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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희망을 품다Ⅲ] 방황→가출→학업 복귀…16세 예비대학생 이별 양

2016-01-04

“나 같은 문제아 보듬는 상담사 되고 싶어…근데 성질부터 내면 어떡하죠? 하하”

[아이들 희망을 품다Ⅲ] 방황→가출→학업 복귀…16세 예비대학생 이별 양
지난해 12월28일 오후 마음이자라는학교 교정에서 이별양이 자신이 기르던 고양이를 안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영남일보는 올해 역시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우직하게 이뤄가는 아이들을 조명하겠습니다. ‘아이들, 희망을 품다- 그 세 번째 이야기’에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희망을 기대하기 힘든 요즘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는 자신만의 에너지로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올해 첫째로 희망을 전해줄 이는 16세 예비 대학생, 이별양입니다.

잠시 머문 ‘마자학교’ 서 큰 변화
비슷한 상처의 친구와 소통하며
닫힌 마음의 문 열고 꿈도 설계…
올 3월 수성대 사회복지과 입학

◆별이, 랑이를 다시 만나다

지난해 12월28일 오후, 대구교육팔공산수련원 부설 ‘마음이자라는학교’(이하 마자학교) 안에서 컵라면을 막 먹으려던 이별양(16)을 만났다. 모락모락 솟아오르는 김을 입으로 연방 불던 그는 “예전 생각이 나서 컵라면을 먹고 싶었다”며 수줍게 말했다. 이별양은 2014년 이 학교를 넉 달 가까이 다녔다. 오랜만에 찾은 마자학교. 하지만 아쉽게도 이날 라면은 실패다. ‘추억의 맛’이 나지 않는단다.

잠시 후 건물 밖에 나간 이별양을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반긴다. 고양이 가족 중에는 별양이 이름을 붙여준 것도 있다. 호야와 랑이가 대표적이다. 호야는 호랑이 무늬와 같은 털을 갖고 있어서, 랑이는 꼬리가 하트모양으로 접혀 있었기 때문이란다. 랑이는 아마도 사고를 당하는 등 어린 시절의 아픔이 컸던 것 같다. 알 수 없는 외부의 충격으로 접힌 꼬리가 공교롭게도 하트를 그리고 있었다. 삶이란 이렇게도 아이러니다.

별양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이곳을 도망치듯 찾았을 때만 해도 지금을 상상하지 못했다.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이별양은 중학교 3학년이었던 2014년 9월 초부터 12월 중순까지 마자학교에 다녔다.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돌던 그에게 교사는 이곳을 추천했다. 이대로는 중학교도 졸업하기 힘들겠다는 교사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다행히 별양의 어머니는 “(학교가) 산에 있으니까 이제는 도망을 못 가겠네”라며 교사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별양은 마음이자라는학교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목공예와 네일아트 등을 통해 손재주를 갈고닦을 수 있었고, 색소폰이나 트럼펫 등 악기 연주법도 배웠다. 토끼와 염소, 개와 고양이 등의 동물과 텃밭에서 무나 배추와 같은 각종 작물을 기르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노동의 중요성도 알게 되었다. 학교 울타리 곳곳에는 별양이 그린 딸기·토끼 모양 등의 벽화가 아직 남아 있다.

무엇보다 그는 이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또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머무르는 동안 마음이 한 뼘 정도는 자란다고 이곳 교사들은 믿고 있다.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다는 것이다. 별양도 마찬가지였던 듯하다.

별양은 “처음에는 이곳 아이들과도 함께 지내는 게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졌다. 선생님들도 제 얘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낙인의 흔적 지울 순 없나봐요

이별양의 중학교 시절은 시쳇말로 ‘흑역사’였다. 가출을 밥 먹듯이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라는 존재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이유없이 교실 안에 있는 게 갑갑했다.

그는 “대부분의 아이들하고 어울리지 못했다. 이른바 ‘노는 아이’들 하고만 지냈다”며 “수업도 듣기 싫고 놀고만 싶었다”고 말했다.

별양은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집을 나온 뒤에는 수시로 가출을 했다. PC방 또는 친구집에 머물거나 패스트푸드점에서 끼니를 때우는 식이었다. 집을 나온다고 딱히 수가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나쁜 일도 꾸미지는 않았다.

돈이 떨어지면 예식장 알바를 주로 했다. 뷔페에서 하루 종일 고생하면 6만~8만원이 손에 들어왔다. 돈이 생기면 친구집에 머물며 오랜 시간 생활을 하곤 했다. 그렇게 6개월까지 가출해보기도 했다고.

이별양은 돌아가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낙인이 찍혀버려서 지울 수가 없었다고 속상함을 얘기했다.

별양은 “가출을 하고 수업을 빼먹기 시작하면서 반 친구들 사이에 나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제가 아니라고 해도 아이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며 “그냥 문제아로 낙인이 찍혔고 나는 그대로 문제아가 되어 버렸다”고 했다. 마자학교에 발을 들이게 된 본질적인 이유다.

그는 지난해 마자학교를 거쳐 중학교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학교라는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던 것일까. 이후 고등학교 진학은 포기했다. 대신 이별양은 ‘꿈드림’이라는 곳에 등교했다. 공부의 끈은 놓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학교 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하는 곳으로 그는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여기서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다.

그는 “4개월 동안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그리고 검정고시를 치렀는데 덜컥 합격해 버렸다. 이후 수시전형으로 대학에 지원했는데 이마저도 합격해 버렸던 것”이라며 “제 또래와 비슷하게 대학을 가려고 했는데 더 튀게 되어버렸다”고 수줍게 웃었다.

별양은 2016학년도 대입 수시에서 수성대 사회복지과에 최종 합격했다. 16세의 나이로 16학번 대학 새내기가 되는 것이다. 그는 요즘 집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비에 보탤 예정이란다. 대학에서의 생활을 앞두고 기대감이 부푼 요즘이다. 그런 이별양의 꿈은 기특하게도 상담교사다. 엇나가고만 있던 자신을 보듬어준 마자학교의 교사들처럼 되는 게 꿈이다.

그는 “솔직히 저와 같은 아이들을 상담하기는 힘들 것 같긴 하다. 성질부터 낼 것 같아 걱정된다”고 멋쩍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제 또래와 같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주고 싶다”며 “낙인을 찍혀 버린 문제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 보고, 또 판단해서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백경열기자 bk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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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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