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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기둔화에 車 부품업체 직격탄…작년 수출하락폭 전국 4위

2016-03-22

활기 잃어버린 대구 제조업<중>

中 경기둔화에 車 부품업체 직격탄…작년 수출하락폭 전국 4위
中 경기둔화에 車 부품업체 직격탄…작년 수출하락폭 전국 4위

대구 산업의 중심으로 불리는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의 공장가동률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가장 낮은 것이다. 대구의 제조업이 벼랑 끝에 서 있는 셈이다.

이러다 보니 제조업 근로자의 저임금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으며 체불임금마저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검토하게 되고, 결국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가족도 그 칼날 위에 서 있게 되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원인을 찾아내 심장이 다시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대구 제조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제조업 불황의 원인을 세계 경기 불황에 따른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주요 세계 시장에서의 수출 경쟁 심화 등을 꼽았다. 이뿐 아니라 대구 산업의 구조적 문제도 제조업 불황 극복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

“2년 전부터 중국 경제가 제대로 안 돌아가면서 중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나 계절적 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난해보다 수출액 기준으로 월 평균 10% 이상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대구 제조업 경기 악화의 원인으로 우선 중국의 경기둔화를 꼽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중국의 부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대구 제조업 경기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자동차클러치 수출 25% 감소
피말리는 수출 경쟁도 악조건

대기업에 종속된 지역 제조업
매출 늘어도 수익내기 힘들어
신흥국 추격에 회복 가시밭길


한국무역협회의 지자체 수출입 국내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구의 수출액은 70억9천44만2천달러로, 전년도(78억712만3천달러)보다 9.2% 감소했다. 이 가운데 대(對) 중국 수출액은 15억5천566만5천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1.9%를 차지해 미국(14.8%)과 베트남(6.74%), 일본(6.45%)보다 월등히 높다. 그만큼 중국 경기 둔화는 대구 제조업에 직격탄이 되는 셈이다.

중국 수출액 감소 비율은 12.9%(86억5천만달러)로, 지역 전체 평균 12.2%(364억달러)보다 0.7%포인트 더 떨어졌다. 특히 중국에 주로 수출하는 자동차부품, 산업기계 등 공산품의 수출이 저조했다.

한국무역협회 품목별 수출동향에 따르면 대구의 지난해 중국 수출 증감률은 평균 -9.9%로 ‘자동차클러치’의 수출은 7천477만1천달러로 전년대비 24.7%(9천925만2천달러), ‘제동장치’의 수출은 2천406만5천달러로 23%(3천123만7천달러)가 각각 떨어졌다. 대구지역 제조업 생산액 중 자동차 부품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2%에 이르고, 종업원 수는 17%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다.

전국 17개 시·도와 비교하면 대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국 수출증감률은 평균 -5.3%로 지난해 대구의 수출 증감률(-9.2%)은 17개 광역 시·도에서 14위를 기록했다.

중국의 부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LG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수출 경기 악화는 물론 제조업과 부동산의 투자 부진이 겹치며 성장세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공급과잉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생산자물가 하락세가 심화되면서 제조 기업이 직면하는 디플레이션 압력과 이에 따른 실적 부진의 압박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철강·시멘트 등 설비과잉 산업은 기업 부실, 도산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장윤재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본부장은 “지역 제조업 불황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중국 경제의 불안정성”이라며 “지역 기업의 대부분은 완성품 업체의 협력업체로 세계시장에 직접적인 수출물량은 적지만, 완성품 업체의 수출 부진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 수출 경쟁 심화

세계적으로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출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지난해 세계 수출 시장은 금액 기준으로 역성장했으며 물량 기준 역시 성장세가 둔화되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당연히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주요 경쟁국과의 수출 경쟁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 업계 관계자는 “특히 중국 정부는 기존 복제품 제작에서 자체 제품 제작으로 전략을 선회, 자동차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중국 로컬 업체들의 기술력이 국내의 70~80% 수준에 근접한 데다 가격은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주요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국간 수출경합도 및 점유율 분석’에 따르면 중국, 일본, 미국, 독일 등 4개국과 한국과의 평균 수출경합도는 지난해 58.8포인트로, 전년 대비 1.2포인트 증가해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수출경합도 지수는 수출품목구조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0~100포인트의 값을 가지며, 100포인트에 가까울수록 수출 경쟁이 심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세계 수요 둔화, 중국 및 원자재 신흥국 경기 불안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 증대, 신흥국의 추격 등 불리한 대외 여건이 지속되면서 수출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 종속적인 산업구조 더 문제

대구 제조업 관계자들은 대기업에 종속된 산업구조도 지역 제조업의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의 하나라고 꼽았다.

성서5차산업단지에서 대형파이프 절단 톱을 제조하는 <주>경동의 이찬우 대표는 “대구지역의 제조업체들은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대부분 대기업에 종속돼 있는 수직적 관계에 있다”며 “이는 매출이 많아도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이고, 이에 따라 설비나 R&D에 과감하게 투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산업 구조 탓에 지역 제조업체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버린 것. 대기업이 충격을 받으면 협력업체들이 이를 나눠 짊어져야 하는 반면, 경기가 회복됐을 때는 수혜를 입지 못하는 구조인 셈이다.

대구의 완성차 1차 협력업체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단가를 후려치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협력업체는 사실상 없다. 완성차업체에서 판매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면 원가절감을 위해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 하지만 다시 판매량이 증가해도 단가를 인상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여기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원가 절감 몫 역시 고스란히 원도급업체의 단가 인하로 흡수돼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협력업체들이 자체 개발과 수출선 다양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해도 이마저도 쉽지 않다.

자동차 부품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업체가 대기업의 1~3차 협력업체여서 독자적으로 판로 개척을 하기 어렵다. 특정 협력업체가 자체 브랜드로 해외 수출에 나서면 원도급업체에선 협력 관계를 끊는 등 알게 모르게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권혁준기자 hyeok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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