다고 보나.
“야당은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반사이익을 얻지만, 여당은 (정부가) 잘못하면 선거 때 책임을 지게 돼 있다. 정부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끌고가기도 하고, 뒷받침해 주는 역할을 같이 해야 한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서도 정치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여당은 국정의 중추세력이자 무한책임을 지는 세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당이 모습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선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대통령 정무특보로서 무슨 일을 하나.
“대통령이 정무적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다. 그런 역할과 관련해 보고하는 형태로든 조언하는 형태로든 대통령에게 국민의 요구 사안을 전달한다. 대통령의 눈과 귀가 되는 역할이 가장 크다. 대통령께서 청와대와 여당 및 야당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잘해달라고 당부하셨다. 그런 부분은 보이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완장 차고 설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드러내놓고 하면 완장부대로 보이기 때문에 지극히 조심스럽다.”
김 의원은 최근 의원회관에서 ‘열하일기 사진전’을 열었다. 열하일기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청나라 여행기다. 김 의원은 박지원 선생의 여정을 답사하며 직접 사진을 찍었다. 8천장이 넘는다. 김 의원은 가을 ‘열하일기 답사기’를 출간할 예정이다.
글·사진=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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