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현마을 인근 4.3㎞ 구간 도로, 바이크족 보호 안전시설물 없어
차량 진입땐 사고위험 감수해야…전형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지적
대구시에서 유일하게 지정해 놓은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인근 자전거 우선도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 도로에 차량이 달리면 자전거를 타던 이들도 비켜서야 하는 등 마음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5일 팔현마을 자전거 우선도로에 한 차량이 달리고 있다. 황인무기자 him7942@yeongnam.com |
5일 오전 11시쯤 대구시 수성구 고모동 팔현마을 인근 왕복 2차로 도로에는 오고가는 차량이 거의 없었다. 대신 주민들이 제방을 따라 이어진 차로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며 운동을 즐겼다.
주민들이 이곳 차로를 산책로처럼 이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차로가 대구 유일의 자전거 우선도로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013년 팔현마을 인근 4.3㎞ 구간을 자전거 우선도로로 지정했다. 하루 차량 통행량이 4천250대(시속 30㎞ 기준)를 넘지 않는 곳에 한해 자전거 우선도로를 지정할 수 있다는 관련법에 근거해서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말그대로 차량보다 자전거가 우선적으로 달릴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차량이 진입하면 자전거는 한 쪽으로 피할 수밖에 없다. 별다른 안전 시설물 없이 차량과 자전거가 공존해야 해 늘 사고의 위험이 뒤따른다. 실제 10여분 뒤 3m 남짓한 도로에 차량 한 대가 달려오자 주민은 길가로 서둘러 피했다. 자전거를 타던 이들도 급하게 대열을 정비했다.
운동차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나정수씨(65·달서구 용산동)는 “같은 방향으로 난 차로가 하나 더 있어, 굳이 이곳을 차로로 쓸 이유가 없다. 운동하는 사람이 많아 위험한 상황이 생길 때가 많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선 ‘자전거 우선도로’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자전거 저변 확대만을 위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
주민 김모씨(72)는 “정작 차가 오면 자전거는 도로 한켠으로 비켜줘야 하는 입장”이라며 “안전 표지판 없이 도로 바닥에 자전거 표시만 그려놓고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하니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자전거 전용도로·전용차로를 확대하는 추세지만, 교통량이 적은 곳에 이를 적용하기엔 예산에 한계가 있다. 차 속력을 시속 30㎞로 제한해놓고 있어,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판단 하에 지정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한편 자전거 우선도로는 2013년 자동차와 자전거가 공존하는 교통문화를 정착시킨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기존에는 △자전거 전용도로(화분대·연석 등으로 분리)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차선을 그어 분리)로 구분돼 있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