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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석의 電影雜感 (전영잡감) 2.0] ‘천만 영화’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2016-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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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에 기록된 최초의 ‘천만 영화’는 무엇일까. 바로 얼마 전 자신의 스무 번째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내놓은 강우석 감독이 2003년에 만든 ‘실미도’다. 이 영화는 2003년 성탄절을 하루 앞둔 12월24일 전국 3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이듬해인 2004년 2월19일 한국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영화에 등극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개봉 58일 만이었다. 같은 해 2월5일에는 ‘쉬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가 500여 스크린에서 개봉해 39일 만에 천만 명을 돌파하며 두 번째 천만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로 천만 영화가 태동한 지 올해로 12년이 흘렀다. 그 사이 모두 18편의 천만 영화가 태어났다. 관객수로 순위를 매겨보면 1위 김한민 감독의 ‘명량’(1천761만5천57명), 2위 윤제균 감독의 ‘국제시장’(1천426만2천199명), 3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1천341만4천200명), 4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1천330만천637명), 5위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1천298만3천841명), 6위 이환경 감독의 ‘7번방의 선물’(1천281만1천213명), 7위 최동훈 감독의 ‘암살’(1천270만5천783명), 8위 추창민 감독의 ‘광해, 왕이 된 남자’(1천232만3천555명), 9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1천174만6천135명), 10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1천156만4천155명), 11위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1천137만4천861명), 12위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1천132만4천545명), 13위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1천108만1천명), 14위 봉준호 감독의 ‘괴물’(1천91만7천221명), 15위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1천51만3천715명), 16위 조스 웨던 감독의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1천49만4천499명), 17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1천30만4천503명), 18위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의 ‘겨울왕국’(1천29만6천101명) 순이다.

18편의 천만 영화 가운데 14편이 한국영화다. 2014년 ‘엘사 신드롬’을 일으켰던 ‘겨울왕국’은 극영화 가운데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다. 윤제균 감독과 최동훈 감독은 무려 두 편씩 이름을 올렸다. ‘왕의 남자’가 가장 적은 스크린(313개)에서 개봉하고도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린 건 대단한 일이다. 참고로 가장 많은 스크린(1천843개)에서 개봉한 천만 영화는 “상향 평준화된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의 어떤 완성형”(송경원)을 선보인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다. 가장 최근에 천만 영화를 만든 애니메이터 출신 연상호 감독과 웹툰 스토리작가 출신 양우석 감독은 자신들의 데뷔작으로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서 천만 영화 태동한 지 12년째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첫 위업
지금까지 18편 중 14편이 한국영화


主관객층만으로 따지면 50%가 본 셈
단순한 예술작품이라 치부할 게 아닌
하나의 정치·사회사건 내지 문화현상


김경욱 영화평론가·정병기 교수 역시
승자독식 영화산업구조 등 진단·해석



배급사를 살펴보면 한국영화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영화가 무려 5편(‘명량’ ‘국제시장’ ‘베테랑’ ‘광해, 왕이 된 남자’ ‘해운대’)이고 뒤이어 쇼박스가 4편(‘도둑들’ ‘암살’ ‘괴물’ ‘태극기 휘날리며’), NEW가 3편(‘7번방의 선물’ ‘부산행’ ‘변호인’), 시네마서비스가 2편(‘실미도’ ‘왕의 남자’)이다. 외국영화로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2편(‘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겨울왕국’)이고 이십세기폭스코리아(‘아바타’)와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인터스텔라’)가 각각 1편씩 이름을 올렸다.

마지막으로 관람 등급을 살펴보면 애니메이션 영화답게 전체 관람가인 ‘겨울왕국’을 포함해 대부분의 영화들이 12세 내지 15세 관람가를 받은 영화다. 아무래도 이런 영화들은 가족의 동반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흥행에 유리했을 것이다. 18세 관람가로는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가 617만8천569명의 관객수를 동원한 것이 가장 높은 수치다.

20161007
2016년 7월 집계로 우리나라 인구는 5천160만여 명이다. 이 가운데 영화의 주요 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 20세에서 49세 인구는 2천300만 명이다. 어떤 영화가 천만 영화가 되었다면 전체 인구 5명 중에 1명은 그 영화를 봤다는 얘기고, 주요 관객층으로만 따지면 2명 중 1명이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천만 영화의 탄생은 단순한 예술작품이라 치부할 게 아니라 하나의 정치·사회적 사건 내지 문화 현상으로 봐야 하나.

최근 한국에서 천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두 권의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영화평론가 김경욱이 쓴 ‘한국 영화는 무엇을 보는가’(강)와, 영남대 교수 정병기가 쓴 ‘천만 관객의 영화 천만 표의 정치’(갈무리)가 그것이다.

먼저 김경욱은 천만 영화들이 승자독식의 한국영화산업 구조와 맞물려있다고 진단한다. 멀티플렉스를 찾는 관객들은 영화를 비용 대비 만족도가 나쁘지 않으면 ‘상품’으로써 소비한다. 또한 영화조차 많은 사람이 보는 것을 따라 보면서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겠다는 강박증을 가진 한국인의 특성이 천만 영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이어 정병기는 천만 영화를 정치적 사건으로 해석한다. 대통령 선거에서 천만 표는 당선에 근접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천만 관객을 넘은 영화 가운데는 권력이나 사회 부조리를 다룬 작품이 많다는 점에서도 흥행 영화는 정치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영화 ‘변호인’에서 국가는 억압의 상징이자 권력 독점의 수단이었다면, 영화 ‘국제시장’의 유명한 ‘국기에 대한 경례’ 장면에서는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로 희화화된다.

최초의 천만 영화 ‘실미도’를 만든 강우석 감독은 최근 가진 한 인터뷰에서 젊은층과 중장년층을 두루 포괄할 수 있는 영화가 또 나온다면 조만간 천만이 아니라 2천만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멀티플렉스가 또 하나의 놀이공원으로 전락한 요즘, 영화는 ‘제7의 예술’이 아니라 팝콘이나 콜라처럼 철저히 상품화되었다. 이것을 구매할 것인가, 말 것인가. 천만이란 숫자는 이 상품화의 성공 여부를 나타내는 것이지, 그 작품의 예술적 성취도를 말하는 건 아닐 것이다.

독립영화감독, 물레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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