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리던 공간을 지역민 함께 즐기는 ‘생활문화센터’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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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도 유휴공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문화예술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사진은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지하공간에 조성된 범어아트스트리트 모습.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
공간(空間). 빈 곳이란 의미다. 공간은 어떤 것으로 채워지느냐에 따라 그 의미와 기능이 달라진다. 그렇기에 공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장소다. 최근 버려진 채 방치됐던 공간들이 문화예술의 옷을 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는 공간의 발전 가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구에도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예술시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근대산업의 유산이었던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를 리모델링해 2013년 문을 연 대구예술발전소는 예술가에게 창작활동 공간을 제공할 뿐아니라 낙후된 구도심의 재생 효과까지 가져왔다.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민간 중심의 생활문화공간 조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수동적인 문화 활동에서 벗어나 시민 스스로가 문화예술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 주민 주도형 생활문화 공간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공동으로 전국 32곳 생활문화센터의 프로그램 운영 지원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지역의 유휴시설이나 기존 문화시설을 생활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뒤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각종 강좌나 관람 위주의 획일적인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문화시설과 달리, 주민이 직접 체험하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골자다.
생활문화센터의 운영방식은 크게 시·군·구 단위로 조성되는 거점형과 읍·면·동 단위의 생활권형으로 나뉜다.
市, 구·군 유휴시설 8곳 활용
2018년까지 생활문화센터로…
대덕문화전당내 5월 첫 조성
지역 문화·공동체 거점 활기
시민·마을이 문화예술 주체
부산 폐목욕탕의 변신 주목
전국 관광 명소로 일석이조
작년 문닫은 서재보건진료소
주민 문화 사랑방 변신 준비
생활권형은 지역민의 커뮤니티·생활문화 동호회 형성을 위한 교류 기회와 공동체 공간을 제공하고, 거점형은 생활권형에서 지원하기 어려운 창작·발표 등의 대규모 공간 지원과 정보 제공, 컨설팅 등의 멀티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조성 사업의 경우 지난해 첫 공모를 실시해 전국 35개 시설의 센터 조성을 지원했다. 대구시 남구를 비롯해 충남 서산, 경기 동두천, 전남 여수, 부산 남구 등 5곳의 생활문화센터는 이미 운영 중이다. 올 연말까지 나머지 30개 시설도 문을 열 예정이다. 올해 추가로 31곳이 선정되면 내년까지 생활문화센터는 66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대구시는 남구 생활문화센터를 통해 지역민의 문화 접근성은 물론 참여도를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국중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그간 문화시설이 도심에 집중돼 있다 보니 접근성과 친근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생활문화센터 조성을 통해 지역민이 부담없이 문화예술을 누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민이 명품 문화공간 창출
생활문화센터 조성 이전 주민 주도형 문화공간과 활동은 이미 전국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지역민의 자발적인 생활문화예술 활동 모범사례로는 경기도 성남의 ‘사랑방 문화클럽’이 손꼽힌다. 성남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사랑방문화클럽은 오케스트라, 한지공예, 수채화, 서예,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동아리가 224개에 이른다. 활동하는 회원은 이미 4천300명을 넘어섰다.
지역민의 활발한 참여 활동으로 성남시는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으로부터 ‘지역문화지표 개발 및 시범적용 연구’ 결과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알록달록한 주택 지붕과 마을 벽화로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성공 사례 역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빛을 발한 결과다. 지난해에만 전국에서 80만명이 이 마을을 찾았다.
산비탈에 노후 주택이 밀집한 이른바 ‘달동네’인 감천마을은 부산의 대표적인 낙후 지역이었다. 2009년 이후 이곳은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탈바꿈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다.
주민들은 프로젝트 계획 단계부터 사업에 참여해 마을 꾸미기 등에 적극 동참했다. 주민공동체 예술사업도 그 중 하나다. 이때 구성된 감천문화마을 주민협의회는 지금까지도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2012년 7월 문을 연 마을기업 1호 ‘감내카페’는 빈집을 활용해 조성한 마을 쉼터다. 주민협의회는 감내카페 운영 수익 일부를 마을 발전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운영하는 마을기업·협동조합은 현재 8곳으로 늘어났다.
오랫동안 방치돼왔던 폐목욕탕의 변신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민협의회는 지하 보일러실을 공방으로, 2층은 카페·사진 갤러리, 3층은 노래·기타·서예교실 등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로, 옥상은 전망대로 리모델링했다. 이곳은 감천마을의 주요 관광지로 떠올랐다.
전순선 감천마을협의회 부회장은 “폐업한 목욕탕이 주민의 쉼터 역할을 하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할 줄 상상도 못했다”면서 “문화 공간을 통해 주민 모두가 하나되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 문화공동체 거점 기대
대구시는 2018년까지 국·시비 총 44억원을 투입해 구·군별 유휴시설 8개소를 생활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특히 달성군을 제외한 7개 구에 있는 문화예술회관을 활용함으로써 종합예술공간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한다.
지난 5월 개관한 남구 생활문화센터 역시 대덕문화전당 내 유휴공간을 활용했다. 시설이 협소해 식당으로 쓰기 어려웠던 공간을 동호회방으로, 야외 분수는 야외공연장으로 활용한 것. 옥상도 소규모 음악회가 가능한 스카이라운지로 바꿨다. 이와 더불어 동아리 및 주민 문화참여행사 공간 제공뿐만 아니라 예술단체와 연계한 문화강좌도 실시하고 있다. 현재 색소폰·우쿨렐레 등 25개의 동호회 400여명의 주민이 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김병철 남구 대덕문화전당 운영담당은 “대구지역 첫 생활문화센터다 보니 연습공간 부족과 임대료 부담을 호소하던 주민들의 호응도가 꽤 높다. 오는 10월에는 동호회 발표회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북구 어울아트센터도 활용도가 낮은 예식시설 등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 공간에는 댄스연습실, 다목적홀, 전시실 등이 마련돼 주민 재능기부 프로그램과 예술단체 연계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개관한 지 15년 이상된 대덕문화전당과 북구어울아트센터는 생활문화센터 조성을 계기로, 이용객 증가와 주민의 문화·여가활동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공모사업에 선정된 달서구 웃는얼굴아트센터도 식당, 로비, 도서관 등 유휴시설을 활용한 거점형 생활문화센터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 송현동 군부대 후적지에 조성된 자연학습 체험장 ‘웃는얼굴 아이들세상’도 창고형 막사 3곳을 생활권형 생활문화센터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이 외에 지난해 12월 문을 닫은 옛 달성군 서재보건진료소는 주민 공동체시설을 비롯해 동아리실, 보건의료 및 놀이실 등을 갖춘 생활권형 생활문화센터로 조성된다.
오동욱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생활문화센터가 지역 문화·공동체의 거점으로 부상하면서 지역민의 문화생활 참여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면서 “정부도 적극적으로 생활밀착형 문화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어 생활문화센터가 주민의 문화사랑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도움말=대구경북연구원
■ 대구지역 생활문화센터 조성사업 추진현황 | |||
구·군 | 시설 | 운영형태 | 개관일 |
남구 | 대덕문화전당 | 준거점형 | 2015년 5월 |
북구 | 어울아트센터 | 준거점형 | 2015년 7월 예정 |
달서구 | 웃는얼굴아트센터 | 거점형 | 미정 |
웃는얼굴 아이들세상(자연학습 체험장) | 생활권형 | 미정 | |
<자료: 대구경북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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