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최고 예우 ‘의사자’로 지정…지역사회 조례도 변화 이끌어
낚싯대로 친구 3명 구조…끝내 스스로 못 빠져 나와
의사자 심사위 결정…유족에 보상금·장제비 등 지원
영남일보 단독 보도 이후 사회적 공감대 확산…대구시 조례 개정 계기
박건하 이름으로 바뀐 제도…‘의로운 시민’ 지정 첫 사례

대구 달성군 다사읍의 한 저수지 위로 흰 국화가 놓여 있다. 이곳은 지난 1월, 친구들을 구하려다 숨진 중학생 박건하 군이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현장이다. 박 군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며, 얼음 위에 놓인 꽃들은 그 숭고한 용기와 희생을 상징한다. 박 군은 최근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자'로 공식 인정받았다.<영남일보 DB>
물에 빠진 친구들을 구하려다 스스로 목숨을 잃은 대구 달성군 중학생 박건하(13)군이 정부로부터 '의사자(義死者)'로 공식 인정받았다. 특히 그의 용기는 지역사회의 제도까지 바꾸는 계기가 됐다.
보건복지부는 16일 제2차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열고 박 군을 의사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의사자'는 직무와 무관한 상황에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최고 수준의 예우다.
박 군은 지난 1월 13일, 달성군 다사읍 한 저수지에서 얼음이 깨지며 다수의 친구가 물에 빠지자 망설이지 않고 물가로 달려갔다. 낚싯대 등을 이용해 친구 3명을 차례로 구조했고, 마지막 한 명을 구하려다 결국 자신이 물에 빠져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당초에는 박 군이 4명을 모두 구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마지막 학생은 119 구조대에 의해 구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사건은 영남일보의 단독 보도로 처음 알려졌으며, 박 군을 '의사자'로 지정해달라는 청원이 지역과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됐다. '중학생 영웅'으로 불린 박 군을 향한 추모는 단순한 감동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정부는 의사자로 지정된 박 군의 유족에게 법정에 따른 보상금과 장제비, 의료급여 등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결정의 본질은 단순한 행정 절차를 넘어, 어린 생명의 숭고한 선택을 국가가 정식으로 존중하고 기린 데 있다.
박 군의 죽음은 지역사회 제도의 변화로도 이어졌다. 하중환 대구시의원(달성군1)이 발의한 '의로운 시민 등에 대한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박 군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으며, 지난 2일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앞으로는 국가가 의사자로 인정한 시민은 대구시 심의 없이 자동으로 '의로운 시민'으로 지정되며, 사망 위로금은 최대 2천만 원까지 확대됐다. 신청 기한도 폐지됐다. 2009년 제도 도입 이후, 박 군은 개정 조례의 적용을 받은 첫 번째 사례다.
달성군도 보건복지부의 의사자 지정 결과에 따라 '달성군 의로운 군민 예우 및 지원 조례'에 근거해 유가족에게 별도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박 군의 숭고한 희생정신이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기를 바라며 의로운 군민에 대한 예우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 군수는 "달성군은 최근 동·하절기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관내 저수지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총 37개소 저수지에 인명구조함 41개를 설치하는 등 군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