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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피플]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의 긴박했던 3일간의 치료일기

2015-07-04

첫째도 둘째도 선제적 조치…메르스 대구 확산 막은 ‘一等功醫’(일등공의)

[Y 피플]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김신우 교수의 긴박했던 3일간의 치료일기
1일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접견실에서 김신우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의 치료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평택 이어 서울에서도 확산되자 음압병상 점검하며 철저히 준비

지난달 15일 첫 양성환자 나오자 최종 확진 前 항바이러스제 처방

이틀뒤 X선사진 이상증세 보일땐 경북대병원 이송 또한번 선제대응

3세대 세파계 항생제도 미리 투여 나흘째부터 환자 안정세 되찾아

"헌신적으로 직접 치료에 나섰던 레지던트·간호사가 진정한 영웅"



지난 5월20일 경기도 평택 성모병원에서 최초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후 대한민국이 메르스 사태로 혼란을 겪어야 했다. 대구에서도 지난달 15일 공무원 A씨(52)가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지역민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렇다면 메르스 확진자 A씨의 치료는 어떻게 이뤄졌을까 궁금증이 생겨 지난 1일 주치의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났다.

기자가 오랜만이라고 인사하자, 김 교수는 “웬만한 건 다 알텐데 무슨 인터뷰예요. 진료해야 하는데 간단하게 합시다”고 했다.

인터뷰가 부담스럽다는 우회적인 표현이었지만 개의치 않고 1시간 넘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에 김 교수는 “별로 한 게 없다. 음압병실에서 메르스 확진자를 직접 치료한 의료진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오늘도 메르스 확진자를 치료했던 간호사 한 명이 기침 증상을 보여 음압실에 격리 조치됐다.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은 헌신적인 의료인들이 있었기에 대구·경북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간호사는 2일 최종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시간을 거슬러 지난달 15일 대구 최초의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당시로 돌아가 봤다.

김 교수는 “평택 성모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대확산이 시작된 후 지역에도 메르스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때부터 병원 5동 서병동의 음압병상을 점검하고, 만약 확진자가 입원하면 의료진들은 어떻게 진료를 해야 할지 하나하나 철저히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가 메르스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대구의료원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은 15일 오후. 그는 2차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에 항바이러스제인 인터페론과 리바비린을 당일 밤 9시에 A씨에게 투여하도록 처방했다.

최종 확진을 받지도 않은 사람에게 왜 메르스 치료를 시작한 것일까.

김 교수는 “이미 메르스 유사 증상을 보이는 상태에서 굳이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설사 메르스가 아니라고 해도,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직접 환자를 만난 것은 다음날인 16일 오전 11시였다. 당시 A씨는 체온이 38℃인 점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 확진자 본인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X선 촬영에서도 폐에는 이상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A씨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16일에는 항바이러스제인 칼레트라, 리바비린, 인터페론 3가지를 동시에 투여했다.

김 교수는 17일 오후 대구의료원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오전 대구의료원으로부터 A씨의 폐 X선 사진을 받았다. 16일 찍은 X선 사진과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A씨는 발열 증상에다 폐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도 이상 증세를 보였다. 기침가래도 조금씩 심해지고 있었다.

김 교수는 “X선상으로 폐가 짙어보인다는 것은 폐렴 증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며 “특히 발열과 기침가래가 지속된다는 것은 하룻밤 사이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조금의 기다림도 없이 곧바로 경북대병원 이송을 결정했다. 가뜩이나 메르스 여파로 환자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대구의료원에 있던 확진자를 경북대병원으로 이송하면 환자 급감은 불 보듯 뻔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조병채 병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만약 병원 구성원의 반대가 심했다면 A씨를 이송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을 것이고, 이로 인해 확진자의 상태는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실 A씨의 경북대병원 이송은 한발짝 빠른 조치였다. 또 한번 선제적 치료를 시도한 것이다.

김 교수는 “만약 확진자 A씨의 상태가 악화된 후 이송하는 것은 이미 늦은 조치라고 판단했다. 감염내과와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없는 대구의료원의 현실도 이송 결정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확진자 A씨의 상태는 17일 최악의 상황이었다.

A씨가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체온은 39.2℃, 폐렴증상, 기침가래 등 메르스 중증확진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모두 발생했다.

이에 따라 경북대병원 음압병실로 이송된 A씨에게는 항바이러스제인 칼레트라, 리바비린과 함께 세균성 폐렴 증상 치료제인 3세대 세파계 항생제를 투여했다.

김 교수는 “메르스가 바이러스 폐렴을 일으키지만 중증으로 넘어가면 세균성 폐렴까지 동반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이는 대한감염학회의 메르스 확진자 표준치료방법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선제적 치료는 다음날부터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A씨는 18일 38.5℃로 낮아졌고 19일 38.2℃, 20일 37.5℃를 기록한 후 22일부터는 정상 체온을 되찾았다. 당연히 폐렴과 기침가래 증상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메르스 음성판정을 받은 A씨는 지난달 26일 걸어서 경북대병원을 퇴원했다.

정말 고생했다는 말에 김 교수는 “다 하늘의 복이다. 환자가 의료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줬고,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기에 빠른 치료와 퇴원이 가능했다”며 “환자 본인도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된 17일 하루를 제외하고는 심리적 안정을 찾아, 진료에 적극 협조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직접 환자를 치료한 의료진에게도 감사의 말을 잊지 않았다.

“레지던트 3년차 선생은 메르스 확진자가 입원한 날부터 퇴원할 때까지 집에도 가지 않고 치료에만 전념했다. 특히 확진자에게 주사 투여와 진료를 위해 하루에도 몇 번씩 방진복을 입고 벗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간호사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김 교수는 “10명의 간호사들이 아침·점심·저녁으로 팀을 나눠 확진자를 치료했고, 식사도 1회용 식판을 이용하는 등 모든 여건이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다. 이들의 헌신적 노력이 없었다면 확진자의 건강 회복도 메르스 확산도 막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김신우 교수는 감염(HIV 감염, 불명열, 패혈증 및 패혈성 쇼크, 여행의학 클리닉, 기타 감염병 등) 전문의로 1990년 경북대 의과대를 졸업, 1994년 동 대학 대학원 졸업,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임의를 거친 후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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