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심각한 농약관리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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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상주에서 농약이 든 사이다를 마신 마을 주민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농약관리는 여전히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농약 검사부터 유통과 판매에 이르기까지 관리체계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국내 등록허가를 받은 농약 성분 435개 중 77개에서 하나 이상의 독극물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나 국민 보건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고독성 농약 4년 지나서야 회수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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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등록이 취소된 고독성 농약 메소밀 액제. |
등록취소 고독성 농약 늑장 수거
발암추정 성분 관리 허술 여전
농약 제조업체서 ‘셀프검사’도
품질불량품 처벌‘솜방망이’그쳐
유효성분 435개 독성 검사해보니
77개 성분이 1개 이상 독성 지녀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 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에서 “농촌진흥청이 등록 취소된 고독성 농약을 4년이 지나서야 회수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은 지난해 9월부터 3차례에 걸쳐 농림축산식품부·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고독성농약 총 6천576병을 수거했다.
이 가운데는 2011년 12월7일 등록이 취소된 △메소밀 액제 △디클로르보스 유제 △메티다티온 유제 등 9종의 고독성 농약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상주 사이다 사건’에 사용된 메소밀은 약효 보증기간이 2014년 10월31일부로 만료됐음에도 농진청은 1년이 2015년이 돼서야 수거에 나섰다.
발암 추정 농약 성분 관리도 부실했다. 2015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국내 유통 중인 농약 성분 가운데 과수류에 사용되는 글리포세이트, 채소류 살충제인 다이아지논과 말라티온 등 3종류를 ‘인체 발암 추정 물질’로 분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1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조·수입사들로부터 안전성 평가 자료조차 제출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더민주 위성곤 의원이 농진청과 농약제조·수입사들의 모임인 <사>한국작물보호협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농진청은 WHO 발표 이후인 지난해 4월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를 열었다. 위원회는 이 자리에서 발암성 분류 농약에 대한 안전성 재평가 등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안전성 재평가를 위해 WHO 및 미국환경보호청(EPA)에서 평가한 발암성 자료, 농작업자 노출량 측정 국내시험성적서를 제조·수입사로부터 제출받기로 했다. 하지만 위 의원이 확인한 결과, 글리포세이트 제조·수입사는 지난 6월 미국 EPA 평가자료를 뺀 나머지만 제출했고, 다이아지논과 말라티온 제조·수입사는 현재까지 아무런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농약 제조업체가 농약 검사
연간 45가지 항목 4천~5천건에 달하는 농약 시험·등록 업무를 이해 당사자인 한국작물보호협회와 농약업체 연구소들이 맡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더민주 김현권 의원이 농진청의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농약 시험·등록을 위한 시험·설계·심의를 한국작물보호협회가 주관하고, 농약업체 기업부설연구소 23개소, 민간연구소 12개소 등 협회 회원사 시험연구기관 35개소, 대학 22개소, 기타 민간연구소 14개소 등 총 71개소가 농약 시험연구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대학 22개소와 기타 민간연구소 14개소를 제외하면 모두 농약업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연구소들이다. 농진청에 따르면 현재 농약 등록을 위한 시험 항목은 모두 유전독성시험·발암성 시험 등 인축독성 18가지, 어류에 대한 생물농축성시험 등 8가지를 비롯해 이화학, 약효·약해시험, 작물 잔류성, 환경잔류성 시험 등 총 45가지다.
농진청은 예산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45가지를 모두 검사하려면 농약업체 부설 연구소를 거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약제조회사들이 자신들의 농약을 사실상 ‘셀프 검사’한 뒤 농진청에 보고하는 상황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농약 성분 77개에 하나 이상의 독성 함유
농약 판매와 사용에 대한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영천-청도)이 농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최근 5년간 농약으로 인한 사망자 9천258명 가운데 비(非)농업인이 6천284명(67.8%)으로 조사됐다. 이들 비농업인의 사망 원인은 모두 자살이다. 따라서 농약 판매와 유통을 둘러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최근 5년간 부정·불량농약 사유별 단속현황’에 따르면 ‘단속 구매자 정보 미기록’으로 적발된 건은 2013년 단 1건에 불과했다. 또 ‘최근 5년간 부정 및 불량농약 단속건수’는 568건에 이르지만 과태료 부과 처분을 받은 것은 16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구두 주의를 받는 데 그쳐 정부의 농약 관리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과 함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이 의원의 지적이다.
충남 농업안전보건센터 노상철 센터장(단국대 의대 직업환경의학과 교수)은 “농진청으로부터 국내 등록허가를 받은 농약의 유효성분 435개의 독성을 검토했더니, 77개의 유효성분이 하나 이상의 독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결과는 농진청에서 등록허가가 난 농약이더라도 사람에게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또 “농약제조사에서 제공하는 건강독성에 관한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정보가 결국 사용자인 농업인들과 생산된 농작물을 섭취하는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농업인과 국민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들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실 농업에서 사용되고 있는 수많은 제초제, 살균제, 살충제 등이 농약이라 불리고 있지만 이것들은 오히려 독극물이라고 불리는 편이 정확하다”며 “차라리 외국처럼 사용 목적에 맞게 제초제, 살충제, 살균제로 분류해서 부르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구경모기자 chosim34@yeongnam.com

구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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